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대신 신발에 투자한다”… 2030세대의 ‘스니커테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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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05. 오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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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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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돈으로 취미와 투자 동시에
여간해선 손해 보지 않는 장사… 한정판은 ‘부르는게 값'

20~30대 젊은 층이 주식이나 가상화폐(코인)를 넘어 스니커즈(운동화)를 투자수단으로 활용하는 ‘스니커테크(sneaker teck·스니커즈와 재테크의 합성어)’에 뛰어들고 있다. 주식이나 코인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아 시세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데다, 10만원대의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로또처럼 신발 응모에 당첨이 돼 되팔기만 하면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고, 중·장년층에 비해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 등도 2030세대가 스니커테크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리셀할 예정인 운동화들. /독자 서승완씨 제공

“GD 운동화로 35만원 벌었어요”

대학생 황인성(25)씨는 한정판 운동화로 꼽히는 나이키 ‘피스마이너스원'을 20만원에 구입한 뒤 55만원에 되팔아 35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 운동화는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GD)이 나이키와 협업해 입소문을 탔던 제품이다.

황씨는 나이키 홈페이지에서 하는 응모를 통해 당첨이 돼 피스마이너스원을 구매할 수 있었다.

유명 연예인이나 명품 브랜드 등이 협업해 출시되는 운동화는 수요가 많아 큰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황씨는 “한정판 운동화는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팔아도 이익이고 소장해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주 응모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이나 코인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지만, 명품가방이나 시계처럼 운동화는 눈에 보이는 실물이고 높은 가치를 뽐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고모(25)씨도 신발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한정판 운동화에 응모하다가 우연히 당첨된 후 운동화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껏 수집한 신발을 현재 시세대로 모두 되팔면 매입한 가격에 비해 약 60%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가 가지고 있는 신발 종류들. 총구매가와 평가손익이 표시돼있다. /독자 고씨 제공

주식·코인처럼 돈 잃을 걱정 없어 안정적

틈날 때마다 운동화 응모를 하고 있다는 대학원생 서승완(25)씨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은 투자위험이 큰 데 반해 스니커테크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응모에 당첨돼 정가로 구매하기만 하면 정가 이상으로 다시 되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어서다. 인기가 많은 제품의 경우 시간을 두고 보관한 뒤에 팔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도 있다.

최근 20~30대가 많이 투자에 나서는 가상화폐의 경우 다른 자산에 비해 시세 변동성이 크다. 4월 말 암호화폐 거래소에 새로 등장한 ‘아로와나 토큰’은 코인당 50원에 상장해 30분 만에 1075배에 해당하는 5만원대를 찍었지만, 다시 8000원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서씨는 “최근 유행하는 코인처럼 한꺼번에 큰 돈을 벌지는 못해도 스니커테크는 당첨만 되면 적어도 손해는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적은 돈으로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기 어려워졌고, 비교적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비트코인도 수천만원대로 오르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식이나 코인은 손해 볼 가능성이 높고 너무 유동적이라서 불안감이 형성되는 것 같은데 운동화의 경우 손해는 적고 저렴한 돈으로 안정성 있는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운동화 리셀 중개 플랫폼은 ‘치킨게임’ 中

국내에서는 운동화를 되파는 ‘리셀 플랫폼'의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해외 리셀 플랫폼의 경우 운동화를 사거나 팔려면 일정 금액의 수수료가 붙는데 국내 운동화 리셀 플랫폼은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가 없는 곳이 많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플랫폼 ‘크림(KREAM)’,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가 만든 ‘솔드아웃’, 플랫폼 회사 ‘KT엠하우스’가 만든 ‘리플’, 국내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블루’가 만든 플랫폼 ‘엑스엑스블루(XXBLUE)’ 등이 운동화 리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리플의 경우 4월 한달간 10대와 2030 세대 이용자가 80%였고, 엑스엑스블루 역시 회원 16만여명 중 80%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인 18~34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시세에 따라 소비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운동화 브랜드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국 STOCKX 홈페이지 캡쳐. /이신혜 인턴기자

미국에서도 인기 있는 스니커테크

스니커테크 열풍은 국내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세계 최대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StockX)’는 창업한 지 3년 만에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템플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이윤서(22)씨는 미국에서도 스니커테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스톡엑스’에서 밀레니얼 세대 간 온라인 거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씨 역시 13만9000원에 산 나이키 ‘조던 1 미드’ 모델을 21만9000원에 팔아 8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은 작년 7월 보고서에 2030년까지 전 세계 리셀 시장 규모가 거의 300억달러(한화 약 34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60억달러(한화 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릴적부터 인터넷에서 사고파는 것을 많이 경험한 뒤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으며 투자 방법을 찾고 있다”며 “특히 운동화 재테크는 적은 돈으로 취미와 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사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심민관 기자 bluedragon@chosunbiz.com]

[이신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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