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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렸을 때에는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 만이냐'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여기에 나오는 오랑캐는 중공군이었다. 중국 사람을 오랑캐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야만적인 침략자를 흔히 '오랑캐'라고 부른다. '중공오랑캐'라든지 '일본오랑캐'라든지 심지어 '서양오랑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쓰인 '오랑캐'라는 말의 뜻은 무엇이고 어원은 무엇일까?

옛날에는 야만적인 종족이라는 뜻으로 주변의 미개한 종족들을 '오랑캐'라고 하였다.

옛 문헌 〈가례언해〉에는 '재물을 논함은 오랑캐의 도리라'고 기록하였으며,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는 '계미년 오랑캐 난'이라는 문구가 있고, 〈십구사략언해〉에는 '오랑캐 나라에 들어와'라고 기록한 보기가 있다.

이 같은 기록에 나타난 '오랑캐'란 말은 본래 여진의 한 종족 이름으로 우디허 족을 말한다. 그들이 살던 곳은 흑룡강 일대의 깊은 삼림지대였고 그들은 수렵생활을 하였다.

15세기의 〈용비어천가〉에는 '오랑캐(올(兀良哈))'라는 기록이 있는데 여진의 종족이며 '야인'이라고 풀이한 대목이 있다. 오랑캐란 이름을 지닌 여진족은 미개하고 침략과 약탈을 일삼는 종족이었고 주변의 여러 지역들에 대한 약탈을 일삼았다.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사서에는 '올량합(兀良合)', '알랑개(斡郞改)', '올적합(兀狄合)' 등 여러 기록이 나오는데 모두 오랑캐를 음으로 전사하여 표기한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원래 몽골족으로 헨티와 흥안령 산맥 등에 살고 있던 삼림종족 오리양히(Oriyanghai)에서 유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오랑캐'란 말은 한 종족의 이름이었던 것이 오늘에는 보통명사가 되어 야만적이고 미개한 종족을 멸시하는 호칭이 되었다. 그런데 오랑캐꽃, 오랑캐제비꽃, 오랑캐장구채 같은 앙증맞은 풀이름에는 왜 '오랑캐'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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