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저해에 2차 가해 우려까지… 故 박원순 1주기 추모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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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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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사망 1주기… 조계사·창녕서 추모행사
코로나 4차 유행 방역 저해, 2차 가해 논란 불가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지난 겨울 이후 다시 1000명대를 넘겨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로 인해 방역에 지장을 초래하고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시민추모제 홍보 이미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7일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과의 동행’에 따르면 오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박 전 시장의 천도재가 열린다. 대웅전 법당 안에서는 유족 위주의 제사가 진행되고, 추모객들은 대웅전 앞뜰에서 추모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엔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추모기도회가 열린다.

이튿날인 10일엔 박 전 시장의 묘역이 자리한 경남 창녕에서 참배 행사가 열린다. 추모객들은 오전 11시 창녕에 집결해 리본 달기 행사를 진행한 뒤 12시에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과 만날 예정이다. 이어 오후 7시에 묘역 주변에서 시민 추모제를 진행한다. 다음날인 11일에도 12시에 묘역 참배 및 유족 인사, 오후 4시에 묘역 주변 정리 등이 예정돼 있다.

여러 장소에서 열리는 박 전 시장 추모행사로 인해 최근 확진자 증가세를 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의료계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4차 유행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이 큰 박 전 시장 추모행사가 집단감염에 또다른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9일로 예정된 조계사 추모제의 경우 천도재 시간에 맞춰 추모객들이 대웅전 앞뜰에 집결할 예정이며, 연달아 예정된 창녕 묘역 참배 역시 추모객들이 개별적으로 묘역을 찾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리본 달기, 유족 인사, 추모제 등 행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또 창녕 묘역 참배의 경우 이틀 동안 이어지는 데다, 추모제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장시간 동안 이어지는 탓에 추모객들간에 사적 모임을 가질 우려도 크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주기를 앞두고 친여 성향 커뮤니티 등에는 박 전 시장을 추모하는 내용과 더불어 피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는 탓이다.

친여 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에는 지난 5일과 6일 추모제 참석을 당부하는 공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반드시 참석하겠다” “박원순 시장님의 억울함이 풀리는 그날을 고대한다” “우리 시장님 살려내라” “XXX은 호의호식하고 있을 것” 등 반응이 달렸다.

지난해 8월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뜰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49재에 참석한 시민들이 모여있다. /길잡이TV 캡처

앞서 지난해 박 전 시장의 시민분향소 설치와 49재 추모행사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8월 26일 오후 5시쯤 조계사에서는 박 전 시장의 49재가 열렸다. 박 전 시장 지지자 모임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날에 맞춰 대규모 추모 행사를 계획했지만, 일주일 앞두고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한 데다 방역 우려와 2차 가해 논란이 번지자 행사를 취소했다. 이들은 대규모 공개 행사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한 온라인 추모식으로 대체했지만 조계사에는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서울시청 앞 시민 분향소 설치를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10일 박 전 시장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광장에 사흘간 시민분향소를 세웠다. 시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광장을 비롯한 도심 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나, 분향소 설치는 집회와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기간 2만여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서울시가 시민들의 집회는 금지하면서 수만명의 인원이 몰리는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정치 방역’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열리는 대규모 추모행사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도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박 전 시장 피해자 관련 발표를 통해 “서울시는 사건 발생 즉시 즉각적인 대처는 물론 2차 가해에 대해서도 매우 부족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 기관장으로 치렀다”며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면서 피해자는 또 하나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사건과 장례식 문제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시장 추모행사로 인한 방역 저해 논란에 대해 수사기관은 혐의가 없다고 봤다. 박 전 시장 49재와 시민분향소 설치 등과 관련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를 수사한 검찰은 해당 행사들은 ‘집회’가 아니라고 판단, 올초 서정협 당시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공동장례위원장) 등 9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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