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해자 "날 지켜준다던 목사님...'그루밍 성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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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08. 오전 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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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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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목사, 중고생이던 피해자들에 접근
가정적으로 힘든 부분 상담하며 친밀도↑
목사 "책임지겠다, 내가 너의 보호자다"
관계 밝혀지자 "교회 무너지면 너희 책임"
 
그루밍 성범죄...주로 미성년자 대상
청소년, 가해자와 '연인 관계'로 착각해
現 13세 미만 성적 동의연령 높여야
최근 아동 대상 'SNS 그루밍 성범죄' ↑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피해자), 이현숙(탁틴내일 성폭력 상담소 소장)

인천의 한 교회에서 목사가 여성 청소년 다수를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파고들어서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에게 미래를 약속하는 척하면서 성적으로 이용을 했다는 게 지금 피해자들 주장인데요. 피해자가 무려 2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한. 그러니까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이건 무거운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인천 경찰은 정식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그 피해자 가운데 한 분을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신원 보호를 위해서 익명에 음성 변조한다는 점 여러분, 양해해 주시고요. A씨, 나와 계세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지금은 성년이 되신 거죠?

◆ 피해자> 네, 지금은 성인이 됐습니다.

◇ 김현정> 실례지만 나이가?

◆ 피해자> 20대 초반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인천에 있는 교회에 나가게 된 건 언제부터예요?

◆ 피해자> 고등학교 1학년 말부터 나가게 됐습니다.

◇ 김현정> 출석하던 교회의 담임 목사의 아들이었고 그 당시에는 그 교회 전도사였던 사람이 지금의 그 가해자? 교회 내에서 어떤 존재였어요, 그때?

◆ 피해자> 모든 사람들이 다 엄청 잘 따르고 되게 좋아하던 사람이었어요.

◇ 김현정> 그때 그 전도사의 나이는?

◆ 피해자> 30살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미혼의 30살, 청년 전도사. 훗날 목사가 됐지만. A씨한테는 어떻게 접근을 해 왔습니까?

◆ 피해자> 초신자였기 때문에 잘 챙겨주고 항상 연락도 따로 오고 따로 만나서 밥도 먹고. 그렇게 신뢰 관계를 쌓았고. 고민들 상담을 해 주면서 그런 저의 상황들을 잘 알게 되고 그런 것들을 많이 위로해 주고.

◇ 김현정> 고민도 들어주고. 이거 좋은 거예요. 그런데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좀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그 당시 상황이란 것이?

◆ 피해자> 그냥 가족적인 상황들?

◇ 김현정> 사춘기 소녀가 조금 견디기 어려운 가정적인 문제들이 좀 있었던 거죠?

◆ 피해자> 네.

◇ 김현정> 얼마나 위로할 데가 필요해요. 그런데 그런 부분을 잘 다독여주던 사람이었군요?

◆ 피해자>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다음에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겁니까?

◆ 피해자> 따로 만나거나 그러면 그런 스킨십 같은 것에 점점 더 자연스러웠던 거 같아요. 손잡고 안는 건 그냥 너무 당연하고 그냥 그다음부터는 '네가 나를 안아 줬으면 좋겠다, 나쁜 게 아니다.' 이런 인식을 가지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이거는 이 사안의 중대성을 알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질문드립니다. 더 깊은 성관계까지도 요구했던 건가요?

◆ 피해자> 싫다고 얘기를 하면 미안하다고 그 당시에는 얘기하고 자기가 네가 너무 좋아서 그랬다. 자기가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게 처음이다. 경험 자체도 자기도 처음이다. 그러다가 이제 성관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사실 종교적으로 또 상식적으로도 목회자가 10대 청소년한테 성적인 부분까지 요구했다는, 이건 말이 안 되는,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그 30살, 그 목회자가 몰랐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아주 잘못된 거였네요.

◆ 피해자> 너무너무 잘못된 거였죠.

◇ 김현정>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던 거예요?

◆ 피해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고 좋지 않았지만 그냥 너무나 믿고 정말 그런 사람이 자기도 처음이라고 하니까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구나. 약간 그런 생각도 했던 거 같아요.

◇ 김현정> 책임지겠다, 보호자다. 이런 얘기까지 했다면서요?

사진=자료사진
◆ 피해자> 네, 가정적으로 조금 온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다 알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내가 너의 부모다. 네가 대변, 소변도 다 못 가릴 정도로 아프게 돼도 나는 너를 끝까지 책임질 거다.'

◇ 김현정> 그 정도 말까지…

◆ 피해자> 되게 자주 많이 했었고 자신이 앞으로 해나갈 사역에 네가 너무너무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었어요.

◇ 김현정> 어려운 상황에 있는 청소년, 사춘기 소녀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린 거네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얼마나 지속이 됐어요, 몇 년간?

◆ 피해자>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고 작년까지.

◇ 김현정> 더 큰 문제는 지금 인터뷰하시는 A씨한테만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고 자그마치 그 교회 다니는 26명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 피해자> 네, 그렇죠.

◇ 김현정> 세상에. 그거를 아신 건 언제예요?

◆ 피해자> 작년 여름이었고. 그때는 저 포함해서 3명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단 걸 알게 된 건 올해였어요.

◇ 김현정>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그 3명, 4명은?

◆ 피해자> 한 친구가 어느 날 그 사람의 핸드폰을 보게 된 거예요. 그런데 저와 또 다른 친구의 대화 내용을 보니까 의심이 갈 만한 말들이 오갔던 거죠. 그래서 저희를 불러서 얘기를 함으로써 저희가 알게 됐어요.

◇ 김현정> 그렇게 하나둘 파고든 것이 26명까지.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불러다가 얘기를 하셨을 거 아니에요. 그때 뭐라고 그래요, 그쪽에서?

◆ 피해자> 이게 교회가 무너지는 문제다. 내가 처벌받고 이런 거를 떠나서 교회가 무너지는 건 아니지 않냐. 그렇게 교회가 무너지면 너의 책임도 있는 거다.

◇ 김현정> 교회 생각해서 참아라, 이런 식으로?

◆ 피해자> 네, 맞아요. 자기는 하나님한테 이미 용서받았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 김현정> 하나님이 들으시면 정말 슬퍼하실 일인데. 담임 목사, 그 가해 목사의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게 그 무렵이라면서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아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명분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뭐라고 얘기해요?

◆ 피해자> 결혼한 사람도 아니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처벌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이용해서 교회를 무너뜨리는 건 나쁜 거다. 그 사람들 이단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많이 했어요.

◇ 김현정> 피해자들을 이단이다, (목사를) 몰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단이다?

◆ 피해자> 그런 식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계속 덮으려고 했었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나서야겠다 하면서 기자 회견까지 피해 여성들이 모여서 하게 된 건 어떤 계기입니까?

◆ 피해자> 교회를 나왔던 언니를 만나서 그 언니랑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 언니도 똑같은 피해를 입었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날 저녁에 바로 담임 목사님과 그 아들 목사한테 전화를 해서 이거는 더 이상 덮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얘기를 하고서 그 뒤로 공론화하려고 계속 노력을 해 왔어요.

◇ 김현정> 도대체 그 교회 규모가 얼마나 되는 교회입니까?

◆ 피해자> 한 200명 조금 넘을 거예요.

◇ 김현정> 200명이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전체 신도가 할머니, 할아버지, 애들까지 200명밖에 안 되는 교회에서 26명이 피해자였다고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그 26명이 다 성관계까지 간 겁니까?

◆ 피해자> 네, 거의 그렇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이게 더 공분을 자아내는 것은 26명의 피해 청소년들이 대부분 다 뭔가 의지할 데가 필요하고 이야기할 어른이 필요하고 이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었다면서요?

◆ 피해자> 그런 사람이 많았고 되게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더 쉽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김현정> 참 들을수록 심란한 얘기네요. 그런데 지금 그쪽에서는 뭐라고 얘기하느냐 하면 '미혼의 남성과 미성년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혼 여성이 서로가 좋아서 만난 거 아니냐. 다만 그게 1명이 아니고 2명, 3명이었을 뿐이지 그게 범죄는 아니다' 라고 주장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피해자> 그 사람이 전도사가 아니었다면 그런 관계를 갖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한테 어쨌든 신앙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너랑 나랑 이렇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라는 식으로까지 얘기를 했었거든요.

◇ 김현정> 어떤 위력, 그 사람이 교회 내에서 가진 지위. 이런 것들이 분명히 이 관계에 작용했다는 이야기를 지금 피해자들이 공통되게 하고 있는 거예요.

◆ 피해자>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목회자에게 한마디 하시겠어요?

◆ 피해자> 트라우마 치료까지 받고 이제 앞으로 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어떻게 그게 결혼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 김현정>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 더 이상은 이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야겠다 결심하신 것 지지하고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피해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인천에서 벌어진 한 목회자의 그루밍 성범죄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지금 계속해서 '그루밍'이란 말을 쓰고 있어요. '그루밍 범죄, 외국말이다 보니까 참 어려운데 도대체 이게 뭔가. 또 이번 인천 사건을 그루밍 성범죄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건지. 전문가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탁틴내일 성폭력 상담소의 이현숙 소장 만나보죠. 소장님, 안녕하세요?

◆ 이현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루밍. 요사이에 많이 등장하는 용어인데 외국어다 보니까 좀 어려워요.

◆ 이현숙> 네, 좀 어렵습니다.

◇ 김현정> 이거 뭡니까, 그루밍 성폭력?

◆ 이현숙> 피해자로 단장하다, 길들이다. 이런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피해자로 길들이다?

◆ 이현숙> 네, 먼저 피해자를 대상을 물색한 다음에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취약한지를 찾아내서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고 고립시키고 통제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가면서 서서히 피해자로 길들여가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일반적인 성폭력 하면 강압적이고 협박하고 이래서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건데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 거예요?

◆ 이현숙> 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일 경우에 그루밍 성범죄인 경우가 많다라고 얘기하는데요. 아무래도 미성년자들 같은 경우에는 자기한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성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인지 잘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때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외형적으로 볼 때는 '동의에 의한 성관계'로 보이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이 인천 교회 사건에서도 가해자로 지목된 목사는 말합니다. '좋아서 벌어진 일이다. 합의하에 사귄 건데 다만 그 수가 많았을 뿐이지 이게 범죄는 아니다' 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이현숙> 교사가 제자를 성폭력한 경우에도 대부분 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선생님이든 목사님이든.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 이현숙> 특히 자기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호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이 성적인 친밀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죠. 설사 아이가 정말로 그 목사님 얘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인이라고 한다면 아이한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러니까 연인 사이와 다른 점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약한 고리가 있는…

◆ 이현숙> 그렇죠. 학대 피해자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왕따를 당하고 있다든지 경제적인 문제라든지 뭔가 갖고 싶은 게 있다든지 여러 가지 아주 크고 작은 것들이 전부 취약한 요인이 되기도 해요. 그리고 또 외국 같은 경우에는 성폭력 판단 기준이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동의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가 대등한가, 강요성이 있었느냐, 그거를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인 지적인 능력이 있느냐. 여러 가지 조건들을 보고 그 조건을 다 충족해야지 '동의한 성관계'로 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성적 동의 연령의 기준들을 다 가지고 있죠. 보통 16세에서 18세 사이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이 사람이 어떤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나이에서 사귄 거냐, 아니냐. 성관계를 가진 거냐, 아니냐의 기준선을 대부분 16세, 18세. 이렇게 보고 있다고요?

◆ 이현숙> 그렇죠. 거기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좀 낮은 편이에요.

◇ 김현정> 우리는 정확히 몇 살이 기준이에요?

◆ 이현숙> 13세 미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13세 미만이요?

◆ 이현숙> 대부분 13세 미만이고. 지난해에도 서로 사랑했다고 주장하고 주고받은 편지 이런 것들이 근거가 돼서 무죄가 된 경우도 있어서, 최근에는 이제 그런 가해자들이 그렇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그루밍 하는 과정에서 피해나가기 위한 증거를 미리 만들어놓는다든지 편지를 쓰게 한다라든지 이런 것도 많이 보이고 있어요.

◇ 김현정> 13세 미만의 (아이와) 성관계를 가지면 무조건 그것은 성범죄가 되는 것이고.

◆ 이현숙> 그렇죠.

◇ 김현정> 13세를 넘어가면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 그러니까 건에 따라 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거. 그런데 어쨌든 이번 인천 건 같은 경우에는 전문가가 보시기에 이거는 그루밍 성범죄입니까?

◆ 이현숙> 그렇습니다. 특히 목사와 신도 간에는 굉장한 위력이 존재할 수 있고 종교적인 이유도, 맥락도 있고 하기 때문에 신뢰감도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고 그랬을 때는 훨씬 취약할 수 있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상담소에 근무하시면서 여러 가지 그루밍 성범죄 사례들, 미성년자들이 찾아와서 상담하는 사례들 보셨을 텐데 어떤 거 기억나세요?

◆ 이현숙> 굉장히 어린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그루밍 돼서 그래서 자기 사진 찍어서 보내서 협박을 당하면서 계속 착취가 이어지기도 하는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 김현정> 꼭 만나서가 아니라 온라인상으로 요즘 워낙 SNS들 많이 하니까. 거기에서 길들여져요, 그 가해자에게?

◆ 이현숙> 네, 그렇죠. 또 온라인은 익명성이 있다 보니까 자기 속마음을 잘 드러내거든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아이의 취약성을 금방 파악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취약한 애들이 그루밍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자기한테 잘해 주는 (사람이) 그 성인이 유일한 존재일 수 있거든요. 그 사람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이게 부당하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도 그 관계를 거절하게 되면 유일하게 있는 자기가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의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거절을 잘 못 하기도 해요.

◇ 김현정> 내가 유일하게 내 속마음 털어놓고 의지하는 어른이 이 사람인데, 온라인상의 이 사람인데, 내가 이 사람이 나 누드 찍어서 보내달라는 거 거절하면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나랑 끊어지는 거네. 그럼 보내야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이현숙> 그럴 수 있죠.

◇ 김현정> 이거는 참… 진짜 어른들한테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에요. 맞벌이 부부들 많아지고 가족이라는 것이 굉장히 와해되고 있는 사회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특별한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평범한 가정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네요.

◆ 이현숙> 그래서 외국 같은 경우에는 그루밍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대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 이제 대표적인 게 보호자나 다른 어른들이 모르는 사적인 관계를 만드는 거를 금지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사실 온라인에서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따로 만남을 제안한다든지 아니면 선생님이 학교 밖에서 제자와 따로 만난다든지 아니면 집에 데려다 준다고 차량에 단 둘이 동승하는 거라든지 이런 것들 다 금지를 하고 있고요.

◇ 김현정> 아예 법으로 금지해 버려요, 그거를?

◆ 이현숙> 법으로 금지한 나라도 있지만 자체 지침 같은 걸로 해서, 선생님이 되기 전에 서약서를 쓰는 거죠. '이런 것들 하지 않겠다' 하고 서약서를 쓰고 그러고 선생님을 하거든요. 그런 식의 안전장치들을 마련을 하려고 하는 게 바로 아동 성범죄 중에 그루밍이 많이 있있는데, 그루밍이라고 하는 게 그냥 봤을 때는 이게 정말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굉장히 어려우니까. 그래서 타인이 모르는 사적인 만남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거죠.

◇ 김현정>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SNS라든지 이런 거를 통해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그루밍이 많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세계적인 분위기는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간다, 이 말씀이신 거예요?

◆ 이현숙> 그렇죠.

◇ 김현정> 우리가 좀 세계의 흐름에 비해서는 좀 느슨한 거네요, 그럼?

◆ 이현숙> 그렇죠. 저희가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 그동안에는 제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갔다고 한다면 이제는 섬세하게 성범죄가 어떤 것인지 알아가는 그런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이현숙 소장님, 고맙습니다.

◆ 이현숙> 감사합니다.

◇ 김현정> 탁틴내일 성폭력 상담소의 이현숙 소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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