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00t씩 늘어나는 ‘사용후핵연료’…그래도 석탄 대신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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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28. 오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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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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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 수석 원전전문가

“양자택일식 요구가 에너지전환 논점 흐려

‘2022년 원전0’ 독일, 탈원전 위해 석탄 안 썼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소비 효율 제고가 답”

미세먼지만큼 난제인 ‘처치 불가’ 사용후핵연료

“지하심층처분은 없애는 것 아니라 감추는 것

폐기물의 추가적 발생 중단만이 유일한 대안”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전 전문가가 2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독일에서의 에너지전환 현황과 세계적으로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등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친환경 에너지란 말의 의미를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 에너지는 환경에 유해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체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며, 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에너지를 뜻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 빽빽하게 쌓여있는 방사성 오염수 탱크를 떠올린다면, 원전이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원자력 수석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아직도 원전이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겉으로는 기후 변화를 우려하면서 실제로는 원자력 산업계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 감소 정책으로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혹시 2007년보다 2017년에 한국의 석탄발전 비중을 50% 이상 높인 지난 정부 쪽 정치인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느냐”며 “지난 2016년과 2017년 한국에 추가된 12GW 규모의 석탄발전소 계획은 지난 보수정부가 세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숀 버니는 ‘원자력이냐 석탄이냐’는 양자택일식 논쟁이 “바로 에너지 전환 논의를 산만(distract)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할 독일은 탈원전을 위해 석탄을 활용하지 않았다”며 “2011년부터 원전 8기가 폐지되는 동안 신규 석탄발전소는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고 외려 6개의 사업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자료’를 보면, 독일의 원전 발전 비중은 2011년 11.4%에서 지난해 7.4%로, 석탄은 44.2%에서 38%로 줄었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3.4%에서 40%로 크게 늘었다. 원전·석탄을 재생에너지가 대체하고도 남은 것이다. 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7년 기준 6.2%이며, 정부 정책은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숀 버니는 “독일은 탈원전과 동시에 202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당시 배출량의 40%까지 줄이는 탈석탄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유일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투자와 에너지 소비 효율을 키워왔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해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둘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미국 자산운용사 라자드(Lazard)가 2017년 발표한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LCOE) 분석 결과를 보면, 핵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된 원전의 균등화 비용은 최근 몇년 동안 계속 높아져 메가와트시(MWh)당 148달러였고, 태양광은 50달러까지 낮아졌다.
크리스티안 오슬룬드 그린피스 캠페이너가 지난해 10월16일 공중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6호기 부지 모습. 방사성 오염수를 담고 있는 푸른색 탱크가 발전소 부지 안쪽에 빼곡히 모여 있다.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검토하고 있어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숀 버니는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일 수 없는 결정적 이유로 ‘처치 불가’ 상태의 핵폐기물 문제를 들었다. 사용후핵연료 등 핵폐기물은 미세먼지만큼이나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난제’이지만, 당장 사람들의 눈길은 잘 닿지 않는 지역에만 쌓여있다 보니 심각성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매년 900톤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고, 경주 월성 원전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는 포화도가 90% 안팎이다. 이런 가운데 2013년 정부가 추진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53년까지 땅속 깊이 몇 세대에 걸쳐 핵폐기물을 묻어둘 지하 심층 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숀 버니는 “폐기물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에 불과한 심층처분 시설은 용납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하려면 핵폐기물의 추가적 발생을 중단하는 것만이 답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알지만, 2053년이란 기한은 결코 맞출 수 없을 것”이라며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아직 처분 방법은 없다. 원전업계가 모범으로 내세우는 핀란드의 심층저장시설마저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와 유사한 심층저장시설(핵폐기물을 구리 컨테이너에 넣어 땅속 저장시설에 보관)을 추진해 온 스웨덴에서는 부식 속도가 느리다는 구리마저 100년 후부터는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최근 스웨덴 법원은 컨테이너의 무결성을 장기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해당 프로젝트는 정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IRSN)는 모니터링도 쉽지 않은 지하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진압이나 통제가 어렵다는 점을 경고했다”며 “어떤 시설에 절대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10년, 100년 정도가 아니라 몇 세대에 걸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이런 리스크들 때문에 독일 정부 산하 폐기물 위원회는 ‘믿을 만한 심층 저장방법을 찾는 것은 다음 세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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