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 규제 11년전 합헌…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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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22. 오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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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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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도입된 재건축 임대주택 공급 의무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단지부터 적용
"소급입법 위헌" 헌법소원 심판 청구
"재산권 침해 아니다"며 기각 결정
이번엔 일률적 적용 등 논란 더 커
정부가 10월부터 시행하려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모습.
"조합원들에게 부당한 폭탄을 안기고, 일반 분양자들에는 로또를 안겨주는, 과정이 공정하지도 못하고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재앙이다."(이혜훈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바른미래당))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것이 분양가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후 실 분양 때까지 (분양가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것이 통상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소급적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김현미 국토부 장관)

정부가 10월부터 시행하려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두고 지난 20일 국회에서 벌어진 설전이다.

재건축·재개발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의 분양가 규제를 두고 위헌 논란이 거세다. 헌법에서 금하는 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소급입법은 이미 끝난 일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재건축 규제는 위헌 논란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르는 메뉴다. 헌법에서 보호하는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만들어 재건축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재건축 관련 헌법소원 심판이 50번 정도 있다.

위헌 시비에 휘말린 대표적인 규제가 2006년 만들어진 재건축부담금제(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와 2005년 시행된 재건축 임대주택 공급 의무(2009년 폐지)다.

재건축부담금 위헌 논란은 진행형이다. 가구당 5000여만원의 재건축부담금을 부과받은 용산구 한남연립재건축조합이 2014년 위헌 심판을 청구한 헌법소원이 살아 있다. 현재 6년째 심리 중으로 결론이 언제 날지 미정이다.

임대주택 공급 의무 위헌 논란의 쟁점이 이번 민간택지 상한제와 비슷하다. 재건축 단지에 임대주택을 짓도록 한 것으로 이 규제도 입주자모집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했다.

주요 재건축 규제는 대개 사업계획 수립 단계인 사업시행인가 신청이나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 단계부터 적용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으면 재건축 계획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규제에서 '열외'였던 셈이다.

이번 민간택지 상한제나 과거 임대주택 공급 의무가 관리처분계획 단계를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이유는 규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이 66곳 6만8000가구다.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이 20여곳 3만가구다. 이 사업장들에서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할 수 있는 물량이 서울 전체 1만5000가구, 강남권 8000가구 정도다.

임대주택 공급 의무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를 제외하면 4만3000여가구가 규제를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소급입법 금지·신뢰 보호 위반"

임대주택을 예상하지 않고 관리처분계획을 세운 조합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조합들은 2005년 “ 관리처분계획인가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경우도 임대주택 공급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소급입법 금지 원칙 또는 신뢰 보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일반분양까지 마치지 않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입법으로서 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그런데 이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5대 4였다. 헌법재판관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에도 적용하면 임대주택 건립으로 분양수익이 감소해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게 되고, 증가하는 추가분담금으로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철회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 보호의 원칙을 위반해 사업시행자 및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었다.

여기서 '임대주택 건립'이라는 문구를 '분양가상한제'로 바꾸면 현재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과 같아진다.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지금은 임대주택 공급 의무의 위헌 논란보다 사정이 더 복잡하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건축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위헌 결정 이유를 들었다. 임대주택 규모가 사업시행인가 이전에는 늘어나는 용적률의 25%, 이후 10%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택지 상한제는 사업 단계에 대한 고려가 없다.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철거하고 이주한 사업장이나 아직 사업계획도 세우지 않은 단지나 똑같이 일률적인 규제를 받는다.

현 정부가 2017년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으로 늦춘 적용 시점을 뒤집어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으로 규제 강도를 높이는 것도 소급입법 논란이 될 수 있다. 2017년 법령 개정 시행 당시 이미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장을 다시 소급해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한제 제외'라는 완성된 사실관계를 규율한다고 볼 수 있어서다.

정부 계획대로 확정돼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 기준이 위헌 심판대에 올라간다면 팽팽한 대결이 될 것 같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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