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 中사업 재편 가속…도요타에 렌터카 매각

입력
수정2021.09.08. 오전 10:34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중국시장 진출 10년만에
지분 100% 500억에 넘겨
베이징타워도 6월에 정리

韓기업, 속속 탈중국 행보


◆ 중국서 발빼는 한국기업 ◆

SK그룹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가 중국 렌터카 사업을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에 매각했다. SK차이나가 올해 베이징 SK타워 매각에 이어 중국 렌터카 사업에서도 철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재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7일 중국 산업계에 따르면 SK차이나는 지난달 SK렌터카 지분 100%를 중국 도요타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5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중국 SK렌터카 사업은 매년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지만 중국 사업 비중을 줄이려는 SK그룹 본사의 지시에 의해 결국 SK차이나가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도요타는 SK렌터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중국에서 단순 자동차 판매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중국 내 번호판 확보를 위해 렌터카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SK그룹은 지난 10년간 중국 시장에서 추진해온 렌터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SK는 2011년 금호그룹으로부터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면서 중국 렌터카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렌터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SK그룹은 2016년 중국 SK렌터카 보유 차량대수를 10만대로 확대해 중국 렌터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사업이 좀처럼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보유차량도 최대 5000대를 넘기지 못했다.

SK차이나가 핵심 사업부문이었던 렌터카 사업을 접으면서 부동산 등 사업영역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더욱이 SK차이나는 지난 6월 핵심 거점 건물인 베이징 SK타워도 중국 허셰건강보험에 매각했다.

이처럼 SK차이나가 계속 자산을 매각하면서 중국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중국 사업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SK차이나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과 베이징 건물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중국 내 유망 스타트업 투자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중국 사업을 축소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업체에 치이고 미중갈등 불안불안…"中사업 봄날은 갔다"


韓기업 잇단 中사업 철수 왜

한국기업 전체 中법인 매출액
2013년 정점 찍고 줄곧 내리막

삼성·현대차·LG·롯데그룹도
최근 3년새 잇달아 사업 접어

中정부 규제도 매출감소 요인
"의욕은커녕 철수 시기만 노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베이징 2공장과 창저우 4공장 매각 및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창저우 공장에서 한 직원이 대중국 전략 차종인 위에나의 각종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요즘 한국 본사에서 사업 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시가 자주 내려옵니다. 과거처럼 중국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강한 의욕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오히려 중국에서 철수할 타이밍을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중국 베이징 지사에 근무하는 한국 대기업 임원 A씨는 7일 매일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중국 사업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점차 중국에서 발을 빼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내 공장 등 자산을 팔아치우거나 사업을 축소 및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SK그룹 중국 지주사인 SK차이나가 베이징 SK타워와 SK렌터카를 매각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SK그룹은 과거 중국 시장에 가장 관심이 컸던 한국 대기업 중 하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앞세워 그동안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SK가 중국에서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서 중국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보아오포럼'에도 SK가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그런 SK에서도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는 등 중국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면서 중국 사업을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징 SK타워 매각 과정에서도 미·중 갈등 등 외부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중국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유동화하기 어려운 빌딩을 처분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측은 중국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 사업을 축소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 등은 철수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추가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며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중국 사업을 재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SK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중국 사업에 대한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대다수 기업은 중국 사업 축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점유율이 크게 추락한 현대차는 공장 매각에 나서고 있고 롯데는 이미 백화점과 마트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도 마찬가지다. 2019년 중국 내 스마트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중국의 개인용컴퓨터(PC) 생산 기지까지 문을 닫았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KOTRA 중국본부 관계자는 "과거 한국 기업 제품은 가성비가 좋은 물건으로 중국에서 통했지만 지금은 가격과 품질 양쪽에서 모호한 위치에 있어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급 물건을 찾는 사람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산 제품을 택하고 값싼 상품을 찾는 사람은 자국 기업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중 갈등과 중국의 무차별적 기업 규제가 한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가속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한국 기업 지사장은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제품들의 차별된 경쟁력이 점차 소멸되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과 중국 공산당 리스크가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 사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앞으로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중국 내 곳곳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어려움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매출 기준 1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매출 공시 기준 30개 대기업의 지난해 대(對)중국 매출은 117조1000억원이었다. 이는 2016년보다 6.9% 감소한 수치다. 중국 매출이 줄면서 30개 대기업의 전체 해외 매출 중 중국 비중은 2016년 25.6%에서 2020년 22.1%로 감소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중국법인 매출은 2013년 2502억달러(약 261조원)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법인의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한국 기업은 2015년 이후 중국 신규 법인과 총인원을 줄이고 있다.

2015년 737개였던 신규 중국법인 수는 2019년에는 467개에 그쳤다. 2015년 49만3000명이었던 중국법인 총인원 수는 2019년 41만4000명에 머물렀다.

이재수 전경련 지역협력팀장은 "스마트폰은 올해 반등을 예상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비즈니스는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미·중 무역분쟁이 진행 중이라 반도체 산업은 나아질 거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동남아시아 등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 기지 및 거점을 옮기는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