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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에서 내리는 우한 교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및 인근 지역에서 거주했던 교민들이 31일 오전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교민들은 공항에서 방역당국의 추가 검역을 받았으며 발열 의심환자 18명은 추가 검사를 위해 격리 병원으로 이송됐다.뉴스1 |
위기의 순간에 결국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 한때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교민의 수용을 극렬 반대했던 주민들은 31일 정작 교민들이 귀국하자 따뜻하게 맞아들였다. 정부 전세기로 모국에 온 교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 등에 “감사합니다”, “드디어 왔네요”라는 등의 글을 올렸다. 우한 교민들은 14일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시설에 머물면서 격리치료를 받게 된다. 이날 2·3차 감염 환자까지 확인되면서 한치의 경계심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일방 발표에 화났을 뿐…환영한다”
이날 낮 12시50분쯤 우한 교민 200명을 태운 버스들이 경찰인재개발원에, 오후 1시20분쯤 150명을 태운 버스들이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각각 도착했다. 이송 버스는 경찰 버스들이 양쪽으로 차벽을 만들어낸 진입로를 통해 곧장 임시 생활시설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 운전석과 조수석 탑승자들은 흰색 감염방지복에 마스크로 중무장한 차림이었다. 탑승객은 두 좌석에 1명씩 떨어져 앉은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긴장감에 얼굴은 굳은 표정이었다.
교민들은 개인 화장실과 테이블, 서랍장, 텔레비전이 갖춰진 방을 1명씩 배정받았다. 이들은 물, 휴지, 샴푸, 빗, 손 소독제, 체온계 등 생필품도 지급받았다. 교민들은 이날 첫 식사로 정부가 마련한 도시락을 먹었다. SNS 등에 올라온 사진 속 도시락 반찬은 김치, 돈가스, 메추리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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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된 교민에 지급된 생필품 31일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로 입국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 교민들에게 지급된 화장지와 손 세정제, 생수 등 생필품. 아산=연합뉴스 |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은 앞서 마을회의를 열고 교민 수용을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입로에서 주민이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손피켓을 들고 선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농성을 위해 주요 길목에 설치했던 수용 반대 천막도 손수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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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아산주민들이 우한 교민을 환영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
교민 입소 첫날부터 전국에서 온정도 이어졌다. 구호물품을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충남도와 아산시에 들어왔다. 아산지역 기업 2곳은 소독제와 방역물품 구매에 써 달라며 각각 1000만원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부산에서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가습기를 보내겠다”며 아산시에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산과 진천에 격리된 우한 교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인 14일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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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
전날 인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KE 9883편 보잉 747기)는 전날 오후 11시22분 우한 톈허공항에 도착했다. 우한에 거주 중이던 한국 교민과 유학생 등은 오후 8시(현지시간) 우한 시내 4개 장소에 집결해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제공한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전세기는 이날 오전 2시45분 우한을 출발, 오전 6시3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 검역이 강화된 탓에 한참 늦은 오전 6시5분 교민 368명을 태우고 우한을 출발, 오전 7시58분 김포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착륙했다. 통상 전세기·자가용 항공기 전용으로 쓰이는 공간인 SGBAC에선 평소보다 더욱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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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은 모든 차량의 탑승자 신원과 차량 내부는 물론이고 트렁크까지 일일이 확인한 후 통과시켰다. 구급차에 탄 관계자들은 모두 흰색 전신방호복과 마스크, 고글까지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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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 교민과 유학생을 태운 버스가 31일 오전 수용 시설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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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들 고국서 첫날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진원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이 31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고국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 이날 오전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368명의 교민 중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200명,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50명이 분산 수용됐다. 아산=뉴스1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우려로 귀국하기 위해 31일 중국 우한 톈허공항에 집결한 우한 교민 369명 중 감염증 의심 증상을 보여 귀국이 불발되거나 병원으로 이송된 교민은 총 19명이다. 정부는 우한에 남아 있는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추가 투입하고 증상이 있는 교민 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은 368명으로, 1명은 중국 당국의 사전검역에서 증상이 발견돼 탑승하지 못한 채 귀가했다. 368명 중 18명은 전세기 탑승 이후 증상을 보여 14명은 국립중앙의료원, 4명은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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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이 탑승한 전세기 내부 모습. 연합뉴스 |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교민 1명이 중국 당국의 검역기준에 따라 출국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검역기준은 발열 37.3도로, 국내 검역기준(37.5도)보다 엄격하다. 중국 측은 37.3도 이상 승객의 경우 항공기 탑승을 불허하고 격리초지를 취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전세기 탑승 전 게이트에서 교민들로부터 건강상태질문서를 받고 비접촉 체온계로 발열을 확인했다. 비접촉 체온계에서 36.9도 이상인 교민은 고막체온계로 다시 살폈다. 국내 검역기준(37.5도)에 맞지 않는 교민은 없었다. 다만 12명이 건강상태질문서에 복통, 설사, 기침, 인후통 등을 호소했다. 이들은 의료용인 N95마스크, 장갑, 앞치마를 착용하고 1층 퍼스트클래스석에 앉아 귀국했다. 애초 2층에 탑승할 계획이었지만, 1층 퍼스트클래스석이 총 12개로 구성돼 있어 해당 좌석에 배치됐다. 나머지 무증상자는 N95마스크만 쓰고 1층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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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이 31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수용된 가운데 방역소독 차량이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교민 368명 전원의 발열 여부를 고막체온계로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37.5도를 넘긴 6명이 증상자로 분류됐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N95마스크를 끼고,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열이 조금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아산·진천=이종민·김을지 기자, 이동수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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