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이 당긴 韓 금리인하 방아쇠…쏟아지는 악재, 급박하게 움직인 한은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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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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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분기 성장률 -0.4%…2분기도 기대에 못 미쳐 / 수출도 올 들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각종 투자 지표도 부진한 편 / 美中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도 암울 /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전격 인하 단행 /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져…그만큼 우리 경제 좋지 않다는 뜻 / 돈 풀어 경기 살려야 한다는 판단 내린 듯 / 부동산시장 불안 등 금리인하 부작용 파악해 선제대응 해야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4%로 나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때만해도 2분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수출이 6월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7월에도 10일까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투자 지표도 부진이 심각했다. 그러자 당국은 이를 반영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당초 0.4%에서 -5.5%로 대폭 낮췄다. 상품 수출도 2.7% 증가이던 것을 0.6% 증가로 낮춰잡았고 수입은 1.6% 증가에서 0.5% 감소로 조정했다.

정보기술 업황 부진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경기 부진의 요인으로 꼽히고, 최근 터져 나온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현재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8월에나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단행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매우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한은은 기준금리 조절을 통해 경제 상황에 대응하곤 한다. 다양한 경제지표를 분석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물론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우선 당장 주목해야 할 게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서울 일각에서 부동산 시세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낮춘 것은 시장의 예상보다 한발 앞선 행보라는 분석이다.

수출, 투자가 계속 부진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통화당국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먼저 대응하는 게 경제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늦더라도 내달 30일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예상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7월 인하냐, 8월 인하냐 시기의 결정만 남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다수의 전문가는 미국의 금리 결정을 지켜본 이후 금리 행보를 결정해오던 과거 한은의 행보를 참작할 때 7월보다는 8월 인하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시장 다수의 예상을 깨고 7월 인하를 단행한 것은 한은이 그만큼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예상 깨고 한은 이달 갑작스레 금리인하…그만큼 경기 좋지 않다는 뜻

한은은 이날 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1%에서 0.7%로 내렸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과 물가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결국 부진한 경기와 목표 대비 낮은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금리 인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올린 지 8개월 만에 금리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 금리인하, 한은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

일본의 수출규제도 이날 한은의 금리인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성장 등 거시경제 평가에서 수출규제 영향을 부분적으로 반영했다"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현실화하고 경우에 따라 확대된다면 수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한조치가 어떻게 확대할지 혹은 진정될지 예단할 수 없어 그 영향을 수치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날 낸 보고서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하반기 내내 지속하고 반도체 이외의 산업으로도 수출규제가 확대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의 이번 금리인하로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추가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질문에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안정을 같이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며 "작년 11월에는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고 금리를 올렸다면 이번에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어 "최근 1~2달 동안의 상황은 예상외로 경제여건이 빠르게 변화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가급적 시장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금리 인하, 계산기 두들기느라 분주해진 은행권

한은이 18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자 은행들도 분주하게 관련 금리를 다시 계산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 주에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낮출 예정이며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는 은행 수익과도 연결되는 만큼 은행들은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인하의 파장을 계산해보고 있다.

상당수 은행들은 시장 상황과 예대율(예금-대출 비율)을 보며 수신금리를 언제, 얼마나 조정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대출금리는 대부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돼 있기에 움직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수신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수신금리 하락이 코픽스 조정으로 연결되면 그만큼 대출금리도 낮아지게 된다.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자 은행 내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은행은 한은이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엔 금리를 내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예상이 엇나가자 해당 부서는 '비상' 모드다. 금리 하락으로 예대율뿐 아니라 순이자마진(NIM)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금리 인하로 예·적금 매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적금 매력 '뚝뚝'

경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증시가 부진한 상황이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또다시 부동산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보통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요인으로 꼽히지만,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추가 대책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일단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시중에 117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깔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최근 상승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부동산 매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연합뉴스에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재개발 부동산 투자자들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대출 수요가 동시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변화는 유동자금 방향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의미가 크다"면서 "낮은 이자 비용과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위축이나 이미 높은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에 거래량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오른 호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금리 인하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장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등 고강도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로 수익성 감소를 우려해 매수세가 줄어들고 매도 호가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오피스텔, 상가,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이번 금리 인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 추가 규제로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막대한 시중의 유동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 파급력은 극히 일부에 제한될 공산이 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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