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한인프로듀서 감금-폭행의 전말, 피해자 위증 진술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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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한인 프로듀서의 감금 폭행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2월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미국 내슈빌 감금 폭행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미국 내슈빌 외딴 집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인 남성이 여자친구를 감금 및 폭행한 일이 벌어진 것. 한 여자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갑자기 도로 한 복판에 뛰어들어 운전자들에 도움을 구했다.

피해자의 목격자는 "얼굴이 형태도 없고 전체가 짙은 보라색이었다. 나는 그런 얼굴은 처음 봤다", "얼굴이 부어있고 셔츠를 잡아당기면서 울길래 병원에 데려다줬다. 그런데 경찰에는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해자인 로키 신은 쟁쟁한 팝스타들의 앨범에 참여한 한국인 음악 프로듀서였다.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Golden Hour’,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도 신 씨의 녹음실에서 탄생한 것. 신 씨는 지난 2018년 12월 여자친구 백수연(가명) 씨를 감금,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백 씨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신 씨는 백 씨를 감금하고 청소기, 드릴, 머그잔 등으로 구타하거나 전깃줄로 목을 조르는 등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피해자의 상처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코에 물을 넣는 등 잔혹한 고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또 신 씨는 피해자의 나체 동영상을 찍어 협박하고, 끔찍한 성고문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냈다. 그날의 폭력은 밤 12시까지 진행됐다. 백 씨는 "상처에 뜨거운 물이 닿자 너무 괴로웠고 머리를 맞는 것보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목졸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감금 7일째 되던 날 백 씨는 신 씨의 집에서 도망쳤고 이웃 주민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 씨는 체포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이듬해 4월, 신 씨는 또 다시 백 씨를 감금 및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폭행을 당한 것은 총 세 번이었다.

그런데 행방이 묘연했던 백 씨는 공판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백 씨는 "사건 당시 저는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고 언어장벽과 공황장애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로키가) 제 동의없이 저에게 강간이나 성폭력을 한 적은 없다. 저는 이 사건 이전에도 우울증, 자해,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술을 마시면 블랙아웃 돼서 기억을 잘 못한다"며 신 씨와의 가학적 성관계로 즐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폭력을 당하면서도 왜 계속 신 씨 집을 찾아가고 자신을 폭행한 가해자를 감옥에서 꺼내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난 백 씨는 "'평생 몸종 계약서'를 썼다. 내 모든 것 하나가 그 사람 것이라는 거다. 과거에 어떤 사람들을 얼마나 만났는지 다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릎꿇고 회개하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로에 빠졌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피해자 비자를 노리고 자작극을 저질렀다는 신 씨 누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나. U비자(피해자 비자)를 바랐으면 그렇게 죽을만큼 맞겠나"라고 반박했다.



신 씨에게 다시 돌아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백 씨는 "제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뿌릴 거라고 했다. 예전에 끌려다녔던 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 나열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신 씨가 감옥에서 백 씨에게 건 전화 내용이었다.

또한 백 씨는 전화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의문의 암호가 적힌 노트를 공개했다. 커피 10잔, 라일락 5송이, 사이다 3병. 개구리 7마리, 사이다 3병, 라일락 5송이. 바지 1벌, 개구리 1마리. 막걸리 3잔, 개구리 2마리 등은 백 씨의 위증 진술서와 같은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신 씨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다. 10년 전에 이혼을 했으나 아이들 문제로 이혼하지 못했고 법적상으로는 부부 관계였다. 신 씨 아내는 백 씨가 위증 진술을 하도록 도와줬다. 또 백 씨에게 쌀을 주며 감금하기까지 했다. 심리 전문가는 이를 두고 "교주의 행동대장과 같은 모습"이라고 봤다.

7년 전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피해자도 있었다. 신 씨와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였다는 구원영(가명) 씨는 "'너는 맞아야 한다'고 몽둥이를 찾아오라고 해서 엄청 맞았다. '그 몽둥이로 직접 때리라'고 해서 100대 정도 (저를) 때렸다. 신 씨이지 않나. 자기가 로키교 교주라면서 절대복종을 해야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막상 데이트 관계가 되면서 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구 씨는 신 씨 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섰다.

또한 제작진은 이미 드러난 두 차례의 폭행 사건 외에 몇 차례의 감금 폭행 사건이 더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이후 백 씨는 법정에서 "저는 8개월 동안 그 사람 집에서 감금됐다. 감옥에 있어도 매일 그 사람 목소리를 듣는다"며 "이 진술서를 마지막으로 모든 걸 끝내고 싶었다"고 증언했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신 씨는 "백 씨를 폭력했느냐"는 질문에 "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백 씨와) 헤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보낼 수가 없었나 보다. 사랑한다는 게 현실하고 잘 연결이 안 될 때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배심원은 기소된 9개 항목 중 6개 항목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다. 이제 신 씨에 대한 형량 문제가 남아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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