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시기 다가오며
공직사회 묻어가려는 속셈
올해만 인건비 10조원 늘어
금융위기때는 2년간 동결
6일 공무원보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첫 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무원노조, 한국공무원노조는 내년도 임금을 4.4%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공보위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공무원 처우개선율)을 정부에 자문하는 기구다. 고용노동부·교육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들이 정부 위원으로, 3개 노조가 노조 위원으로, 노·정 양측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공익위원으로 참여한다. 지난해 공보위는 2.8~3.3%의 권고안을 제시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반영해 올해 인상률을 2.8%로 결정했다.
내년도 인상률이 공무원노조가 제시한 4.4%로 확정되면 2011년(5.1%) 이후 10년 만에 최대폭의 임금 상승이다. 이미 올해도 공공부문 인건비 증가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내년에도 최대폭의 상승이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공공부문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수(피고용자 보수)는 158조3376억원으로 전년(148조4768억원)에 비해 6.6%(9조8608억원) 늘어났다. 공공부문 인건비 증가폭은 통계를 작성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물론 이는 공무원노조 측의 최초 제시안일 뿐이다. 최종 제시안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정식 의견 교류가 오간 것은 아니고, 논의 중"이라며 "공보위가 범위를 정해서 권고안을 제시하면 기재부가 그중에서 선택해 예산안에 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4.4%의 인상안은 사회적 고통분담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안정적인 공직부문에서 먼저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2009~2010년 2년 연속으로 공무원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특히 지난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 합의문 서명식이 불발된 상황에서 각종 수당 인상과 직무급제 폐지를 들고나오는 것은 공무원노조의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4.4% 인상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에 담기더라도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될 수도 있다.
또 공무원 보수 결정 시기와 최저임금 결정 시기가 맞물리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업혀 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빈축을 산다. 공보위는 9일 2차 소회의를 연 뒤 15일 본회의에서 인상률을 확정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13일로 예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본 뒤 결정하려는 것인데, 최저임금이 오른다면 공무원 인건비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제출했고, 경영계는 올해보다 2.1% 삭감한 8410원을 내놨다. 7일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수정안을 제출하지만 지난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불발되면서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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