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따른다던 교육부 `수능 무력화` 밑밥 깔았다
선택과목 늘려 혼란 불보듯…전문가·일선학교 거센 비판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 및 학교 현장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수능 과목구조가 사실상 '수능의 전 과목 절대평가'를 유도하는 안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수능 평가방식을 공론화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이 같은 과목구조 결정은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 시안'을 발표했다. 당초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수능시험의 평가방식이 결정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능 과목구조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3가지 안을 만들고 그중 하나를 택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 공론화가 진행 중이고 평가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먼저 수능 과목구조를 발표한 것이다. 교육부가 스스로 방침을 엎고 순서를 뒤집어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 과목구조 개편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선택 과목'을 늘려놓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의 안에 따르면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영역에서 독서와 문학이 공통 과목이고 수험생들은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 가운데 1과목을 택해 응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반영하고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이 경우 학생들이 그야말로 '복불복'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두 과목의 난이도가 완벽히 같지 않으면 과목 선택에 따라 유불리가 나뉘기 때문이다. 화법과 작문이 좀 더 쉽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예상보다 난도가 높게 나오면 반대로 언어와 매체를 택한 학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게 돼 유리해진다.
이런 문제들이 예상됨에도 교육부가 이 같은 수능 과목구조를 내놓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 상당수는 교육부가 '수능의 전 과목 절대평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위와 같은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가 상당 부분 해소되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평가라고 해서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평가일 때보다 그 부담이 완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국가교육회의의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4가지 공론화 시나리오 중 정시를 45%까지 확대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1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수능 과목구조 개편 시안을 내놓은 것은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선수'를 치며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래전부터 수능의 절대평가를 통한 자격시험화를 주장해왔다.
공론화 시나리오 중에선 2안이 유일하게 정시와 수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능 과목구조에 따른 수험생들의 형평성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2안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된다.
한 대형 입시업체 입시전략연구소 팀장은 "이럴 거면 국가교육회의를 통해서 공론화는 왜 하나. 완전히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가교육회의에서 수능이 상대평가로 결정된 뒤 수험생들 사이에서 혼란과 형평성 논란이 가중되면 '국민들의 선택 결과'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들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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