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한국당, 성폭력을 정쟁 도구로”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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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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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여성단체들, 자유한국당의 ‘문희상이 여성의원 성추행’ 주장 규탄
“여성들이 수십년 싸워온 성폭력 운동을 희화하며 정쟁의 도구로 폄하”
“선거제 개혁이 ‘기득권 남성 정치’의 카르텔에 균열을 내는 기폭제”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성인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며 의장사퇴를 요구한 자유한국당이 역풍을 맞고 있다. 38개 여성단체들은 25일 공동 성명을 통해 “미투운동의 정신을 훼손하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정쟁 도구로 삼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25일 성명에서 “국회의장실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임이자 의원의 신체 접촉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나, 임이자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 앞의 위치로 자리 이동한 것은 애초 ‘여자의원 들어가라고 해’라고 부추겼던 자유한국당 동료 의원들의 계략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여성위원회의가 문희상 국회의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지민 기자


논란이 된 상황은 24일 선거제 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해 문 의장을 못나가게 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한국당 측은 문 의장이 본인을 막아서는 임이자 의원 배를 만졌고 ‘이러면 성희롱’이라는 지적에도 오히려 두 손으로 임 의원 얼굴을 쓸어 만졌다면서 성추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이날 오후 흰 장미를 들고 기자회견을 열어 문 의장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의장실 측은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에워싼 상태에서 임 의원이 양 팔로 문 의장 몸을 막아섰기 때문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현장에선 ‘여성 의원들이 (의장을 못나가게)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뒤 임 의원이 문 의장을 막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목소리의 주인공도 임이자 의원이었다.

여성단체들은 “물론 문희상 국회의장의 행동은 모욕감과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처였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반응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공식 행사 발언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낮은 수준의 성평등 인식의 결과라는 점에서 국회의장은 본인의 언행에 대한 심각한 자기 반성과 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마땅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해프닝을 성추행의 프레임으로 만들고, 미투운동의 상징인 하얀 장미를 사용하며 집단 행동에 들어선 자유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지금까지 성적 착취와 그에 대한 조직적 은폐로 침묵에 갇혔던 여성들의 용기로 주도된 미투운동의 정신과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여성운동이 수십 년의 역사에서 싸워온 성폭력 운동을 희화하며 정쟁의 도구로 폄하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문제적”이라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성추행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여성을 당리당략의 소모품으로 일삼는 자유한국당에 일조하는 여성위원회를 규탄한다. 자유한국당의 여성 지역구 30% 의무 공천안은 환영받아 마땅하지만, 여성 정치인들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여성의 정치적 위상을 축소하고, 반(反)성폭력을 향한 여성의 목소리를 왜곡하는데 기여한다”며 “자유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이 사건을 성추행 프레임으로 만드는 추악한 행태를 멈추라”고 규탄했다.

선거제 개혁법안 등을 막아선 한국당 기조 또한 비판했다. 여성단체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의 원칙을 파괴한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 24일 여야4당이 추인한 패스트트랙 안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보임건을 빌미로 국회의장실을 점령하여 2012년 국회 내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국회의 입법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무력화한 책임 또한 자유한국당에 있다”며 “그럼에도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추진을 의회 민주주의의 사망 선고라고 명명하는 것은, 자유한국당 자신이 의회 민주주의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역설”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제도의 입법안은 자유한국당의 구태 정치 행태를 예방하고,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디딤대가 될 것”이라며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기득권 남성 정치의 카르텔에 균열을 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며,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저질 정치에 종식을 고하는 계기가 되어 여성을 정략적 도구로 삼는 정치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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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저널리즘팀 노지민 기자입니다. 대통령실과 언론의 접점, 공영방송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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