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이종욱 코치, 선수로는 준우승만 4번…끝내 우승 없이 은퇴
-1군 코치로 합류한 2020시즌, 프로 인생 첫 우승 기쁨 함께했다
-우승한 뒤 절친 손시헌 코치와 나눈 문자 "함께 못해 아쉽다" "네가 해서 다행이다"
-부상자 많은 가운데서도 팀도루 4위, 성공률 4위 성과…도루 스페셜리스트 발굴이 목표
NC 다이노스 이종욱 코치(사진=NC)
[엠스플뉴스]
"우승이란 게 하고 싶다고 맘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하려고 애쓴다고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음을 비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아직 해보지 못해서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고 믿는다."
4년 전인 2016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당시 선수였던 이종욱 코치가 들려준 말이다. 그해 NC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위팀 두산과 1, 2차전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결국 3, 4차전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종욱의 프로 인생 네 번째 준우승. 김경문 감독과 함께, 친구 손시헌과 함께 우승하고 싶었던 이종욱의 꿈은 결국 선수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8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이종욱은 2019년부터 지도자로 새출발했다. 그리고 1군 코치로 올라온 올시즌, 그렇게도 바랐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던 우승이 이종욱 앞에 다가왔다.
-"우승했는데 왜 울지?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알겠더라"-
이종욱 코치는 2019년부터 지도자로 새출발했다(사진=NC)
NC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승리 후 2, 3차전을 내줬지만 4차전 승리로 기운을 차린 뒤 내리 3연승, 4승 2패로 두산을 꺾고 집행검을 높이 들었다.
"4차전에서 이긴 뒤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욱 코치의 말이다. 그는 "3차전까지는 긴장했고 위기감도 느꼈지만, 4차전을 이기고 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선수들부터 스태프까지 모두가 마음이 편해졌다"고 돌아봤다.
이 코치는 "사실 준우승만 4번 했던 터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속으로 걱정도 많았다"며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선수들 덕분에 우승이 어떤 느낌인지 느껴볼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코치는 "'멍'한 기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준우승으로 끝난 뒤엔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게 한국시리즈는 눈물 흘린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게 다른 점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한 시즌 고생한 것도 생각나고, 선수들 얼굴을 보니까 왈칵 눈물이 나오더라. 그전에 '우승하면 좋은 일인데 왜 울까'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왜 우는지 알겠더라."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곧바로 절친 손시헌 코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군에서 우승의 기쁨을 함께한 이 코치와 달리 손 코치는 C팀(2군) 소속이라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다.
"끝나자마자 시헌이에게 연락했다. 첫 우승을 했는데 같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은 게 아쉬웠다. '너와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보냈더니 '괜찮아, 네가 우승 자리에 있었으니 됐지, 축하한다'고 하더라." 이 코치의 말이다.
이 코치는 "팬들 중에 '이종욱-손시헌이 현역일 때 우승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이렇게 코치로라도 우승을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종욱 코치의 내년 목표는? "나성범 대체자, 도루 스페셜리스트 만들어야죠."-
이종욱 코치와 진종길 코치(사진=NC)
이종욱 코치는 "저더러 주위에서 다들 '운 좋은 코치' '행복한 코치'라고 말한다"며 크게 웃었다. 1군 코치로 합류한 첫 시즌 바로 팀이 우승하는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좋은 성적이 난 건 다 선수들 덕분이다.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처음 코치를 시작했을 땐 어색하고 힘든 점도 많았다"며 "코치가 선수 대신 뛸 수는 없지 않나. 내가 직접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력분석에서 준 정보를 선수에게 잘 전달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다행히 시즌 중반부터는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다.
한때 동료였던 선수들로부터 '코치님' 소리를 듣는 것도 낯간지러웠다고. 이 코치는 "'코치님'이라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형' 소릴 듣는 것도 이상하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특히 함께 선수생활했던 고참들과 더 그렇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죠?" 이 코치의 말이다.
이 코치가 주루를 맡은 올해 NC는 팀 도루 101개로 4위, 도루성공률 72.7%로 4위를 기록했다. 보통 NC처럼 홈런이 많은 팀(187홈런, 1위)은 뛰는 야구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NC는 그렇지 않았다.
이 코치는 "올해는 박민우, 이명기 등 발빠른 선수 중에 다리 쪽이 아픈 선수가 많았다. 부상 위험성을 고려해 많은 도루를 시도하진 못했다"면서도 "진종길 코치님과 '올해는 갯수보다 성공률에 초점을 맞추자'고 의견을 나눴다.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고 말했다.
확실한 도루 스페셜리스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 코치의 다음 시즌 목표다. 경기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 자신있게 대주자로 기용할 만한 선수가 나와야 한다. 이재율, 최정원, 김기환 등 발빠른 선수들이 후보다. 이 코치는 "경험이 필요하다. 좀 더 성장해서 확실한 스페셜리스트가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번 우승에 그치지 않고 2년 연속, 3년 연속 우승으로 '왕조'를 만드는 게 NC 앞에 주어진 과제다. 이 코치는 "나성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예정이라 전력 손실이 예상된다. 나성범이 빠졌을 때에 대비해 새로운 선수를 준비해야 한다"며 "코치로서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1군 코치로 합류한 2020시즌, 프로 인생 첫 우승 기쁨 함께했다
-우승한 뒤 절친 손시헌 코치와 나눈 문자 "함께 못해 아쉽다" "네가 해서 다행이다"
-부상자 많은 가운데서도 팀도루 4위, 성공률 4위 성과…도루 스페셜리스트 발굴이 목표
NC 다이노스 이종욱 코치(사진=NC)
[엠스플뉴스]
"우승이란 게 하고 싶다고 맘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하려고 애쓴다고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음을 비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아직 해보지 못해서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고 믿는다."
4년 전인 2016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당시 선수였던 이종욱 코치가 들려준 말이다. 그해 NC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위팀 두산과 1, 2차전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결국 3, 4차전에서 힘 한번 못 써보고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종욱의 프로 인생 네 번째 준우승. 김경문 감독과 함께, 친구 손시헌과 함께 우승하고 싶었던 이종욱의 꿈은 결국 선수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8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 이종욱은 2019년부터 지도자로 새출발했다. 그리고 1군 코치로 올라온 올시즌, 그렇게도 바랐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던 우승이 이종욱 앞에 다가왔다.
-"우승했는데 왜 울지?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알겠더라"-
이종욱 코치는 2019년부터 지도자로 새출발했다(사진=NC)
NC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승리 후 2, 3차전을 내줬지만 4차전 승리로 기운을 차린 뒤 내리 3연승, 4승 2패로 두산을 꺾고 집행검을 높이 들었다.
"4차전에서 이긴 뒤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욱 코치의 말이다. 그는 "3차전까지는 긴장했고 위기감도 느꼈지만, 4차전을 이기고 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선수들부터 스태프까지 모두가 마음이 편해졌다"고 돌아봤다.
이 코치는 "사실 준우승만 4번 했던 터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속으로 걱정도 많았다"며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선수들 덕분에 우승이 어떤 느낌인지 느껴볼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첫 한국시리즈 우승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코치는 "'멍'한 기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준우승으로 끝난 뒤엔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게 한국시리즈는 눈물 흘린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게 다른 점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한 시즌 고생한 것도 생각나고, 선수들 얼굴을 보니까 왈칵 눈물이 나오더라. 그전에 '우승하면 좋은 일인데 왜 울까'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왜 우는지 알겠더라."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곧바로 절친 손시헌 코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군에서 우승의 기쁨을 함께한 이 코치와 달리 손 코치는 C팀(2군) 소속이라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았다.
"끝나자마자 시헌이에게 연락했다. 첫 우승을 했는데 같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은 게 아쉬웠다. '너와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보냈더니 '괜찮아, 네가 우승 자리에 있었으니 됐지, 축하한다'고 하더라." 이 코치의 말이다.
이 코치는 "팬들 중에 '이종욱-손시헌이 현역일 때 우승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이렇게 코치로라도 우승을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종욱 코치의 내년 목표는? "나성범 대체자, 도루 스페셜리스트 만들어야죠."-
이종욱 코치와 진종길 코치(사진=NC)
이종욱 코치는 "저더러 주위에서 다들 '운 좋은 코치' '행복한 코치'라고 말한다"며 크게 웃었다. 1군 코치로 합류한 첫 시즌 바로 팀이 우승하는 과정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좋은 성적이 난 건 다 선수들 덕분이다.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처음 코치를 시작했을 땐 어색하고 힘든 점도 많았다"며 "코치가 선수 대신 뛸 수는 없지 않나. 내가 직접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력분석에서 준 정보를 선수에게 잘 전달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다행히 시즌 중반부터는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다.
한때 동료였던 선수들로부터 '코치님' 소리를 듣는 것도 낯간지러웠다고. 이 코치는 "'코치님'이라 부르는 것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형' 소릴 듣는 것도 이상하고,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특히 함께 선수생활했던 고참들과 더 그렇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죠?" 이 코치의 말이다.
이 코치가 주루를 맡은 올해 NC는 팀 도루 101개로 4위, 도루성공률 72.7%로 4위를 기록했다. 보통 NC처럼 홈런이 많은 팀(187홈런, 1위)은 뛰는 야구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데, NC는 그렇지 않았다.
이 코치는 "올해는 박민우, 이명기 등 발빠른 선수 중에 다리 쪽이 아픈 선수가 많았다. 부상 위험성을 고려해 많은 도루를 시도하진 못했다"면서도 "진종길 코치님과 '올해는 갯수보다 성공률에 초점을 맞추자'고 의견을 나눴다.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고 말했다.
확실한 도루 스페셜리스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이 코치의 다음 시즌 목표다. 경기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 자신있게 대주자로 기용할 만한 선수가 나와야 한다. 이재율, 최정원, 김기환 등 발빠른 선수들이 후보다. 이 코치는 "경험이 필요하다. 좀 더 성장해서 확실한 스페셜리스트가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번 우승에 그치지 않고 2년 연속, 3년 연속 우승으로 '왕조'를 만드는 게 NC 앞에 주어진 과제다. 이 코치는 "나성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예정이라 전력 손실이 예상된다. 나성범이 빠졌을 때에 대비해 새로운 선수를 준비해야 한다"며 "코치로서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