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흩어지는 먹의 파편… 감칠맛 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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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미, 심(풍경), 80×66㎝,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8


우리에게 그림과 글씨는 한 뿌리라더니, 김광미의 그림이 그 전형을 보여준다. 우리 미의식의 근원으로 귀의하고 조회함으로써 차별화된 서법적 화면이 그것이다. 글씨 자체를 심미적으로 구현한 양식과 유산들이 풍부한 환경, 특히 글씨에서 다채로운 조형적 모티브를 추출해내는 DNA를 가진 우리에게 그의 화면이 공감시켜 주는 것이 많다.

보통 종이 위에 모필로 이뤄지는 글씨는 획과 결구를 중시하기에 먹의 농담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정갈함을 추구하는 서예에서는 군더더기로 간주되는 자잘한 것들이 있다. 오히려 그림 같으면 감칠맛을 더해주는 요소로 선호될 수 있다. 화가의 눈썰미는 글씨 그 자체보다는 서법에서 발생되는 그러한 부수 요소들을 증폭시키기 위해 종이가 아닌 다른 질료로 눈길을 돌린다.

작가의 성취는 여운과 은유성을 자아내는 먹의 농담도 그렇지만, 갈필에서 파편처럼 흩어지는 입자들을 심미적으로 탐닉한 데 있다. 화면이 순간의 일필휘지로 보이지만, 거기엔 먹(안료)의 농담과 파편 같은 점들이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가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굵지도 않은 획의 비례, 글씨와 그림의 절묘한 접점인데, 이 또한 계산된 것일까. 아니 본능일지도 모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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