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논리

삼성의 눈치를 보며 비판의 입을 닫아버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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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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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눈치를 보며 비판의 입을 닫아버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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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기명 칼럼 게재를 거부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추천하며 삼성 재벌과 이건희를 비판한 칼럼의 내용이 신문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항의의 뜻으로 <프레시안>ㆍ<민중의 소리>ㆍ<레디앙>에 짧은 소회와 칼럼 원문을 보냈다. 이 매체들에는 이 칼럼의 원문이 실렸다. <경향신문> 47기 기자들은 18일 사옥 로비에 “이명박은 조질 수 있고 삼성은 조질 수 없습니까” 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항의에 나섰다. 19일에는 기자 총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2월 초에도 이미 지면에 실었던 «삼성을 생각한다» 서평 기사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경향신문>은 <한겨레>와 함께 ‘진보 언론’을 자임해 왔다. 민주노총은 구독료 수입의 일부를 비정규직 지원 기금으로 내는 조건으로 조합원들에게 <경향신문> 구독 운동을 벌였다. 2008년 촛불항쟁 후 ‘진실을 알리는 시민들’이란 단체가 생겨 <경향신문>과 <한겨레> 무료 배포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경향신문>의 최근 행보는 매우 유감스럽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진보’ 언론들조차 신문사 운영 재정을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언론들의 이 점을 이용해 광고 제공을 “당근과 채찍”으로 삼아 왔다.

당근과 채찍

“2008년 79개 상장사의 광고선전비용은 모두 5조 2천3백36억 원이다. … 삼성그룹이 지출한 광고비는 2조 1천4백29억 원으로 40퍼센트에 육박한다.”(2월 10일치, “삼성-당근과 채찍 병행, 고도의 언론 플레이”, <미디어오늘>)

이런 막대한 액수는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후 삼성이 광고비 지출을 대폭 늘린 결과다. 당시 삼성 특검에 반대한 조중동의 삼성 광고가 늘어난 반면,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했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한동안 삼성 광고를 받지 못했다. <한겨레>는 이 때문에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해마다 1백억 원이 훨씬 넘는 삼성 광고를 받는다. <경향신문>은 50억 원 안팎의 광고를 받지만, 신문사 규모를 감안하면 삼성 광고가 신문사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경향신문>이 이런 압박에 굴복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상봉 교수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럴 때일수록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구독료를 올리거나 구독을 늘려 이들이 이런 압력에서 벗어나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언론사 스스로 광고주 압력에 굴복할 때 독자들의 후원은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레프트21>이 정부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 광고도 받지 않고 구독료와 독자 후원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이런 압력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 <경향신문>의 젊은 기자들은 “삼성과의 불화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존재해야 할 첫 번째 이유”라며 편집국에 반발하고 있다.

삼성 재벌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려는 이들의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삼성의 눈치를 보며 비판의 입을 닫아버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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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
김문성 사회·정치

모든 위대한 사회 운동의 훌륭한 점은 우리 모두가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누린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