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획적인 병역 기피 실상 드러난 석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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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0.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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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 상대 행정소송 판결문 입수…"석현준 부모의 해외 영주권 취득 비정상적"

축구 국가대표 출신 석현준(30·트루아)의 병역 기피 실상이 재판 결과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석현준은 4년 전인 2017년부터 병역 기피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법 제3행정부는 2월4일 석현준이 경인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병무청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번 사건은 일단락됐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프로선수로서 군입대로 인한 손실이 많다는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시기를 예외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등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문에 따르면, 1991년생인 석현준은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0년 네덜란드 아약스에 입단했다. 이후 유럽과 중동 등지를 돌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6년 3월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

2018년 10월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이 2대1로 이기자 석현준이 기도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연합뉴스


병무청, 형사고발…여권도 이미 무효화돼

현행법에 따르면, 병역의무 대상자의 국외여행 허가 제도는 일반 국외여행(연장) 허가와 국외이주 사유 허가 등 두 가지다. 유학, 해외 취업 등을 목적으로 '일반 허가'를 받으면 만 27세까지 해외에 있을 수 있다. '국외이주 허가'는 본인이 영주권을 땄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같이 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최대 37세까지 해외 체류가 가능하다.

법원이 석현준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본 것은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봐서다. 석현준은 현역병 판정 직후 병무청으로부터 단기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헝가리, 프랑스 등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2017년 6월 석현준의 부모가 영주권을 따낸 부분이다.

2016년 3월부터 석현준은 병무청에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해 병역의무를 연기하고 있었다. 병무청에는 해외 선수 생활을 이유로 들며 병역을 이어갈 수 없다고 하고선, 또 다른 편에선 부모가 해외영주권을 신청한 것이다. 석현준의 부모는 석현준이 헝가리 프로팀 데브레첸 VSC에서 뛰고 있던 2017년 6월17일 헝가리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리곤 또다시 병무청에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병무청은 이를 거부했고, 행정심판에서도 기각당하자 2018년 12월 '3개월만 국외여행기간을 연장해 주면 반드시 귀국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썼다. 당시 병무청은 '입영 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할 수 있도록 3개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국외여행을 허용·연장해 줄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이를 허락했다. 그러나 석현준은 기간 만료 직전 또다시 '부모의 해외영주권 신청'을 이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요청했다.

이 역시 거절당하자 또다시 행정심판을 냈다. 두 번째 행정심판 청구마저 기각되자 이번에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신청했고 결국 지난 2월4일 패소했다. 석현준은 2019년 4월1일부로 '국외 불법 체류자'가 됐으며, 2019년 공개된 병역 기피자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갔다.

법조계에선 병역의무자의 부모가 실질적인 삶의 터전을 해외로 이전해 그 자녀에게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보장에 국외여행 허가의 취지가 있다고 본다. 재판부도 판결문을 통해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원고(석현준)의 부모가 국외 이주를 목적으로 실질적으로 생활근거지를 국외에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석현준 측 "애초 병역 기피할 의도 없었다…군대 갈 것"

판결문에 따르면, 석현준 부모는 2017년 2월 헝가리에 입국하자마자 4개월 만에 투자이민 방식으로 영주권을 따냈다. 재판부에 제출한 헝가리 데브레첸 소재 주택 임대차계약서에 대해서는 "현지 정착생활을 하였다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자신들의 국외 거주 요건을 보강하기 위해 서둘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도록 한국 내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임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일반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헝가리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다는 석현준 측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영주권을 취득한 이래 1년간 아무런 수입이 없었다는 점은 유럽에서 사업을 목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것과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또 석현준 부모가 헝가리 영주권을 따낸 뒤로부터 2년 동안 한국에서 300일 넘게 체류한 것도 해외 이주로 보기 힘들다고 봤다.

현재 병무청은 병역법 94조(국외여행 허가 의무) 위반 혐의로 석현준을 형사고발한 상태다.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도 요청됐다. 현재 석현준의 여권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석현준의 해외 활동도 타격을 받게 된다. 귀국 시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게 되며 이와는 별개로 병역도 이행해야 한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석현준의 부친인 석종오씨는 국내 모처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소는 하지 않을 것이며 트루아와 계약이 끝나면 현준이가 늦어도 서른여섯까지 반드시 국내로 들어와 군대를 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석씨는 인터뷰에서 "와인·거위털 무역사업을 하려고 영주권을 땄으며 애초부터 병역을 기피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석현준은 현재 프랑스 2부리그 트루아로 가기까지 10년간 11번이나 팀을 옮겼다. 활동한 국가만 네덜란드·포르투갈·사우디아라비아·터키·헝가리·프랑스 등 6개국이다. 국가대표 A팀에서는 15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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