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독부 법통" 보수 모욕 김원웅 기념사, 정부와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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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6.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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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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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참석 정부 공식 행사서 발표
"이승만 친일, 박정희 반민족 정권"
보수 야권 "친일파 세력"으로 비난
"靑, 사전에 내용 알고도 방치한 셈"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보수 야권을 사실상 친일 세력으로 규정하며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자”고 말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같은 기념사 내용을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회장이 기념사를 사전 녹화하는 자리에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가 참관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15일 오전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에 녹화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틀고 있다. [KBS 화면 캡처]
이날 오전 10시부터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진행된 광복절 경축식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졌다. 김 회장은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직접 읽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와 달리 김 회장의 기념사는 지난 13일 백범김구기념관(서울 효창동)에서 사전 녹화됐다. 사회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함께 해서 영상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영상 기념사는 문 대통령 경축사에 앞서 공개됐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초대 내각에서 독립운동가를 하나씩 제거해서 친일파 내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고 했다. 또 “4ㆍ19로 이승만 친일 정권을 무너뜨렸고,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사실상 보수 야권을 겨냥해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된 친일 자산을 국고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 폐지하고 건국절 제정하자는 세력, 친일 교과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자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기념사 말미에는 “민족 정통성 궤도를 이탈해온 대한민국은 깨어난 국민의 힘으로 제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릎 꿇으면 다시 일어날 수 없다”며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이는 독립운동가들의 통한이 담긴 참된 애국의 기도”라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이 참석해 국민을 상대로 연설하는 정부의 광복절 공식 행사에서 보수 야권을 친일로 몰면서 '조선총독부 대한민국 법통'이라는 모욕적 비난을 공식 기념사를 통해 발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있다. 뒷자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같은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 측과의 조율을 거쳤다. 한 소식통은 “정부 측이 사전 녹화 전에 광복회로부터 초고를 받아 협의한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해 확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복절 경축식이 대통령 행사인 만큼 사전 녹화장에는 탁현민 의전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도 참석했다”며 “한마디로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하거나 동조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 회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를 친일파로 거명한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의 경우 행사장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번은 사전 녹화 아니냐”며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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