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식' 좋지만...부모들은 소외감

입력
수정2017.06.18. 오후 6:57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합리적' '격식이 없어서...' 이유
젊은이들 하우스웨딩 대세로
부모 "친인척 초대못해 난감"
"바뀌는 결혼문화로 세대갈등
부모-자녀 대화 통해 줄여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 마련된 결혼식장에서 ‘작은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충남 논산에 거주하는 허난희(62)씨는 최근 자녀 결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녀가 가까운 지인 약 100명만 초대하는 ‘작은 결혼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서다. 허씨는 “친인척에게 자녀의 결혼을 알려도 정작 초대할 수는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며 “자녀와 이야기를 해도 싸움만 반복돼 이제는 아무 말도 안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작은 결혼식이 새로운 결혼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정작 자녀의 결혼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생겨나고 있다. 결혼이 가족 간의 ‘집안 행사’에서 개인 간의 만남으로 변하면서 양 집안의 가교 역할을 하던 부모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작은 결혼식 또는 하우스웨딩은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18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전국 만 19~25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3%가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명 중 한 명(51.8%)은 앞으로 작은 결혼식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합리적이다’(58.8%·중복응답), ‘격식을 따르지 않는다’(42.9%) 등이 꼽혔다.

결혼 시장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약 100석 규모를 갖춘 결혼식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대규모 웨딩업체는 일부 홀을 고쳐 소규모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하우스웨딩 전문업체 관계자는 “현재 6개월 정도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고 내년에도 일부 ‘손 없는 날’은 이미 예약이 많이 이뤄졌다”며 “하루 평균 3·4쌍은 찾아와 상담을 받는 등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식 규모가 줄어들면서 부모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작아지고 있다. 실제 설문 응답자 중 65.8%는 ‘작은 결혼식은 부모 세대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문화’라고 답하기도 했다. 유광률(60)씨는 “결혼 규모가 작으니 하객을 부를 때 친인척도 가릴 수밖에 없다”며 “자녀 결혼에서 부모의 역할은 친인척들을 초대하고 인사하는 게 가장 큰 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수임(57)씨는 “집안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축하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결혼은 부모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인 만큼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계층의 경우 개인주의가 강화되면서 자기 실현과 자기 만족을 중시하는 세대”라며 “반면 혈연 중심의 가족문화에 익숙한 부모 세대들에게 자녀의 결혼은 본인이 잘살아왔다는 것을 과시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또 “서로가 결혼을 어떻게 보는지 등을 이해해야 변화하는 결혼문화로 인한 세대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