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연출하는 다양한 변주

바느질하지 않는 옷, 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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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지 않는 옷, 사리

인도에 처음 갔을 때 눈길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여성들의 옷차림이다. 화려한 장신구와 함께 온몸을 휘감은 모양의 신비로운 옷. ‘사리(Sari)’다.

사리의 정체를 알면 놀랍다. 아주 긴 직사각형의 천이 사리의 전부다. 단순한 형태의 천이 빚어내는 화려한, 그리고 다양한 ‘변주.’ 거기에 사리의 경이로움이 있다.

사리는 대체로 너비 120㎝, 길이 4~8m에 이르는 직물이다. 이 긴 천으로 몸을 휘감아 입는다. 상반신을 덮은 후 아래로는 치마나 바지의 형태로 둘러 입을 수 있다. 지역, 계층, 종교적 배경에 따라 사리를 입는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본 방식, 북부 방식, 데칸(Deccan) 방식, 드라비다(Dravida) 방식, 어깨에 매듭을 짓는 방식, 투피스(Two Piece) 방식, 하프(Half Sari) 방식······ 기록에 따르면 이처럼 사리를 두르는 방식은 80가지가 넘는다.

인도 바라나시(Varanasi)
사리를 입은 인도 여성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사리의 길이와 너비는 지역 및 직물의 소재에 따라 달라진다. 비단이나 모슬린(Muslin) 같은 값비싼 직물로 짠 사리는 길이와 너비가 대체로 크다. 소작농이나 도시 하층민들이 입는 사리는 작게 만들어진다.

면(특히 헤비 코튼(Heavy Cotton))으로 대량생산된 값싼 사리는 주로 소작농이나 도시 하층민들이 일하기 쉽도록 작게 만들어진다. 높은 계층의 여성들은 사리를 바닥까지 닿도록 입는 게 일반적이다. 발목이 드러난다는 건 가난한 노동자 계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리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유력하게 추정되는 사실은 고대 인도인들이 ‘바느질하지 않은’ 면직물을 온몸에 둘러 입었다는 것이다.

인도 북부에서 발견된 한 테라코타(BC 200~BC 50년)에는 사리와 유사한 형태의 천을 두른 여성들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테라코타 속 여성들은 천을 몸에 꽉 끼게 둘러 입었으며 착용방식이 정교하게 나타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방식이 고대 인도 사원의 무용수들 사이에서 발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한다. 당시 사회에서 기대하는 단정함을 갖추면서도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으로 입었다는 것이다. 인도 동부에서 출토된 테라코타(AD 300~AD 500년.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역시 온 몸에 긴 천을 두른 모습이 묘사돼 있다.

고대 인도에서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은 잘록한 허리, 그리고 큰 가슴과 엉덩이로 추정된다. 사리가 허리 부분을 드러나게 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는 데 이상적인 의상이라는 것이다.

사리가 직사각형의 한 조각 천으로 만들어진 것은 힌두의 옛 전통에 따른 것이다. 옷감을 잘라내고 바느질하는 것을 불경스러운 행위로 본 것이다. 때문에 사리 형태의 천을 입은 후 한참이 지나서야 재단된 옷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리는 재단되지 않는 옷감이지만 고도로 정밀하게 직조된다. 사리는 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필드(Field), 세로면의 테두리(Longitudinal Borders), 가로면의 끝단(Endpiece) 세 부분으로 나뉜다. 필드 부분은 결혼식 예복 등으로 입을 때 외에는 전통적으로 많은 장식을 하지 않는다. 주로 세로면의 테두리에 장식이 집중된다. 씨실과 날실을 엮거나, 색깔을 입히거나, 자수를 넣는 방식이 사용되는데 무척 정교하며 섬세한 작업이다.

사리는 대체로 아래로는 속치마, 위로는 촐리(Choli)라는 상의 위에 둘러 입기도 한다. 촐리는 배와 가슴 사이 부분이 드러나는 꽉 죄는 옷으로 소매와 목이 짧다.

사리는 인도 여성의 대표적인 전통의상이다.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빠뜨리지 않고 입는 정장과 같은 옷이다.

하지만 사리 외에도 인도의 색채를 강하게 느끼게 하는 전통의상들이 다양하다. 살와르 카미즈(Salwar Kameez), 그리고 레헹가 촐리(Lehenga choli)가 대표적이다. 언뜻 보면 분위기가 비슷해 사리와 혼동할 수도 있다.

살와르 카미즈
배와 가슴 사이 부분이 드러나는 꽉 죄는 상의 촐리
하의와 함께 레헹가 촐리라고 한다.

살와르 카미즈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북부 인도에서 즐겨 입던 옷이다. 살와르는 느슨하고 품이 넓은 바지로 발목 부분에서 좁아지는 특징이 있다. 카미즈는 허리 아래 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상의로 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움직이기 편하도록 양옆은 허리 아래를 따라 갈라져 있다. 사리가 격식을 갖춘 의상이라면 투피스로 이루어진 살와르 카미즈는 일상에서 편하게 입는 옷으로 볼 수 있다.

레헹가 촐리 역시 투피스 의상이다. 가르가(Gharga)로도 불리는 레헹가는 자수 장식을 한, 통이 넓고 긴 주름치마로 촐리와 함께 입는다.

인도에 가거나 인도 관련 사진을 접하면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머리에서 흘러내린 얇고 긴 천을 한 팔로 멋스럽게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파타(Dupatta)라는 스카프다. 두파타는 사리로 대표되는 인도 여성 의상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다. 머리, 어깨 등을 덮거나 휘감는 긴 두파타는 머리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사리의 다양한 착용방식은 목걸이, 팔찌 등 장신구와 두파타 등이 곁들여지면서 더욱 화려한 맵시를 뽐낸다. 현대에 들어 사리는 전통을 품으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살와르 카미즈나 레헹가 촐리의 간편함을 도입한 현대적인 사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발리우드(Bollywood) 영화에 나오는 여성 배우들의 의상에서 현대화한 사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사리는 전통을 품으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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