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춘기 딸과 갱년기 아내, 누가 더 무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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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애 한의사
신정애 한의사

[서울경제] 요즘 진료 현장에서 갱년기 우울증에 시달리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 중 대다수는 밤잠을 설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다거나 얼굴에 열이 달아오르는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산책·등산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가까운 친구들과의 여행·수다로 해결하려고 하는 등 나름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갱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인데 안타까운 점이 가족이나 지인들의 반응이다. 본인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껴 주변에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도 허투루 듣거나 나이가 들면 원래 아프다는 반응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너무 자주 아픈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까 봐 집에서는 불편해도 가족들 앞에서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몸의 변화는 사춘기와 비견하지만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면 아직은 유난스러운 어른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여성 건강의 심각성을 실제보다 간과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부 남성들은 사춘기 딸보다 갱년기 아내가 더 무섭고 걱정된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바로 가족들의 관심과 호응이 필요하고 산책이나 여행·운동 시 적극적으로 가족이 동참해줘야 갱년기 증상이 완화된다.

폐경기 여성들에게 육체적·정신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여성호르몬이 주된 원인이다. 여성호르몬은 월경, 임신과 출산, 폐경 등의 생식기 현상뿐 아니라 치매, 심혈관, 뼈, 눈, 치아, 피부 건강 및 지방 분배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35세가 지나면 난소 기능이 저하되며 그 분비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갱년기 증상은 폐경 전후 평균 4~7년 정도, 심한 경우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어 여성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여성이 이 시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차는 있지만 여성이 폐경에 이르면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증상 외에도 고혈압·부정맥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골밀도가 낮아져 골다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의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건강 관리에 어느 때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갱년기에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체지방이 쉽게 축적되고 체형이 변하기 때문에 영양 균형에 신경을 쓰고 본인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병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갱년기에 좋은 적절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백수오·한속단·당귀를 배합해 추출한 천연 소재가 우울증·불면증·안면홍조·관절통 등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골밀도 증가, 퇴행성 관절염 개선 효과와 함께 유방암 같은 에스트로겐 활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근거도 확보돼 있다. 어떤 식품을 선택하든지 효능과 안전성을 꼼꼼히 확인해 여러 연구로 검증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증상을 호소하고 괴로워하는 여성에게 귀 기울이고 동참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여성 자신도 자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많은 여성이 아름다운 인생 제2막을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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