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도 불안하다…정부 "요건 갖춘 코인거래소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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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6. 오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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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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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거래소 정부실사 결과

내달 24일이 신고기한…'빅4'도 실명계좌 확보 장담못해


◆ 가상화폐 거래소 폭풍전야 ◆

정부가 25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달간 현장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9월 말로 정해진 신고 요건을 갖춘 거래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정부에 신고하지 않으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

정부는 특히 거래소들의 신고 준비는 물론 자금세탁방지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하고 투자자들에게 거래소 폐업이나 횡령 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16일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2개 부처 공동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25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신고 요건은 크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관리체계 인증 △사업자에 대한 벌금 이상 형이 끝난 지 5년 초과 여부 △거래소 신고 말소 후 5년 초과 여부 등 4가지다. 이들 4개 요건은 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원화마켓 거래소에 적용되고 원화마켓 없이 비트코인 등 코인으로 코인을 사고파는 코인마켓만 운영할 경우 실명확인 계정 요건은 빠진다.

정부는 실명확인 계정을 갖춘 거래소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 중인 거래소는 4곳(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있지만 은행들이 거래소 평가를 다시 진행 중이며 평가 결과에 따라 신고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세탁에 취약, 투자자 보호도 부실…코인거래소 줄폐업 예고


가상화폐 시장 구조조정 오나

상장·폐지 규정 아예 없거나
고객·거래소 예치금 섞어 관리
당국 "증시와 비교땐 문제 커"

코인 이전때 정보 투명성 강화
국제 규정 시행도 겹친 상황
은행계좌 발급 더 어려워질 듯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컨설팅 결과가 알려지자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거래소 폐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16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코로나19로 인한 일시 중지 안내 문구가 표시돼 있다. [이충우 기자]
정부가 거래소 신고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신고 요건을 모두 갖춘 거래소가 한 곳도 없었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발표가 시장 전망보다 문을 닫게 되는 거래소 숫자가 늘어날 것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투자자들 동요가 예상된다. 아울러 9월을 기점으로 4대 거래소를 포함한 60개 거래소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9월 말로 예정된 신고 기한까지 거래소 폐업과 코인 시세조종 등 극심한 시장 혼란도 예상된다. 정부가 이번에 이 같은 컨설팅 결과를 공개한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대비하라는 조치로 분석된다.

16일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컨설팅 결과가 알려지자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거래소 폐업이나 원화마켓 종료가 앞으로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은행 실명 계좌를 발급받은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도 은행들로부터 재평가를 받고 있는 마당에 중소형 거래소들이 은행 실명 계좌를 발급받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정부가 이번에 거래소들에 사실상 위협에 가까운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며 "거래소들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고, 은행들은 실명 계좌 발급을 더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실명 계좌 발급은 최근 NH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에 코인을 다른 거래소나 전자지갑으로의 이전을 '트래블 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과한 의무로, 코인을 이전할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사업자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트래블 룰은 내년 3월에 적용되지만 미리 준비를 요구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대 거래소는 이르면 7월 말이나 8월 초 신고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트래블 룰이 이슈화되면서 거래소와 은행들 간 협의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고 요건 중 실명 계좌 외 사업자(대표와 임원 포함)에 대한 벌금 이상 형이 끝난 지 5년을 초과해야 한다는 것도 일부 거래소의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최대주주 송치형 의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빗썸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도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형 관련 요건은 현직 대표와 임원에만 적용을 한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에 거래소 컨설팅 결과를 가감 없이 공개한 배경에는 거래소들의 준비 상황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인 거래소들을 증권시장과 비교할 경우 시장질서의 공정성, 고객 자산의 안정성, 시스템 안정성 등이 확보되지 않아 자산 거래 시장으로서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일부 거래소는 코인의 상장과 폐지 관련 별도 규정 자체가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고, 공시에 해당하는 백서에는 조달 자금 운영 정보 등 중요 사항이 모두 누락됐다. 심지어 예치금과 코인을 고객과 거래소별로 구분하지 않고 혼합해서 관리하는 거래소들도 있었다. 거래소 시스템 장애나 비상시 대응하는 세부 절차도 미흡한 거래소가 많았다.

정부는 이번에 일부 거래소의 경우 신고가 수리되더라도 신고 직후부터 적용되는 특금법상 자금세탁 방지 준비 역시 너무 허술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원회 검사 결과 부실한 것으로 판단되면 영업정지 등 철퇴가 내려진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을 대비해 투자자들에게 거래소들의 신고 현황을 반드시 확인하고 거래소의 폐업이나 횡령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홈페이지에서 거래소 신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소들은 다음달 24일까지 금융위 FIU에 신고 요건을 갖춘 후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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