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국가 파탄에도… 베네수엘라 군부는 왜 마두로 지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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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광산·식품유통 3대 산업서 마두로가 군부 이권 철저히 보장
군부, 정권 무너지면 민영화 우려… 과이도측 러브콜에 호응 안해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 야권의 쿠데타 시도는 결정적으로 군부를 끌어들이지 못해 실패했다. 반(反)마두로 세력의 구심점인 과이도 국회의장이 수도 카라카스의 공군기지에서 중무장 군인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며 군부 쿠데타를 독려했지만 이탈한 군인은 수십명에 불과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정부군에 의해 강경 진압당했다. 야권의 설득, 미국의 다양한 유인책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군부의 마두로 지지는 굳건한 상황이다.

나라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도 베네수엘라 군부가 마두로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언론 '엘 나시오날'은 지난 5일 "석유와 금, 음식이야말로 베네수엘라 군부의 진정한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를 지지하는 이유는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석유산업, 광산업, 식품유통산업에서 흘러나오는 돈 때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주요 산업은 모두 군부가 관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가 대표적이다. PDVSA는 베네수엘라 경제 그 자체로 불리는 곳이다. 자산 총액만 1896억달러(약 200조원)로,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의 90%, 정부 재정수입의 60%를 담당한다. 이 기업의 요직을 군부 장성들이 꿰차고 있다. 현 대표인 마누엘 퀘베도는 국가방위군 소장 출신으로 마두로가 2017년 11월 임명한 인물이다.

광산업은 아예 군부가 관장하도록 했다. 마두로는 2016년 2월 쿠바의 군부기업 가에사(GAESA)를 모델로 한 카밈펙(Camimpeg)이라는 채광 전문 군부 기업을 만들었다. 이사회는 육군 소장과 해군 중장 등 장성 일색이다. 이 군부기업은 철광석과 알루미늄, 금 등 채광사업과 함께 석유와 가스 판매업도 하고 있다.

식품 유통업 역시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식량난이 불거지자 마두로는 2016년 8월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에게 '주권 공급의 위대한 임무'라 불리는 식품 배급 사업을 맡겼다. 이후 쌀과 우유, 통조림 같은 기초식품과 의약품을 수입·배급하는 사업을 파드리노 장관이 임명한 장성 18명이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군부는 1975년 설립된 방위사업체 카빔(Cavim)을 통해 각종 산업에 관여하고 있다. 장난감 회사나 청소용품 회사 등 20개 달하는 회사들이 카빔의 자회사다. 베네수엘라 경영학연구소(IESA)의 경제학자 호세 마누엘 푸엔테 교수는 "현재 베네수엘라 정치·경제 영역에서 1000명 이상의 퇴역 군인이 직책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 '엘 나시오날'은 "과이도 의장이 주장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되면 각 산업에서 군부가 담당하는 역할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되면 군부 소유의 기업들이 민간에 이양될 가능성이 높아 군부가 마두로 지지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국방 분야 NGO인 '시민의 통제' 로시오 산 미구엘 대표는 "과이도 의장이 군부에 (경제적) 미래를 보장하기 전까지 군부가 마두로에 대한 충성을 되돌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안상현 특파원 insu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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