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촬영' 혐의 교장 긴급체포... "신고 말라" 회유

입력
수정2021.10.29.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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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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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A초 교직원 여자화장실 휴지곽에서 '불법 카메라' 확인... 교장이 신고 막아 다음날 신고

 
 경기 안양 A초등학교 여교직원 화장실에서 발견된 불법 촬영 카메라
ⓒ 제보자

 
초등학교 여 교직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 설치 혐의로 긴급 체포된 경기 안양의 공립 A초 B교장이 직원들에게 "신고하지 말라"고 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경기교사노조와 A초 교사들에 따르면, 불법 카메라가 발견된 지난 27일 낮 12시 30분 이후 B교장은 교사들을 만나 몇 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B교장은 지난 27일 오후 1시 30분쯤 이 학교 교원 7명을 연구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우리 학교에 CCTV가 없고 불법 카메라에 찍힌 게 없으니 범인을 찾을 수가 없다"면서 "그러니 (경찰에 신고해서) 수사를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교장은 "모두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대질심문을 할 수도 있고 복잡한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신고하고 싶으냐"는 말로 교사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종용을 받고도 이 학교 교사들은 "범인 잡기를 원한다"면서 경찰 신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이 교장은 "그대들은 선생님인데 만약에 범인이 학생일 경우 어쩌려고 수사를 원하느냐"고 오히려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현행 경기도교육청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은 '불법촬영 카메라 발견 시 현장보존 후 지체 없이 경찰 신고'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B교장은 학교장이란 직위를 이용해 교사들의 신고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범인이 아이들이면 어쩌려고 신고하냐" 호통도... 결국 유력 용의자로 체포

B교장이 신고를 막자, 결국 이 학교 한 교직원이 불법 카메라 발견 하루 뒤인 28일 오전에서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28일 오전 이 학교를 곧바로 방문해 수사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B교장의 이상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경찰이 그의 휴대폰을 압수해 살펴본 결과 피해 여교직원들의 영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교장을 긴급 체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9일 오후 보도자료에서 "도교육청은 즉각적으로 사건 관계자(B교장)를 29일 직위해제하고 피해자는 보호를 목적으로 병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한 감사를 29일부터 시작했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12시 30분, A초등학교 한 교직원이 여 교직원 화장실의 양변기 주변에 놓여있던 곰 그림 휴지 곽 속에서 불법 카메라를 발견했다. 휴지 곽에 그려 있는 곰의 왼쪽 눈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다.
 
 경기 안양 A초등학교 여교직원 화장실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가 휴지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 제보자

 
"교장 주도 학교 불법 카메라 점검절차도 바꿔야"

A초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말 끔찍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우리에게 신고하지 말라던 교장의 수상한 행동을 보고 불안하고 배신감도 느꼈는데, 결국 그가..."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교장일 수 있다는 사실에 교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수사당국과 교육당국은 교사들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추가 피해는 없는지 낱낱이 조사해야 하며, 피해 선생님들에 대한 보호조치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교장이 주도해서 진행되는 불법 카메라 점검 절차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교장은 A초등학교에 근무한 지 4년이 되었으며, 직전 학교 교장 근무 이전에는 교육청에서 전문직으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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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교육전문기자입니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교육언론일꾼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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