北 최근 거침없는 언사·위협
경제난 따른 `내부 다잡기`
韓, 사사건건 대응보다는
긴호흡 갖고 일관된 정책펴야
대북특사·정상회담 추진
지금 상황선 실효성 떨어져
`북핵 우선 해결구도` 중요
美-강한제재, 韓-유인책
한미 `채찍 당근` 역할분담을
◆ 6·25 70주년 특별 기획 ③ ◆
그럼에도 북한이 새삼스럽게 요란하고 자극적인 '말폭탄'을 쏟아내는 이유는 우선 북한 내부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런 기조에서 '백두산 칼바람 정신' 등을 내세워 주민들을 자력갱생의 경제전선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해왔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더해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났다. 역점 건설사업의 정상적 추진이 어려워졌고, 장마당 사정이 악화되면서 수도 평양시민 삶조차 어려워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북전단을 통해 김정은을 폄하하는 '불순사조'가 유입되자 주민들에게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다.
경제제재가 지속되면서 남한에 대한 불만과 실망도 쌓여 있다. 북한은 2018년 이후 남한을 통해 미국과 통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제재 해제 등의 실익을 얻고자 하는 소위 '통미용남(通美用南)' 접근을 해왔다. 그러나 남한의 한계를 알고 실망하면서 화풀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미국의 동의 없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추진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나라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최첨단 무기를 도입해 북한의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지속하는 우유부단하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그랬던 것처럼 남북관계에 대한 열정을 앞세워 대북특사를 파견하거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한미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한 다음에 북한과 마주앉아야 한다. 비핵화 요구를 반복하는 것보다 북한의 경제건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보따리'를 마련하고, 한미 간 역할 분담하에 '남한'이 보따리를 제시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북한은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정부의 조바심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5년이란 시간에 쫓겨서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으로는, 남북관계를 이끌어가고 싶어도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 임기 동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버린다면 대북정책은 정권에 관계없이 '국가적 어젠다'로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다. 일관된 대북정책에 의해서만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北 변화의 희망 '8090 세대'…인구 30% 차지, 이념보다 경제
시장경제·스마트폰에 친숙
개인적 가치 중시하는 특성
이들이 주도할 시대에 대비
'일상속 통일'부터 실현해야
북한 사회 변화를 주도할 8090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서도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일상생활에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택시를 호출해 이용하거나 음식을 주문해 배달하고 장마당에 직접 가지 않는 '언택트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는 IT미디어에 익숙한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이다.
북한 사회 세대 구분은 4가지 정도로 할 수 있다. 1세대는 김일성과 같은 항일빨치산 세대, 2세대는 박봉주·김영철과 같은 6·25전쟁 이전 세대, 3세대는 최용해 등 6·25 전쟁 이후 1970년대 북한 경제 풍요를 경험한 세대다.
그리고 4세대는 북한 경제 어려움을 경험한 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로,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을 경험하면서 국가배급제가 무너지고 장마당이 활성화한 삶을 경험한 세대다. 이들 8090세대는 현재 북한 인구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마당을 통한 시장경제에 익숙하고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을 적극 활용한다. 외부 정보, 특히 한류에 노출돼 있어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고 개방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8090세대는 요즘 중국 사회처럼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 가운데서도 스타트업을 세워 사업을 키우고, 유튜브 채널을 열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8090세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8090세대다.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경험은 경제적 풍요와 발전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2011년 12월 집권 이후 평양 문수물놀이장, 평양거리 현대화, 순안공항 신청사 건립 등 평양 거리를 현대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온 것도 그런 배경에서 볼 수 있다. 2017년 핵 개발 이후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선포한 김정은은 북한 전역에 22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해 외부 투자 유치를 도모하고 있다.
지금 중국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처럼 우리 국민이 평양과 원산, 신의주를 일상적으로 방문하고 북한 주민들과 사업을 함께하는 게 '일상 속 통일'이다. 국제 정치구도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치법적인 통일'이 아닌 이러한 일상 속 통일을 우선 실현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정리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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