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오미크론 변이 에이즈 섞여도 위험 없어…델타 변이 다음 대유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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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중환자실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며 델타 변이를 대체해 5차유행을 불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몇 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지키면서도 지금까지 남아공에서 나온 데이터 등을 봤을 때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새로운 유행을 시작할 것을 우려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새 변이 바이러스다. WHO는 26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를 신속하게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다른 변이에 비해 돌연변이가 많아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 효과를 회피하는 능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돌연변이가 50개 이상 있으며 이중 32개가 세포와 붙는 스파이크단백질에 있고, 세포와 직접 결합하는 부위에만 10개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론상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세질수록 치사력이 떨어지는데,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세다면 덜 위협적인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남아공에서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을 보면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겪고 있고 중환자는 아직 없다. 물론 아직 유행 초기이기 때문에 수 주가 지나봐야 중증화 위험 정도를 알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커질수록 치사력이 작아진다는 이론은 호흡기 바이러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델타 변이처럼 치사력은 그대로면서 전파력만 강해지는 쪽으로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도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을 2배 더 세지만 치사율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감의 경우 백신 접종률도 높고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있어 치사율이 낮아진다"며 "코로나19는 아직까지 확실한 항바이러스제가 없는데 의료적인 조치없이 자연적으로 치사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고 시간이 흐르면서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처럼 풍토화하겠지만, 이렇게 유행이 길어질수록 변이가 출현할 위험은 계속 커진다"고 우려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많아지면 세포 결합력이 떨어져 오히려 감염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들어갈 때 숙주세포의 효소가 이를 인지하고 잘라내는 부분이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숙주 세포의 이런 효소, 즉 퓨린프로데이스에 의해 절단되는 부분에 변이(P681H)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숙주세포의 면역계가 작용하는 부분에 변이가 일어나 전파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이 부분에 변이가 2개나 있어 전파력이 최대 5배나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에이즈 환자가 오랫동안 앓으면서 이같은 변이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에이즈 원인인 HIV 바이러스와 섞인 게 아니냐는 등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체에 HIV와 비슷한 변이가 있어 유전적으로 비슷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보다도 감염력이 1000배나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로 다른 두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섞였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에이즈 환자 몸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머물면서 여러 번 변이를 일으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메르스 유행 때도 면역력저하자에게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며 "면역저하자는 바이러스 입장에서 배양되기 좋은 숙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오미크론 변이가 면역저하자에게 최적화된 변이라면, 이 바이러스가 면역계가 강한 건강한 성인에게는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유럽이나 캐나다 등 이미 확진자가 나온 곳에서 전파 사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계통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는 현재 전세계 감염의 99.6%를 차지하는 델타 변이가 아닌, 지난 6월에 등장했던 바이러스의 후손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가진 돌연변이를 보면 알파 변이와 감마 변이, 델타 변이, 람다 변이와 각각 공유한 부분들이 있을 정도로 여러 변이의 합작품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 환자의 몸속에서 여러 변이가 한꺼번에 감염돼 섞인 것이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여러 변이가 동시감염된 사례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며 "변이가 일어난 부위 자체가 바이러스 증식할 때 변이가 잘 일어나는 부위이기 때문에 이런 공통점이 여럿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한 달에 돌연변이가 2개꼴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든 변이가 다 살아남는 게 아니"라며 "바이러스가 생존하거나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한 것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알파 변이는 현재 거의 사라졌지만 델타 변이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특화된 백신을 2~3개월 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김봉영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 기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을 표적으로 만들었으니 변이가 많을수록 당연히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면서도 "백신 효과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감염 예방 외에도 중증화 위험을 낮춘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를 높이면 그만큼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시키는 장벽 역시 높아지는 셈"이라며 "설사 결합력이 기존보다 떨어지더라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방어 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만큼 델타 변이처럼 오미크론 변이도 빠르게 확산할 것을 우려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28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에서 발견되진 않았지만 이미 상륙했다 하더라도 놀랍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충분히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아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면서도,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새로운 대유행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훈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자체가 변이의 폭이 크다는 점과 남아공에서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점유율이 커지고 있음을 봤을 때 전파력이 훨씬 높고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전파력과 백신 효과 감소 등 2~3주 데이터를 봐야겠지만 우선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보츠와나와 남아공에서 초기 확진자들이 발견된 뒤 WHO에서 우려 변이로 지정하고 다른 국가에서 감염자들이 나오는 데 단 2주 정도 걸린 것에 주목했다. 그는 "람다 등 그 전에도 여러 변이가 있었지만 이렇게 단숨에 우려 변이까지 지정될 만큼 빠르게 확산되지 않았다"며 "델타 변이 다음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다음 대유행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여러 임상 연구 결과와 중화능 시험, 실제 감염률 등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2~3주 정도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가 주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될지 명확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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