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앙숙’ 이란·사우디와 동시 갈등 어쩌나

입력
수정2018.10.17. 오전 10:50
기사원문
박종현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왕실 가담 의혹에 국제사회 비난/美도 ‘맹방’ 사우디 압박 조치 요구/폼페이오 급파 갈등 해소에 역점/CNN “왕실, 정보기관에 책임 전가”/사우디와는 봉합·이란엔 압박할 듯/이란 “제재 땐 국제원유 부족” 경고
터키 경찰이 15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의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 암살 의혹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EPA연합뉴스
‘분할관리’는 미국의 오랜 중동정책 기조였다. 1980∼1990년대에는 이란과 이라크를 분리 관리해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중동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치우쳐 이란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최근에는 중동의 오랜 앙숙인 이란, 사우디와 동시에 갈등을 겪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오랜 적성국인 이란에 원유수출 제재를 본격 예고한 가운데 사우디와는 미국 영주권자 출신의 사우디 국적 언론인의 실종 내지 사망을 두고 긴장관계를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사우디 양국의 갈등은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피살 의혹’에서 사실상 잉태됐다. 최근까지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사우디를 비판하는 글을 써왔던 카쇼기가 이스탄불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팀에게 살해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살해 의혹이 불거지자 국제사회는 거세게 비판했으며, 미국도 이례적으로 맹방인 사우디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의회와 정부가 동시에 진상규명과 징벌적 조치를 요구했다. 의회 일각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제재를 거론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사우디와 관계를 더욱 개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사우디 정부를 압박했다. 그는 이 차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6일 사우디를 찾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5일에는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과 전화통화를 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사우디 국왕 만난 폼페이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만나 언론인 암살 의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AP연합뉴스
미국으로서는 적성국 이란을 고려할 때 사우디와 갈등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왔다. 대선 기간 동안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란핵 합의’ 파기를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7월에는 이란 정부의 달러화 매입 금지 등을 포함한 1단계 이란제재를 복원했다. 11월 4일부터는 이란에 대한 원유 제재를 복원한다. 이란의 원유수출을 사실상 막겠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일부 개선된 이란과 관계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동 지역의 양국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 속에서도 결국 사우디와는 ‘갈등 봉합’, 이란과는 ‘압박 지속’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는 사우디 왕실의 반응에서 감지됐다. CNN은 16일 사우디 정부가 자국 언론인이 심문 도중 실수로 숨졌다고 인정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사우디의 이런 구상은 카쇼기의 사망을 정보기관 당국자의 책임으로 돌려 ‘왕실 개입설’ 내지 ‘왕실 배후설’을 벗어나려는 의도이다.

사우디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란은 다만 자국에 대한 제재가 국제 원유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며 경고를 잊지 않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최근 “이란에 대한 제재는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부족을 야기할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방침에 반발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

기자 프로필

세계일보 박종현 기자입니다. 아세안(동남아) 지역에 관심이 많지만, 지금은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