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미회담 승자는 北, 연합훈련 중단은 中 쌍중단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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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13. 오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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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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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북미회담 성과에 대해 미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서 더 이상 진전이 안된 반면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해주고, 북한이 원했던 한미합동훈련 중단을 수용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내 다양한 한반도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북미회담 승자는 북한이며 연합훈련 중단은 중국이 요구했던 쌍중단을 수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이 중요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 한국 전쟁 참전 미군에 대한 유해 발굴 송환 등을 언급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는 지적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을 북한과의 과거 합의보다도 일반적이고 모호한 문건으로 규정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명시되지 않은 데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기대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장황한 설득이라도 항상 전쟁보다는 낫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북한 정상간의 첫 만남이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헤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어떤 과거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었다면서 너무나 실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은 외교적으로 북한의 승리이며, 미국은 첫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이라는 무리수를 두고도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 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김정은 위원장을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승자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는이유에서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제재도 이미 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 외교부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세부 내용이 없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이번 공동선언과 결합하면, 결국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실제로 한미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하게 된다고 우려다. 뿐만 아니라 굳건한 한미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쌍중단’ 제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쌍중단 이 동맹국간의 전쟁 억제와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언제나 이를 거부해 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전쟁연습’, ‘도발행위’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북한이 사용해온 용어로 미국은 그런 표현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는 것이다.

반면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대통령은 협상이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는 한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면 훈련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만큼,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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