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부산 뮤지션의 시크릿플레이스

부산 중구 천재 뮤지션의 치유의 아지트, 찻집 '작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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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6. 07:30330 읽음

'온전한 휴식과 영감을 찾는 특별한 재능' _싱어송라이터 김일두


시대가 변하면서 아지트의 개념도 변해가고 공간 역시 변하게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한 장소에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장소라는 사실이죠. 아지트라는 말은 나만의 장소 혹은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그곳에서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것이 중요했고 적어도 그곳에선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놓치는 일은 없었기에 낭만은 살아있었습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은 동료들이 있는 곳,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한 뼘쯤은 더 행복할 수 있는 곳, 온전한 휴식과 영감이 함께하는 여러분들의 아지트는 어디신가요? 휴식, 영감, 치유의 공간인 싱어송라이터 <김일두>님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본인만의 숨겨진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받는 시간.
세 번째 순서는 바로 전국구 뮤지션, 부산 중구 천재 김일두 님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38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부산 중구 천재 김일두입니다. 회사 <두루미 흥업>의 사장이기도 합니다.

1978년 출생의 부산 싱어송라이터로, '곱고 맑은 영혼'을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자칭 '부산 중구의 어쩔 수 없는 천재'로서 오히려 서울에서 그를 위한 트리뷰트 앨범까지 발매할 정도로 타지에서 더 유명한 희한한 케이스. 같은 부산 출신인 김태춘, 김대중과 함께 삼김시대 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총 8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발매 앨범
문제없어요(2011, EP)
34:03 (2011, 정규)
곱고 많은 영혼 (2013, 정규)
달과 별의 영혼 (2015, 정규)
Life Is Easy (2016, 정규)
사랑에 영혼 (2019, 정규)
꿈 속 꿈 (2020, 정규)

Q. 뭔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강한 김일두님의 시크릿 플레이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A. 보통 자기가 오래 살았던 '우리 동네'가 제일 편하잖아요. 저는 이 동네(광복동 일대)에서만 40년을 살았습니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가 제 나이 24살 때니까, 벌써 20년이나 되었군요. 광복동에 있는 찻집, <작설원>입니다. 여기 오면 너무 편합니다. 누님('사장님'을 '누님'이라부름_이하 누님)도 좋고 차도 맛있고요. 음악적 영감을 많이 얻어 가는 곳입니다. 이곳이 1988년에 문을 열었어요. 34년째 운영되고 있는 유서 깊은 찻집이죠. 여기는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적어도 어린 시절의 저에겐 그랬어요. 뭔가 예술가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죠. 아지트? 맞아요. 아지트가 적절한 것 같습니다. 여기 근처에 '재즈창고'라는 공연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드나들던 예술가들이 항상 공연 마치면 여기 작설원에 모였거든요. 모임 이름이 '심전'이었던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 따라서 저도 여기 오게 되었어요. 그 뒤로는 엄청 자주 왔었죠. 요즘은 많이 못 오지만.

Q. 여기서 공연도 하셨던 거 같은데요? 포스터가 붙어있어요!

A. 네 했었어요. 2번 정도 했었나? 뭔가 이곳과 제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누님이 해달라고 해서 한 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여기서 공연은 잘 안 해요. 중구, 아니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좀 힘들어요.

작설원 붙어있는 김일두님 공연포스터, 입구에 붙어있는 오래된 공연 포스터들

Q. 코로나 때문에 그런 건가요? 부산에서 공연을 잘 안 하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음.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작설원은 내가 쉬는 공간이에요. 휴식을 취하고 음악적 영감을 받는 곳이죠. 소위 말하는 힐링하는 공간, 근데 여기서 공연을 하니까 일터가 되더라고요. 내 안에서 그게 약간 거부감이 들었어요. 이곳은 나의 일터가 아니라 쉬는 곳으로 남겨 놓고 싶었어요. 근데 이 생각이 확장되다 보니까, 중구나 부산까지 확대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부산에서 공연을 안 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일터와 쉼터를 구분하고 싶다. 모든 뮤지션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 같아요. 차를 자주 드시나 보네요. 직접 우려주시다니, 아주 능숙해 보입니다.

A. 원래 누님이 해주시는데, 누님이 요즘 몸이 좀 안 좋으시니까. 무리하면 안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해야지요. 이게 다 저 좋으려고 하는 일이에요. 여기 작설원이 오래 더 남아 있어야 제가 좋으니까요.

직접 차를 우려내 주시는 김일두님
사장님께서 과일과 약밥을 내어주셨다. 이곳은 메뉴판이 없다. 그날 사장님이 준비한 음식이나 추천하는 차를 주신다.
찻잔 뚜껑 냄새를 맡아보는 김일두 님. 차의 상태를 체크하는 거라고 한다.

Q. 원래 차 맛은 누구와 마시는 가가 결정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일두님과 함께라서 아주 좋은 맛인 것 같아요! 그런데 혹시 이 장소에서 만든 노래가 있을까요?

A. 있죠. 영감을 얻어서 가사에 쓴 노래가 있어요. <극동의 3리터>라고. 거기 한 구절이 있습니다.
"어느 귀한 찻집에서 꽃은 져도 잊지 않는다는 무심한 척 써 놓은 글귀에 이 작은 가슴은 벅차올라"
이 부분이 작설원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입니다.

Q. 그 노래 알죠! 일두 님이 배우로 출연도 하셨잖아요.

A. 네, 요즘 연기 연습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단역이라도 맡아서 해보려고요.

Q. 아하. 그렇군요. 저도 이곳에 오니 음악적 영감을 받아 가는 것 같아요! 혹시 작설원과 어울릴 것 같은 다른 뮤지션의 노래가 있을까요?

A. 흠... 김도영 같은 애들 음악이 어울릴 것 같은데.

누님 : 걔는 음악 안 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A. 아? 그런가요. 음악 할 것처럼 생겼던데. 걔가 음악 하면 아마 여기랑 잘 어울리는 음악 만들 겁니다. 임형원인가? 걔 음악도 어울릴 것 같네요.

누님 : 걔는 영화 시나리오 쓴다. 최근에 무슨 공모전 넣었다가 떨어졌다더라.

A. 아. 어쨌든 간에. 원래 어떤 공간이든 자주 오는 사람들이 음악을 만들면 무조건 그 공간이랑 잘 어울리게 되어 있습니다.

Q. 진짜 한참 웃었네요. (하하) 일두님은 부산에서 음악을 하시면서 좋다고 느낀 점은 뭐가 있으세요?

A. 부산은 조용해서 좋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조용함이 아닌, 공연도 많이 없고, 관객도 많이 없는 그런 조용함 말하는 겁니다. 부산의 음악씬이 조용해서 좋은 거죠. 예전에는 그게 단점으로 느껴졌어요. 왜 부산에서 활동하기가 이렇게 어렵나 생각하고 누군가를 탓하고 미워했었죠. 이제는 그런 생각이 안 듭니다. 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생각해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부산에서 활동해도 타지에서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으면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더라고요. 근데 이게 또 젊은 뮤지션 후배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저는 그렇습니다. 20년 넘게 활동하다 보니 그냥 다 좋습니다. 허허허

임형원 님의 깜짝 방문. 이것이 작설원의 힘일까!!

놀랍게도 인터뷰 도중, 일두님이 언급하신 '임형원'님이 갑자기 방문하셨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진짜 신기한 일이다. 이런 우연이 우리의 인생에 잠깐이나마 재미를 주는 게 아닐까. 그리고 작설원의 역사가 가진 힘일 것이다. '임형원'님은 영화 관련 일을 찾다 보니 부산을 떠나 서울로 직장을 구했다고 한다. 일두님은 이런 좋은 인재들이 부산에서 일자리를 못 찾아 서울로 떠나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Q. 소개할 때 언급하셨던 '38 언더그라운드 뮤지션'과 '두루미 흥업'은 정체가 뭘까요?

A. 제가 작년(2020년)에 자기소개할 때 저를 K-POP 가수라고 소개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웃더라고요. 근데 해외에서 보면 저도 K-POP 가수 맞잖아요? 그래서 계속 우기다가, 뭔가 차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K-POP 언더그라운드'였습니다. 근데 또 'K-POP'이 붙으니 맘에 안 들더라고요. 한참을 생각해 보다가, '38'이 생각났습니다. 38선을 뜻하는 '38'입니다.

그리고 '두루미 흥업'은 제가 만든 회사에요. 밴드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밴드 할 때 드럼 치는 사람, 베이스 치는 사람, 기타 치는 사람 따로 있던 것처럼. 제가 만든 노래를 편곡해 주는 사람, 스케줄 잡아주는 사람, 공연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 거죠. 회사라고 해서 엄청 체계적이고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만들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사운드'에 소속된 가수거든요. 근데 소속 가수가 자기 회사를 따로 만드는 건 원래 안될 일이지요. 그런데 저희 소속사에서 제가 하는 일들을 다 포용해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20년 가까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뚝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생계 때문이죠. 2019년에 다른 일을 해봤어요. 운전하는 일이었는데, 3개월 동안 수습직원으로 일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생활이 참 힘들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운전 중에 한국에 한 대밖에 없는 슈퍼카와 접촉사고를 냈었어요. 회사 측에서 잘 해결해 주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아 괜히 내가 잘 못하는 거, 안 해본 거 해서 돈 때문에 정신건강, 몸 건강 다 잃고 음악까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뒀습니다. 그러고 음악에 더 집중하기고 했어요.

Q. 일두님같은 천재 뮤지션은 음악만 하시면 좋겠어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산의 뮤지션들을 위한 어떤 공간이 생기면 좋을까요?

A. 어린 시절 제가 작설원을 예술가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처럼 여겼듯이 부산의 많은 뮤지션들이 모일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공연장도 있고, 버스킹도 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까 임형원 그 친구처럼, 부산 문화 예술판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이나 타지방으로 떠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하나라도 더 생긴다면 너무 좋습니다.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홍보하고 싶은 것 한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A. 두루미 흥업 1호 가수 '최광훈'의 1집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진짜 음악이 좋습니다. 제 이름 걸고 추천합니다. 많이 들어주세요. 그리고 작설원도 많이 찾아주세요. 누님이 잘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재충전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영감의 공간을 기다립니다. 


김일두 @kimildu
김일두님의 2021년 8월 신곡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두루미흥업


SP. 작설원
A.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35
O. 살짝 사장님 마음대로. 문이 잠겨있다 싶으면 전화 주세요^^

작설원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중앙로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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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이광혁
* 본 글은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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