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뿡뿡'…방귀대장 당신, 이것 많이 드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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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1. 오후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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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의 건강학

◆ 매경 포커스 / 100세 건강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광나루에서 낚시하던 중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내무장관이 말한 내용이다. 이 장관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1956년 8월 국회 속기록에 아직도 그 발언 내용이 남아 있다. 이는 '아부(阿附)'와 관련된 일화로 종종 인용되고 있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 '방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하찮은 방귀가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사로잡을 만큼, 최고의 아부로 인식됐을까? 방귀는 배설의 만족감에서 대소변보다 급이 다소 떨어지지만, 시원함의 기쁨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방귀는 누구나 뀐다. 인간을 비롯해 소, 염소, 코끼리, 청어, 흰개미 등과 같은 동물들도 방귀를 뀐다. 방귀를 뀌지 않으면 속이 불편하고 더부룩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계속 방귀를 참으면 소화불량과 속 쓰림으로 이어지고, 숨을 쉴 때나 트림을 할 때 역겨운 방귀 냄새가 날 수도 있다. 방귀가 장 속에 너무 오래 머물면 가스가 결국 혈류로 재흡수돼 호흡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장벽에 주머니 같은 게실증이 생기고 여기에 염증이 생길 경우 게실 천공으로 악화되는 것도 '참는 방귀'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황화수소 등 독소를 포함한 가스가 장 속에 남게 되면 간장(肝腸) 기능을 약하게 하거나 혈액에 흡수돼 면역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방귀는 냄새가 좀 나지만 자연스럽고 건강한 소화 과정의 일부라는 얘기이다. 건강 측면에서 본다면 방귀는 참지 말고 시원하게 뀌는 게 좋다. 적절히 배출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게 훨씬 더 건강에 유익하다.

열렬한 방귀 애호가이자 음식탐험가인 스테판 게이츠는 '방귀학 개론(해나무 출간)'에서 "미생물(장내 세균) 100조 마리를 장(腸)에 넣고 다니는 인간은 대장에 사는 세균의 양과 종류에 따라서 하루 3~40회, 0.4~2.5ℓ의 방귀를 뀌고 가스의 내용과 냄새도 아주 다양하다"고 설명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하루 배변의 양이 100~125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출되는 방귀는 적지 않다.

방귀는 체내에서 불필요한 가스가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가스를 생성하는 세균은 거의 대부분이 대장에 살고 있다. 장 속에는 700여 종의 세균 약 100조마리가 균류, 원생동물 같은 다른 미생물들과 함께 들어 있다. 무게로 치면 약 200g 정도 된다. 가스는 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 찌꺼기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돼 생긴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가스는 장에서 하루에 500~4000㎖(㏄)가 만들어진다. 하루 동안 배출되는 가스의 양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400㎖에서, 많게는 2500㎖에 이르고 평소에도 소장과 대장에는 200㎖ 정도의 가스가 항상 들어 있다. 방귀는 25%가 그냥 삼켰던 공기가 몸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고, 나머지 75%가 장내 세균이 식이섬유를 분해하면서 나오는 것이다. 방귀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음식은 복합 탄수화물, 특히 올리고당(3~15개의 당분자로 이뤄진 탄수화물)으로, 주로 대두나 강낭콩·덩굴강낭콩과 같은 콩류, 프럭탄 함량이 많은 양파·마늘·리크, 황과 질소 함량이 많은 양배추·콜리플라워·브로콜리, 통곡류, 과일, 유제품 등에 많다. 방귀는 고약한 냄새를 풍겨도 우리 인간이 생명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임을 증명하는 징표인 셈이다. 방귀를 뀌더라도 '내가 섬유질을 충분히 먹어서 건강하구나'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방귀 냄새는 배출가스의 1% 때문에 생긴다. 보통 방귀의 99%는 전혀 냄새가 없는 질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과 같은 물질로 이뤄져 있다. 냄새를 만들어내는 1%에는 장내 세균과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 수십 가지 혹은 수백 가지 화합물로 구성돼 있다. 방귀 냄새는 황화수소, 메탄티올, 인돌, 스카톨, 디메틸 설파이드 등 냄새를 풍기는 극미량의 휘발성 물질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황화수소는 쉽게 말해 방귀에 썩은 달걀 냄새를 일으키는 가스를 말한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 황화수소는 고농도일 때는 위험하지만 극소량일 때는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해주는 것으로 증명됐다. 이처럼 방귀 냄새는 열심히 일하는 장내 세균들이 대장에 남아 있는 음식물을 소화시켜 휘발성 가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이게 바로 신진대사로, 복잡한 분자는 더 간단한 분자로 쪼개지고(이화작용), 새로운 분자가 만들어지기도 하면서(동화작용) 많은 가스가 생성된다.

가장 독한 방귀는 종종 식품 속 아미노산(단백질 구성 요소)을 분해한 결과로 만들어지는데 특히 콩과 치즈, 육류에 아미노산이 많다.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달걀 등은 발효되면서 질소와 황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고약한 냄새의 주범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탄수화물의 발효에 의해 방출되는 가스는 큰 소리를 내지만, 냄새는 별로 고약하지 않다. 만약 저녁 식사로 독한 방귀를 뀔 수 있는 메뉴를 골랐다면 한밤중에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아내나 남편에게 '악취 폭탄'을 선물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보통 손바닥을 컵 모양으로 모아서 그 안에 방귀를 뀌고 냄새가 상대방의 예민한 코 쪽으로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게 에티켓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본인의 방귀 냄새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남의 방귀는 싫어한다. 특히나 밀폐된 장소나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방귀를 뀐다면 더욱 그렇다. 그것은 처음부터 우리가 해로운 세균이 들어 있을지 모를 배변(똥)을 피하게끔 반응하는 본능이 방귀를 뀔 때도 역시 작용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게이츠는 '방귀학 개론'에서 "방귀는 배변과 아주 다르지만, 이론적으로 방귀는 극미량의 세균을 포함할 수 있다. 옷이 그런 세균들을 걸러줄 필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옷을 입지 않은 사람이 뀌는 방귀로부터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다른 사람의 방귀를 통해 세균을 들이마시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실험 결과, 5㎝ 거리에서 페트리 접시에 한 번은 옷을 입은 채로, 한 번은 옷을 벗고 방귀를 뀐 뒤 그다음 날 살펴보니 옷을 벗고 방귀를 뀐 접시에서 무해한 세균덩어리가 자랐다고 한다.

방귀 냄새를 성별로 살펴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독한 편이다. 단순히 코로 맡기에 냄새가 조금 더 진하다는 게 아니라, 방귀 냄새의 주범인 가스들의 농도가 높아서 냄새가 더 난다. 일반적으로 여자의 방귀는 남자에 비해 황화수소 농도가 200% 높고 양은 90% 더 많으며, 메탄티올 농도는 20%나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방귀 감식가들이 지원자 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여성의 방귀가 독한 이유는 소장을 통과한 음식물의 운반이 느려서 황화수소와 같은 휘발성 물질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귀의 양은 남자들이 한 번 뀔 때마다 평균 118㎖로 여자의 89㎖보다 많고, 방귀 뀌는 횟수도 52대 35로 남자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방귀의 양과 냄새는 건강과 관련이 없으며, 모두 먹는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방귀를 더 많이 뀌고 냄새가 더 진하다고 해서 방귀를 더 적게 뀌고 냄새가 없는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거나 덜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방귀는 먹는 음식물의 종류와 장에서 가스를 만드는 세균과 가스를 소모하는 세균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다. 방귀는 밤에 적게 뀌고, 밥을 먹기 시작하면 더 많이 뀐다. 이는 위의 반사작용으로 대장에 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귀가 나쁜 것은 언제일까? 배에 가스가 차서 아플 때이다. 지속적으로 통증이 있고 배가 빵빵해지고 가스가 지나치게 찬다거나 방귀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생각되면 병원을 찾아서 상담 및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방귀와 함께 복통,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배변 습관 변화, 혈변 등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 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동반된 경우라면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소화기 계통의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장에 질환이 있어 대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는 경우, 가스가 더 많이 생겨 냄새가 지독해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방귀 냄새와 대장 질병을 연관 짓기 어렵다. 만성 췌장염, 장염, 소화관 운동장애, 흡수장애 증후군과 같은 병이 있어도 방귀가 잦으며, 이런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뿍! 빡! 뽕!…방귀소리 요란해도 腸건강은 걱정 마세요

소리·횟수는 건강과 무관

방귀 소리가 너무 크고 자주 방귀를 뀌게 되면 혹시 병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방귀는 장 건강의 척도가 아니다. 음식 종류만 잘 선택해도 방귀 걱정은 쉽게 사라진다.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하루 평균 13~14번 방귀를 뀐다. 건강한 젊은 남자는 하루 평균 최대 25회까지도 '정상'이라고 볼 수있다. 보통 남들보다 방귀를 뀌는 횟수가 잦거나 냄새가 심하더라도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정상'으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방귀 소리는 가스가 항문에 가하는 압력과 마찰 때문에 생긴다. 괄약근이 항문을 꽉 조여주고 있는 상태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되다 보니 항문 주변 피부가 떨리면서 방귀 소리가 발생한다. 괄약근을 꽉 조일 때 방귀를 배출하면 큰 소리가 나고, 괄약근이 느슨할 때 배출하면 작은 소리가 난다는 얘기다.

방귀는 배출 원리가 배변과 비슷하다. 배변과 가스를 보관하는 직장에 방귀 가스가 차오르면 압력이 쌓이고, 이게 바로 방귀를 뀌어야겠다 혹은 화장실을 가야겠다는 욕구로 느껴지면서 뇌에 메시지를 보내준다.

항문은 속조임근과 바깥조임근이라고 하는 두 종류의 고리 모양에 의해 빈틈없이 조종되는 직장의 바깥 구멍으로, 뇌의 지령을 받고 바깥조임근을 풀어서 압력이 높아진 가스를 내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임근은 방귀를 내보내기 위해 실금처럼 가느다랗게 열리는데, 가스가 움직이자마자 방귀가 미처 다 빠져나가기도 전에 항문조임근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는 공기 흐름이 빨라지면서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스가 조임근의 가장자리를 돌아 나가는 탓도 있다. 그런 식으로 빠르게 구멍이 여닫히는 동작이 초당 20번 이상 일어나면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범위에서 일련의 압력파가 생기고 방귀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아주 낮은 저음의 경우 초당 20회(20㎐·헤르츠)부터 아주 높은 고음의 경우 초당 2만회(20㎑·킬로헤르츠)까지 들을 수 있다.

'방귀학 개론'의 저자 스테판 게이츠는 "방귀 소리가 휙 소리만 내고 가스를 배출하려면 방귀를 뀔 준비를 한 다음, 가스가 빠져나갈 때 양쪽 엉덩이를 최대한 벌려 조임근이 확실하게 열리게 하라"면서 "하지만 조임근을 너무 느슨하게 풀어주면 배변이 나오거나 아예 방귀가 뚝 그쳐 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 잦은 방귀로 불편감을 느낀다면 원인이 되는 젖당, 과당, 소비톨, 녹말질 등의 섭취를 줄이고 양배추, 양파, 브로콜리, 감자, 밀가루 음식 등을 피하는 게 도움이 된다. 공기를 자주 마시게 되는 껌이나 사탕은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고, 탄산음료도 되도록 멀리한다. 몸에 좋지만 방귀 뀌는 횟수가 늘어나는 각종 유제품, 콩 종류, 당근, 양배추, 건포도, 바나나, 사과 등은 가급적 적게 먹으면 방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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