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후기, 실화를 바탕으로 잘 만들어 '재미있다'보단 '좋다'가 어울린다.

프로필

2017. 8. 3. 18:17

이웃추가
8월 2일 개봉
영화 <택시운전사> 후기
그때의 이들은 정말 어땠을까.

주변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 지역의 상황은 유일하게 그곳에 대해 말하는(사실은 거짓이었던) 뉴스만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알려지지 않았던 1980년 5월의 광주.

그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 대표적인 작품이자 피해를 입었던 광주의 인물들이 겪는 상황을 그린 <화려한 휴가>와 달리, <택시운전사>는 광주의 상황은 전혀 모르던 서울에서 거주하고 일하던 택시 기사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챈 독일 기자가 동행하여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5·18 민주화 운동의 경우,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피해를 입게된 그 지역의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다면 결국 그 이야기는 슬프게 흘러가거나, 혹은 슬프게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타지인(혹은 외부인)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약조절이 탁월한, 혹은 흐름이 매끄러운 작품이었다.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영화 <택시운전사> 줄거리

서울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만섭(송강호)은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통금 전에 서울로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낼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택시비로 준다는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을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한다.

어떻게든 광주로 가야만 택시비를 받을 수 있는 상황,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가까스로 도착한 그곳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위험해 보이는 상황을 마주한 그는 서울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광주의 택시기사 황태술(유해진)의 도움을 받고 그곳을 촬영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면서 만섭은 혼자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딸에 대한 생각에 초조해진다.


외부인의 시선,
그렇기에 표현할 수 있었던 감정

후기의 도입부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던 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모른 채 마주하게 된 이들의 시선을 따라간다는 부분이 다른 작품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던 이들의 시선에서는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이들이 이 상황을 방관하거나 그저 무시하는 것이 아닌, '기자'로서의 사명과 '기자'로서의 최선을 보여준다. 다만, 이들도 사람이기에 고민하는 상황들의 연속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을 제대로 강약조절을 하는 느낌이다.

엄청난 현실 혹은 상황에서 마냥 도망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두 팔을 걷고 나설 수도 없는, 두 사람 모두 각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는 두 외부인(혹은 타지인). 그렇기에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질질 끌지 않고 곧바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혹은 해야만 하는 모습을 그려내어 감정의 치우침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지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더 존재하는

아마 후반부, 광주 택시 기사들이 두 사람을 돕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조금 극적인 전개를 위해 살짝 무리하지 않았나 싶다. 실존 인물 위르겐 힌츠페터와 김사복.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광주의 택시 기사들과 대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위르겐 힌츠페터의 인터뷰도 있으니, 이러한 부분을 극에 맞게 조금 각색하면서 과하게 연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 이외의 장면들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분에서 한쪽으로 치우쳐 관객의 감정을 흔들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아 좋았다. 조금 더 격하게 말하면, 일부러 울게 할 만들려고 하는 신파가 없어서 좋았달까.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안타깝거나 슬픈 장면은 등장하지만, 슬프게 마무리할 수 있는 실화 영화의 결말을 최대한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가 느껴져서 좋았다. 다만, 곧바로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영상이 엔딩크레딧 직전 영상으로 오르면서 쏟아지는 감정은 막을 수가 없었다.


송강호 & 토마스 크레취만,
이들이 보여준 두 캐릭터가 이끄는 이야기

참고로 영화는 김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 두 캐릭터의 모습이 거의 주를 이룬다. 정확히 말하면, 이 두 캐릭터가 영화의 이야기를 거의 이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유해진이 맡은 황기사, 류준열이 맡은 구재식, 박혁권이 맡은 최기자, 최귀화가 맡은 사복조장 등 다른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가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긴장감 있게, 혹은 유쾌하게, 혹은 짠하게 만드는 매력을 첨가하지만, 이 이야기를 힘있게 전달할 수 있던 것은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의 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분명 신스틸러는 존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부 좋았다. 다만, 처음부터 삐꺽거리던 이 둘이 상황을 마주하고 서로 각자 느끼는 감정을 가끔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가끔은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모습은 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고,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게까지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택시운전사> 후기,
아무것도 모르던 타지인의 시선으로 본 1980년 5월의 광주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다소 슬프거나 우울한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저버리고 영화에 대해 생각할만한 기대치를 잘 만족하게 해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다루는 영화에서 매번 본인만의 소화력으로 캐릭터의 몰입도를 올려왔던 송강호가 다시 한번 외지인으로서의 감정, 갈등 등을 보여주었으며, 외국 영화로만 만나보았던 토마스 크레취만도 타지에서의 위험을 무릅쓰는 기자로서의 모습을 잘 소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누군가가 재미있냐고, 추천해줄 수 있겠냐면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좋은 영화이니 고민된다면 한 번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그만큼 재미는 모르겠지만, 소재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들을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크레딧 직전에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영상 있음, 이후 쿠키영상 없음.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한줄평
'재미있다'보단 '좋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
<택시운전사> 2차 메인 예고편
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개봉 2017 대한민국

상세보기

곰솔이
곰솔이 영화

네이버 인물검색 가능한, 영화 평론가 '곰솔이'입니다. gomsolvi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