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B-국악

뜨거운 풍류락 국악그룹 뜨락(TH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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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8. 07:30351 읽음

부산의 젊은 국악팀을 소개하는 시간.  B-국악 포스트 2탄! 국악그룹 뜨락(TH ROCK)

국악그룹 뜨락 (TH ROCK)

국악그룹 뜨락, 6인조 국악그룹으로 부산에서 최근 들어 가장 많은 공연을 하고 있는 국악팀인 것 같다. 길 가다가 공연을 본 적도 있고, 유튜브에서도 꽤 눈에 띄었기에 2번째 팀으로 선정했다. 일단 젊고, 외모 또한 출중하다. 전적으로 내 기준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까지 아름다우리라 믿는다. 대표곡을 찾아보았다.

일단 의상부터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퓨전국악 팀들이 검은색 정장 혹은 한복 스타일의 옷을 선택하는 데 비해 '뜨락'은 빨간색과 하얀색의 의상을 조합한 현대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눈에 확 들어오니 음악을 듣기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킨다. 악기 구성은 기존 퓨전국악 팀들과 크게 다른 건 없다. 하지만 도입부에 '레인스틱'을 사용한 것과 중간에 꼭 분위기가 달라지는 부분에 '소라고동'을 이용해서 눈길을 끈 것은 아주 좋은 시도인 것 같다. '해녀로소이다'는 용왕님께 간절한 마음을 빌어 힘껏 물질하러 가는 해녀를 1인칭 시점으로 드러낸 곡이라고 한다. 소리꾼(보컬)의 힘 있는 가창이 경쾌하면서도 애절한 한국적 보컬을 잘 살린 듯하다.

나는 해녀, 어머니 따라 배운 물질
바다 속 깊은 수심으로 들어간다
들어간다 들어간다
깊고 깊은 창파에 들어간다
<가사 중 발췌>

캐자캐자캐자캐자 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
전복미역소라멍게 문어고동 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캐자
<가사 중 발췌>

캐자캐자 부분이 중독성이 있어 귓가에 맴돈다. 축제나 공연장에서 많이 찾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다음 노래도 한 번 들어보자.

처음부터 베이스 리프가 중독적이다. 이어서 나오는 아쟁 선율은 굉장히 클래시컬하다. 베이스와 아쟁 두 악기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그런 생각도 잠시, 태평소가 들어오는 순간 이곡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평소에 태평소는 매우 시끄러워서 풍물(사물) 악기 반주에만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리듬 파트(드럼과 베이스, 피아노) 위에 태평소가 리드 선율을 연주하는데,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다. 곡을 잘 만든 것 같다. 과하지도 않고 어색하지도 않게, 태평소에 잘 맞는 옷을 입힌 것 같아서 즐겁게 들었다. 알고 보니 태평소 연주자 '김혜지'님이 작곡을 했다고. 그러니 태평소의 매력이 더욱더 잘 묻어난 것 같다.

"우리 국악이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이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 작곡가 김혜지 님 소개 글 발췌

국악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국악을 전공하거나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미 국악은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국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예술작품으로서의 국악'이 부족해서 그런 생각을 아직도 하는 것 같다. '씽씽'과 '이날치'로 이어지는 국악 열풍 속에서도 지역의 국악인들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잠깐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부산의 '루츠리딤'과 '뜨락'같은 지역의 국악팀들이 더 주목받고 유명해져야 할 것 같다. 아 말이 길었다. 다음 노래를 들어보자.

炎 염
"炎" 은 뜨겁다, 의 뜻을 지니고 있다.
- 곡 소개글 중 발췌
일단 처음을 말하고 싶은 것은 국악기 '징'에 대한 칭송과 감탄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심벌'류 악기들은 고정해놓고 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대한 울림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인데 우리나라 전통악기중에 '꽹과리'와 '징'은 기본적으로 손에 쥐고 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손으로 접지(악기에 손을 대는 행위)를 통해 뮤트(음의 울림을 줄이는 행위)를 하는 연주법이 잦다. 그런 특징으로 인해 국악리듬이 서양의 리듬에 비해 신비롭고 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염'이라는 곡의 도입부에 그런 특징들이 두드러진다. '징'으로 시작한 것이 매우 똑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리꾼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한데, 가사가 또박또박 잘 들리고 추임새가 쫙쫙 달라붙는다. 사설(말하듯이 부르는 부분) 파트도 조금만 어색하게 하면 아마추어 티가 확 나는데, '김다솜' 소리꾼의 내공이 느껴진다. 뒷부분에 나오는 '뜨 소리내고 악 소리내고 뜨 소리내고 악 소리내고 뜨악뜨악뜨악 뜨락'라는 가사에서는 자기 팀을 홍보하려는 의도를 재밌게 담아낸 것 같아서 매력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앞서 들은 곡들과 곡 진행 과정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용히 시작해서 점점 빨라지는 편곡. 뭔가 너무 공연을 염두에 두고 편곡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다른 곡도 한 번 들어보자.

이 곡은 ‘뜨락’의 창작곡은 아니고 핸드팬 커버곡으로 많이 올라오는 ‘조현’씨와 가야금 연주자 ‘주보라’님의 곡이다. 핸드팬과 가야금 두 악기로만 진행되는 곡인데 곡이 굉장히 좋다. 연주가 좋으니 좋게 들리는 것도 있겠지만, 악기 구성이 신선하고 좋아서 사랑받는 곡인 것 같다. 커버하기 쉽지 않은 곡인데, 뜨락 두 멤버가 아주 잘 연주한다. 핸드팬 안유진 님은 다른 영상을 보면 장구를 칠 때도 있고 카혼을 칠 때도 있고 모듬북을 연주하기도 한다. 타악 쪽으로는 굉장한 소질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핸드팬을 연주하는 뜨락 단원 '안유진' 님

뜨락의 대표 김혜지 님과 잠깐 연락을 주고받았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 말고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것이 없냐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아 저희는 술을 좋아해요"였다. '막내(안유진 님)가 제일 잘 먹고 언니들은 한물갔다'라는 말과 함께 술자리 분위기 메이커는 김다솜 소리꾼이라고. 막내 안유진 님은 취해도 끝까지 언니들을 챙긴다고 한다. 다른 팀과의 차별성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다른 퓨전국악 팀들은 섭외되는 공연 위주로 활동을 이어가지만 '뜨락'은 자체적으로 기획을 해서 진행하는 공연들이 많다고 한다. 하긴, 유튜브에 영상도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국악팀들 중에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기획 공연을 펼치고 있는 국악그룹 뜨락

부산에서 활동해서 정말 고마운 '뜨락'팀에 대한 리뷰는 여기까지다. 오프라인 공연이 쉽지 않은 요즘, 온라인을 통해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뜨락'을 보면서 역시 청년 국악인들의 열정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열정 절대 식지 말고, 지치지 말고 '씽씽'과 '이날치'를 뛰어넘는 국악계 대세 그룹이 되길 간절히 염원해본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어려운 이때,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뜨락'이 만든 곡 '바람따라'를 소개하며 마치려 한다. 뜨락 파이팅♡

부산의 젊은 국악팀들, 얼씨구! 지화자!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해다. 힘든 시기를 바람 따라 자연스레 흘려보내고 좋은 일만 가득한 세상이길 바라며,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곡이길 바라며, [바람따라]를 작곡하였다.
- 곡 설명 중 발췌


국악그룹 뜨락 @th_rock__
뜨락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지화자!


* 본 글은 ()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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