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괜찮네?"…부대찌개 전골 등 한식까지 파고든 밀키트

입력
수정2021.02.19. 오후 8:25
기사원문
김효혜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Lifestyle] 재료 준비할 필요없고 조리 쉬워
HMR·인스턴트보다 정성 담겨
"맛도 좋고 몸에도 좋아" 인기

3년새 시장규모 20배 폭풍성장
레스토랑급 간편식 'RMR' 대세


배달음식은 지겹고 인스턴트는 건강에 나쁘고.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콕에 비례해 집밥을 먹는 횟수도 배가 된 근 1년.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덜어준 효자 아이템이 등장했다. 바로 '밀키트(meal kit)'다.

요즘 사람들은 먹거리에 민감하다. 음식이 풍족한 시대에 먹거리는 단순히 살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음식과 메뉴가 넘쳐나고 입맛도 그에 맞게 다양해졌다. 맛뿐만 아니라 재료의 신선함이나 영양 성분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아무거나 먹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밀키트는 이런 요즘 사람을 위해서, 또 이런 요즘 사람에 의해 탄생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먹기는 해야겠는데, 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다듬고 만드는 모든 과정이 부담스럽고 귀찮은 사람에게 딱이다. 물론 가정간편식(HMR)이나 인스턴트 식품도 간편함으로 따지자면 밀키트보다 훨씬 더 뛰어나지만, 묘하게 '성의가 없다'는 느낌을 준다.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실제로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는 인상이 드는 거다.

사실 요리를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은 재료 준비가 8할이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 이 과정이 가장 고되고 재미없다. 씻고 썰고 까고 다듬고. 이걸 할 엄두가 나질 않아 요리를 꺼리는 날도 많다. 직장에서 퇴근한 저녁은 어떻겠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성스러운 한 상을 차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차라리 시켜 먹고 말지.

한데 밀키트는 다르다. 재료와 소스 등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로 배송되니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이라도 조리 방법대로 굽거나 익히기만 하면 되고, 그게 또 잘 차린 일품요리처럼 보인다. 가정주부에게 호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트나 온라인에서 선뜻선뜻 사기엔 가격이 나가는 편인데, 이 모든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과 어느 정도의 맛이 보장된다는 점에서는 주 1~2회 밀키트로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이 크게 사치나 낭비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평소 시도하지 않거나 어려운 메뉴를 집에서 해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이들은 마트에서 대용량으로 사야 하는 야채나 식자재들이 항상 골칫거리인데, 밀키트를 사용하면 재료가 남거나 버리게 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쉽고 간편하고 맛있고, 그럴싸하다'는 장점이 '가격이 싸지 않고 ' '포장 쓰레기가 많고' '유통기한이 짧은' 등의 단점을 압도하고 있다. 이래서 밀키트가 요즘 대세가 된 모양이다. 밀키트 신제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요가 많고 잘 팔려서. 여러 가지 비용을 따져 봐도 '한 번 사볼 만하다'는 게 소비자들 의견이다.

국내에서 밀키트가 시작된 것은 2016년으로 '쿠킹박스'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됐다. 밀키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 2017년이다. 업계에서는 밀키트 시장 규모를 2020년 기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3년 전인 2017년에는 겨우 1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이 20배나 커진 것이다. 그 뒤로도 아주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확대되고 있는데, 2024년에는 7000억원대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걸 보면,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밀키트 시장 성장은 무엇보다도 배송 시스템의 발달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총알배송과 같은 빠른 배송 시스템이 생겨나 자리를 잡으면서, 밀키트와 같은 신선식품 배송도 날개를 얻었다. 당장 2~3일 안에 먹어야 하는 식품인데, 배송만 2~3일이 걸리면 어쩌겠는가. 전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정도는 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밀키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인 2018년과 2019년은 쿠팡과 SSG닷컴 등의 빠른 배송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던 때였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밀키트 생산업체는 단연 '프레시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포함해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제품 종류가 300가지가 넘는다. 생산업체 기준 업계 2위는 CJ제일제당 '쿡킷', 3위는 한국야쿠르트 '잇츠온'이다. 이 밖에 브랜드 기준으로는 이마트 '피코크'의 밀키트 제품이 인기가 높다.

많고 많은 밀키트 중에 사람들은 무엇을 많이 사 먹을까. 기존 인기 제품은 스테이크나 밀푀유나베, 파스타 같은 일상 가정식으로 접하기 어려운 메뉴들이었으나 최근에는 일상 가정식에 해당하는 한식 메뉴가 인기다. 특별식으로 밀키트를 먼저 접해 본 소비자들이 "어라, 이거 괜찮네?"라며 점차 일상식으로까지 선택을 넓혀 가고 있다. 부대찌개나 칼국수, 전골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업체들도 다양한 한식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신제품 트렌드는 '맛집'과의 협업(컬래버레이션)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외식을 기피하면서 집에서 맛집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데 따른 결과다. 이런 제품은 레스토랑간편식(RMR)이라고도 불리는데, 거리가 멀어 가지 못했던 식당이나 너무 비싸서 갈 엄두를 못 냈던 고급 식당의 대표 메뉴를 보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소비자의 호응이 크다. 제품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입소문으로 검증된 인기 맛집의 간판을 달고 제품을 만들면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된다는 이점이 있어 100년 전통의 노포들부터 호텔의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밀키트 개발 및 출시가 활발하다.

당장 오늘 저녁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지만 재료 준비와 요리가 힘겨운 당신이라면 다양한 밀키트로 차린 한 상으로 푸짐하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용어 설명>

▷밀키트 :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 제5세대 제품으로 분류되는 가정 간편식의 한 종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때 요리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도록 손질이 끝난 식자재와 양념을 넣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는 제품을 말한다. 신선한 식자재로 구성돼 10분~15분 조리로 쉽게 요리 할 수 있다.

[김효혜 기자]

▶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