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측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만 피해자가 아니지 않나”…시민단체 "문희상 안, 일본 책임 지우고 피해자 입장 반영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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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7. 오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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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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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일단 사죄가 먼저다. 둘째, 배상은 일본 정부가 해야지 왜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조성한) 돈(화해치유재단 기금)은 일절 못 받는다. 돌려줘라’.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광주 나눔의 집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 시민단체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입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의장 안은 한일 양국기업의 기부금과 자발적 국민 성금 등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시민단체들은 문 의장 안이 일본 측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여러 과거사 문제를 한번에 청산한다고 봤다.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 한국 정부가 재단을 만들어 한·일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으는 방안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전혀 연관 없는 쪽을 끌어들이면서 일본 책임이 모호해지고 여러 과거사 피해자가 청산되는 게 이 안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들은 문 의장 안에 피해자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임 변호사는 “유족들은 가해자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 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문 의장 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고 했다.

2015년 말 피해자들이 배제된 채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중앙대 교수)는 “피해자 의사를 배제한 채 이뤄진 한·일 합의가 또 다시 반복되려 한다.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 문재인 정부가 재단에 남은 60억원에 의미 부여하며 일본 책임을 면탈하려 한다”고 했다.

문의장 안엔 화해치유재단에 남은 60억원도 합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 모욕하는 문희상 안 폐기하라”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문제 법적 책임 이행하라” “반인권 반역사적인 입법 추진 중단하라”는 요구사항을 외쳤다. 기자회견 직후 문 의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국회의장실에서 5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 이사는 면담 직후 “문 의장이 12월 안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관련된) 다른 의원들과 회의한 결과 의원들이 문 의장 안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문 의장 안에 없다’고 지적하자 문 의장이 ‘얼마든지 안에 포함할 것이다. 아직 정해진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문 의장 측은 ‘한·일 관계가 어려운데 (강제징용 등) 피해자들만 피해자가 아니지 않나. 한·일 경제 갈등으로 한국 국민들이 입은 피해를 고려하면 신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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