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인재, 꼭 공대생이여야 할까? 선입견 거부한 '42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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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04. 오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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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프트웨어(SW)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018년 12월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 선도인재 집중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비학위 2년 과정의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해 매년 SW 인재 500여명을 양성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지난 1일 그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 주도로 설립된 비학위 교육기관이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혁신 교육 과정을 도입해 우수한 SW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고, 서울시가 공간을 지원했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난 자기 주도적 SW 학습 시스템 만들고파


“지금의 한국 SW 교육 시스템의 문제는 주입식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이지 않지요. 이런 것을 타파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에꼴42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42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SW 인재를 찾는 이유입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대외협력과 교육팀을 맡은 강현숙 팀장은 기존 교육 시스템으로는 SW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코딩 등을 포함한 SW 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에 코딩 열풍이 들었다. 영어랑 수학을 배우듯이 학원에서 코딩을 배운다. 코딩 과외까지 생겨났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정해져서, 특정 지식을 전달한다. 빠르게 지식을 쌓을 순 있지만, 창의성과 도전정신,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문제를 풀고 답을 알아내는 결과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대외협력과 교육팀을 맡은 강현숙 팀장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배움의 과정에 더 집중했다. 교육기관이지만 교수도, 교재도, 학비도 없는 프로젝트 중심의 수준별 자기주도 학습인 에꼴42 프로그램을 42 서울에 고스란히 녹인 배경이기도 하다. 42 서울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동료와 협업해 지식을 쌓고, 공유하고, 확장해야 한다.

“대학교를 나온다고 누구나 다 쉽게 코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학원에 다녔다고 해서 코딩 실력이 증명되는 건 아니지요. 저희가 졸업생 몇 명을 양성해서 내보낸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학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을 찾는 SW 개발 방법론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에꼴42에서 영향받은 42 서울, 자기주도적 SW 인재 찾는다


42 서울의 토대가 된 에꼴42는 2013년부터 프랑스에서 운영하기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42 서울은 첫해엔 에꼴42 프로그램과 똑같이 운영한다. 프로젝트 기반의 철저한 자기주도 학습과 동료와의 협업으로 게임을 하듯 소프트웨어를 가르친다.

온라인 지원자 대상으로 논리력과 기억력을 테스트하고, ‘라 피신(La Piscine)’이라고 하는 집중교육 과정을 진행한다. 라 피신 기간엔 지원자 모두 한곳에 모여 매일 나오는 과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과제 난이도는 처음에 쉽게 시작해 차츰 어려워진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차츰 벤치마킹을 통해 자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널린 게 정보인 시대입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요. SW 개발 지식도 중요하지만, 학습 의지와 동기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학습 방식이 아닌 학생 서로가 협력해 학습하고 서로를 평가하며 성장하는 에꼴42 교육을 도입한 배경이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생각하는 교육은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과정을 2년 동안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하고요.”

|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42 서울’이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적으로 교육생 모집 설명회를 진행했다.


물론 기본 가이드라인은 있다. 기본 프로젝트는 주로 C언어를 사용하는 유닉스 개발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 프로젝트 이후에는 자바, 스위프트, C++ 등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학습한다. 어떤 언어를 주로 공부할지는 프로젝트 성격을 파악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준다.

42 서울엔 인터십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다른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본인 스스로 인턴십을 구해야 한다. 정해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기업과 학생 간 만남을 주선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기업과 만남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인턴십 자리를 구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이 진행된다.

42 서울은 오는 11월30일까지 교육생을 모집한다. 코딩 경험이 없어도 성인 또는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자이면, 성별, 경력, 국적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지원자 대상으로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교육공간, 100여만원에 이르는 교육 지원금을 제공한다.

“뭔가 만들고 싶은 사람이 오면 좋겠습니다. 42 서울은 코딩 점수가 몇 점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교육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컴퓨터공학과 등 전공자라고 해서 유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전공자가 훨씬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궁금한 게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뭔가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이지영 기자(izzien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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