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3.3% 성장률 쇼크…3분기 반등해도 연간 마이너스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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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3. 오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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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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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다. 하락 폭이 1분기보다 더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수출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민간소비가 약간 살아났으나 수출 부진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었다. 정부는 3분기 반등을 예상하지만,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는 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3.3% 감소했다. -3.3%는 당초 예상(-2% 초중반)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분기 성장률로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역성장했다. 역시 1998년 이후 최저치다.

큰 폭으로 감소한 수출이 직격탄이었다. 2분기 수출은 자동차,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분기 대비 16.6% 감소했다. 1963년 4분기(-24%) 이후 56년여 만에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투자도 부진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각 1.3%, 2.9% 감소했다. 그나마 소비가 살아나면서 더 큰 충격을 막았다. 민간소비는 승용차나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1.4% 증가했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효과다. 정부소비도 1% 늘었다.

수출 감소율 16.6%…56년만 최악 성적표
전반적으로 민간 경제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2분기 민간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1.6%포인트에서 -3.1%포인트로 하락 폭이 커졌다. 순수출이 0.7%포인트(1분기)에서 -4.1%포인트(2분기)로 급락한 영향이다.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의 부진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1.0%포인트에서 2분기 -9.0%포인트로 급락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2.0% 감소했다. 2008년 4분기(-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실질 GDP에서 실질 무역 손익을 반영해 산출하는 GDI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다만 원유 등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교역여건에 개선되면서 GDP 성장률(-3.3%)보다는 높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3년 1~2분기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통상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경기 침체(리세션)의 신호로 본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기 하강 국면에 있었고, 코로나19 쇼크(충격)가 더해져 하강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일단 3분기는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분기 전체 수출은 1104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분기별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줄어든 건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성장률 전망치(-0.2%) 하향 조정 불가피
다행히 7월엔 회복 조짐이 관측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 일평균 수출액은 15억9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줄었다. 전달 1~20일(16.2%)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박 국장은 “주요국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더라도 경기 위축을 우려해 락다운(이동 제한 등)을 강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2분기에 급반등한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최대 규모(35조1000억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7~8월 휴가철을 맞아 민간소비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가 진정되는 3분기에는 중국과 유사한 트랙의 경기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하반기 반등하더라도 국내외 주요 기관의 예상처럼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각각 -1.2%, -2.1%로 전망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0.2%다. 박 국장은 “-0.2%를 달성하려면 3~4분기 평균 3%씩(전기 대비) 성장해야 한다”며 “만약 3~4분기 성장률이 평균 1.8% 정도에 그치면 연간 성장률은 -1%까지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수출 회복세 등을 반영해 다음 달 경제 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주열 총재가 “지난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어 방향보다는 폭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고용시장도 얼어붙어 침체의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수출 회복 속도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 연간으로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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