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키즈’ 키우기 팔걷은 국가대표 발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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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BT 수석무용수 서희, 뉴욕 YAGP 최종 결선 오른 후배들 꼼꼼히 챙겨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발레 콩쿠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한국 발레 신인들과 함께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아시아인 최초 수석무용수 서희 씨(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 제공 서희 씨.
“연습 장소도 섭외해주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찾아주고, 통역이나 홍보 업무도 도와주고, 후배들을 위한 일은 무엇이든 다 합니다.”

7∼14일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발레 꿈나무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최종 결선이 진행되는 동안 세계적 발레무용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아시아인 최초 수석무용수 서희 씨(31)는 한국 참가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어느 때보다 각별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창설된 YAGP는 발레 신인을 발굴하는 대표적인 국제 콩쿠르다. 2015년까지는 미국 10여 개 대도시와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만 지역 예선이 치러져 한국 발레 신인들이 이 콩쿠르에 참가하려면 시간과 돈을 들여 다른 나라로 가야 했다. 2003년 한국인 최초로 YAGP 시니어 부문 대상을 차지했던 서 씨는 5년간 ‘YAGP 한국 유치’에 정성을 쏟았고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사단법인 서희재단 주관으로 서울에서 콩쿠르 지역 예선을 개최했다. 그렇게 뽑힌 발레 꿈나무들이 뉴욕까지 온 것이다.

“18개국 1300명이 넘게 참가한 올해 YAGP에서 주니어(12∼14세)와 시니어(15∼19세) 부문에서 최종 결선까지 오른 꿈나무들은 각각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한국 후배들이 입상하면 가장 좋지만 그러지 못해도 이 대회를 통해 좋은 유학의 길이 열리면 좋겠어요.”

세계 유수의 발레학교 관계자들은 대회 현장을 지켜보면서 잠재력 있는 신인들을 장학금 주면서 스카우트한다. 올해 주니어 여자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박한나 양(15·선화예술중 3학년)은 “서희 선생님은 나의 롤 모델이다. (서 선생님처럼) 큰 무대에서 발레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니어 남자부문에서 2등을 한 양준영 군(19·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은 “대회에서 만난 경쟁자들이 각기 다른 특징의 발레를 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선화예술고 김인희 예술감독은 “한국 발레 꿈나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벌써부터 올해 7월 열리는 ‘제2회 YAGP 서울 대회’를 위한 경비 마련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뉴욕에 거주하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57)의 자택에서 열린 기금 마련 경매 행사를 통해 약 2만 달러를 모금했다.

“올해도 비슷한 모금 행사를 가질 계획입니다. 하지만 서울 대회의 행사 비용을 뜻있는 분들의 후원만으로 계속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지속가능한 좋은 방안이 없을까요.”

세계적 발레리나가 후배 양성을 위해 금전적 걱정까지 모두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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