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 확진자는 “격리해제 후 일주일을 바라보고 있는데 매일 매일 아프다”고 썼다. 그는 “체력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 숨차고 땀도 평소보다 많이 난다”면서 “격리 기간에도 아팠지만, 후유증이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롱 코비드에 관한 뚜렷한 의학적 정의는 없다. 다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증상이 남아 환자가 고통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회복되고 나서도 한 달 이상 증상이 지속하거나 정의에 따라서는 3개월 이상 가면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며 “CDC(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포스트 코비드 컨디션’(post Covid condition)이라고 기술하기도 하는 데 합의된 정의가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증상이 있어야 롱 코비드다’라고 규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롱 코비드에 대해 “회복됐지만 호흡곤란, 인지장애, 피로감 등을 겪는 것”이라며 “감염 후 3개월 이내에 나타나 최소 2개월간 지속하며, 특정 진단명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세 가지 증상 이외로도 말하는 데 문제가 있거나 지속적인 기침, 흉통, 근육통, 후각·미각 상실, 우울·불안, 발열 등의 증상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 보건당국(NHS)은 12주 이상 증상이 지속해 달리 설명할 수 없을 때를 가리켜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post Covid syndrome)’이라고도 지칭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부분의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달간 증상이 명백하지 않다가 향후 심정지, 뇌졸중, 심부전, 폐색전증, 심근염, 만성 신장 질환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에는 미국 보훈부 보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분석했더니 코로나 회복 후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감염자 15만여명의 회복 1년 후를 따져봤더니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 불규칙한 심장 박동 등의 위험이 50% 이상 높게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감염 중 바이러스가 심장 근육을 공격하고 심장과 혈관을 둘러싼 세포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증상이 향후 의료 시스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다만 이들의 감염 시기는 코로나 유행 초기(2020년 3월~2021년 1월)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며,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는 아직 초기 환자들에 대한 것뿐이다. 지난해 국립보건연구원과 경북대병원이 완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41명 가운데 절반 이상(53%, 127명)이 확진 후 12개월 지난 시점에서 집중력 저하, 인지기능 감소, 기억상실, 우울, 피로감 등을 호소했다. 추가 연구를 위해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이 델타·오미크론 감염 후 완치된 이들 1000명 정도를 모집하고 있다.
롱 코비드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초기 감염 이후 바이러스가 몸 안에 남아 염증을 일으킨다거나 코로나19를 앓은 뒤 자가면역반응으로 생긴다는 분석이 많다. 최원석 교수는 “한 가지 질환이 아니고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하는 증상들이라 각각 유발 기전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결코 단순한 호흡기 감염병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롱 코비드를 의료 대응 과제로 삼고 제대로 된 데이터 바탕으로 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심하게 앓았을 때 롱 코비드를 겪을 확률이 올라가고 중추 신경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며 “독감처럼 간단한 병이 아닌 만큼,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앓는 이들을 위해 재활클리닉을 운영하든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증상을 앓는 이들이 어느 정도인지 관련 연구부터 필요하고, 이후 어느 정도의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를 단순한 감기쯤으로 과소평가하는 것도 안 되지만 코로나를 앓은 환자를 1년여 관찰한 결과 대부분은 약물 투여 없이도 증상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무조건 장애가 남는다는 식의 과대평가도 곤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