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스포츠 클라이밍은 새로운 올림픽 종목 후보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친 끝에 2016년 8월에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승인 받았다. 올림픽에 앞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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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콤바인 리드 결선에서 한국의 사솔이 경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흥행작으로 떠오른 영화 ‘엑시트’에서는 주인공이 대학 산악 동아리 출신으로 설정돼서 곳곳에 클라이밍 기술들이 등장한다.
스파이더맨처럼 빌딩 벽을 타고 오르거나 혹은 미끄러운 사자상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에 공중에서 날다람쥐처럼 펄쩍 뛰어서 몸을 이동하는 기술은 보는 사람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한국 영화에서 클라이밍이 소재로 사용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만큼 클라이밍이 대중화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던 클라이밍은 곳곳에 실내 암장이 생기고 취미로 클라이밍을 하는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낯설기만 한 종목이 아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은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정식 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역사 

스포츠 클라이밍은 실제 자연 암벽을 타는 마운틴 클라이밍을 모티브로 해서 탄생했다. 1960~70년대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실내 암벽이 조금씩 생겨났고, 구 소련에서는 스피드 클라이밍이 시작됐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협회(IFSC)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포츠 클라이밍이 체계를 갖춘 스포츠 경기로서 처음 대회를 치른 게 1985년이다. 이탈리아 바르도네치아에서 리드 대회가 열렸고, 당시 유명 클라이머들과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1000여 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이벤트가 끝났다. 이듬해 이탈리아의 아르코 디 트렌토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렸고, 여기에는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이렇게 스포츠 클라이밍이 점차 경쟁 대회로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2007년 1월에는 국제 연맹인 IFSC가 만들어졌다.


초창기 스포츠 클라이밍이 등장했을 때, 전통적인 자연 클라이밍을 즐기는 이들이 ‘가짜 클라이밍’이라고 얕잡아 보는 시선이 분명 존재했다. 클라이밍의 본질은 자신과의 싸움이지 경쟁해서 우승자를 가리는 게 아니라는 철학적인 이유도 스포츠 클라이밍을 깎아내리는데 한몫 했다.


그러나 스포츠 클라이밍만이 갖고 있는 장점, 그리고 매력 또한 명확하다. 

먼저 스포츠 클라이밍은 인공 암장에서 하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다. 클라이밍 도중에 실수를 하거나 떨어져도 매트 등의 안전장치가 있고, 홀드가 벽에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라서 자연 바위에 기구를 볼트로 박을 때처럼 흔들리거나 떨어질 위험도 없다. 무엇보다도 도시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고도 클라이밍의 기술과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녀 콤바인에서 메달을 따낸 김자인(동메달), 천종원(금메달), 사솔(은메달)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포츠 클라이밍은 새로운 올림픽 종목 후보들과 치열한 경쟁을 거친 끝에 2016년 8월에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승인 받았다. 올림픽에 앞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은 스피드 개인, 스피드 단체, 콤바인까지 남녀 각 3개씩의 금메달이 걸려있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세부종목 수가 이보다 더 적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남녀 콤바인 1개씩의 금메달이 주어진다.


리드, 볼더링, 스피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이는 콤바인 종목은 리드와 볼더링, 스피드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리드와 볼더링, 스피드가 각각 어떤 종목인지 알아 두면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리드는 보통 ‘난이도’ 종목이라 불린다.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먼저 완등하느냐를 겨룬다.
선수들은 폭 3m, 등반거리 15m의 암벽 위에 세팅된 홀드를 타고 올라가 완등 지점까지 클라이밍을 한다. 제한시간 6분 동안 로프를 타고 설치된 퀵드로에 끼워가면서 올라간다. 한 번 떨어지면 다음 기회는 없다.


볼더링은 누가 문제를 더 많이 푸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리드 보다 높이가 낮은 4m의 벽을 설치하고, 바닥에 안전 매트가 깔린 경기장에는 4~5개의 홀드를 사용해서 완등하는 루트가 있다. 더 많은 코스를 완등하는 선수가 이긴다. 동률이 나올 경우 더 적은 횟수를 시도한 선수가 이긴다. 어려운 보너스 홀드를 잡으면 추가 점수가 주어진다.


스피드는 말 그대로 육상처럼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다. 두 명의 선수가 똑 같이 세팅된 두 개의 벽을 각각 타고 누가 더 빠른 시간 안에 완등하는지를 겨룬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스피드에서는 높이(15m)와 기울기(95도)가 정해져 있다. 홀드의 배치 역시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고, 규격에 맞는 회사의 홀드 제품만을 사용할 정도로 세팅이 엄격하다. 암벽 꼭대기에 로프를 걸어둔 채 선수들이 그 줄을 타고 빠르게 등반한다. 대개 월드컵 등 국제 수준의 대회에서 남자 선수는 5~6초, 여자 선수는 7~8초 정도의 기록이 나온다.


콤바인의 계산 방식은 다소 독특하다. 각 세부종목의 순위를 모두 곱해서 숫자가 가장 적게 나오는 사람이 이긴다. 


리드와 볼더링, 스피드는 같은 클라이밍 종목이라 해도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리드는 길을 읽어내고 다소 오랜 시간 버티면서 끝까지 완등하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볼더링은 순간적으로 근력을 폭발시키는 힘과 순발력이 필수다. 스피드는 육상 선수처럼 탄탄한 하체를 갖춰야 유리하다.


엘리트 클라이밍 선수들은 “3개의 종목을 육상에 비유하자면 100m 단거리부터 1만m 장거리까지 다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리드와 볼더링, 스피드까지 동시에 세계 정상급으로 잘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올림픽 종목으로 정해졌으니 두루 잘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남자 스피드 경기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이런 점 때문에 스포츠 클라이밍의 올림픽 경기 방식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처음에는 스포츠 클라이밍 역사에서 가장 오래됐고, 전통 클라이밍에 가장 가까운 리드가 올림픽 종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올림픽 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관중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영상으로 중계됐을 때 박진감이 있는 게 중요하다. 이에 따라 스피드까지 추가된 3개 종목 콤바인이 올림픽 경기 방식으로 선정됐다는 게 중론이다.

홀드를 알아야 루트를 찾는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자연 암벽을 본 따서 만든 인공 암벽을 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울퉁불퉁한 바위를 이용하듯 다양한 모양과 난이도의 홀드를 만들고, 또 이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난이도를 조정한다.

홀드 중에서는 마치 튀어나온 옷걸이처럼 손으로 잡고 올라가기 편한 모양이 있는가 하면, 높은 위치에서 체중을 싣기가 매우 까다롭고 손가락이나 발을 지탱하기 어려운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손정준 전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손정준 클라이밍연구소장)은 “클라이밍의 매력은 홀드의 난이도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보통 동호인들은 처음 클라이밍을 접하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인공 암장에서는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도록 홀드를 세팅할 수가 있다. 반면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나가는 국제대회에서는 어떻게 잡아야 올라갈 수 있을지 한참 연구해야 하는 홀드 배치가 나온다”면서 “대회 때는 전문적인 루트 세터들이 홀드 종류를 결정하고, 얼마나 넓게 홀드를 떨어뜨려서 배치할지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루트 세터들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수준을 보고 세팅을 결정한다. 손정준 소장은 “과거에는 자연 모양에 가깝게 특이한 모양의 홀드들을 대회에서도 자주 썼다. 하지만 점차 스포츠 클라이밍이 규격화된 스포츠 대회로 자리를 잡으면서 홀드도 규격화된 것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클라이밍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동률을 이뤄 심판들이 채점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나오는데, 이럴 때 홀드 모양이 너무 복잡하면 홀드를 잡는 방법이나 모양에 따라 점수를 매겨야 하는 심판들이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실력이 좋은 클라이밍 선수란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종류의 홀드를 잡아본 경험이 있고, 그 홀드를 어떻게 공략하는지를 많이 훈련해 본 사람이다. 손 소장은 “클라이밍은 아무리 신체 조건을 타고난 선수라고 해도 딱 훈련한 만큼만 성과가 나온다. 그만큼 훈련이 절대적이다”라고 했다.


신체의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내야 

가파른 기울기의 벽을 타고 올라가는 클라이밍은 그 과정 자체가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의 효율성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대표 천종원의 리드 경기 장면. 사진=연합뉴스

클라이머는 기본적으로 코어 근육이 좋아야 한다. 또한 신체 말단 부위인 손가락, 발끝으로도 몸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말단 근육까지 강하게 키워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연성이 좋아야 하고, 중력을 거스르는 만큼 체중이 적어야 유리하다.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건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클라이밍 테크닉의 핵심은 체중 부하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등반할 때 신체를 두루 사용해서 체중을 분산시키고 힘을 아끼는 기술적인 요소를 ‘무브’라고 부른다. 얼마나 숙달된 무브를 통해 올라가느냐가 클라이밍의 질을 결정한다.


손정준 소장은 “좋은 선수일수록 중심축에서 몸까지 힘과 체중을 분산시킬 줄 안다.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라면서 “아주 적은 면적에 몸을 지탱하면서도 그 힘을 분산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클라이머들은 코어의 힘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고, 또 손끝이나 발끝까지 말단의 힘과 근육도 키워야 한다. 말단까지 세밀하게 근육을 키워야 하니까 보통 클라이밍 선수들은 세세하게 갈라진 잔근육이 많다”고 설명했다.


울퉁불퉁한 큰 근육 없이 단단하고 세밀한 근육의 기계체조 선수 같은 몸이 클라이머들의 특징이다. 국제 클리이밍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우 남자는 체지방률 4.6~5.6%, 여자 선수도 9%를 넘지 않을 정도로 신체의 밀도가 단단하다. 여기에 그 근력을 부드럽게 분산하고 몸을 이용하는 법을 훈련하는 게 바로 클라이머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톱 클래스의 클라이머는 난도 높은 어려운 루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등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을 보는 것 만큼이나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동작을 보는 것 또한 짜릿한 재미가 있다.

클라이밍에서 사용하는 무브 중에 ‘다이내믹 무브먼트(dynamic movement)’의 줄임말인 ‘다이노(dyno)’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클라이밍과 관련된 동영상을 검색해 보면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역동적인 다이노 무브만을 모아놓은 영상도 많다. 



다이노는 먼 거리에 있는 홀드를 잡을 때 신체 움직임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공중으로 솟구쳐오르듯 뛰어서 멀리 있는 홀드로 이동하는 것이데, 클라이머가 마치 작은 새처럼 홀드 사이를 날아다니듯 루트를 찾아가는 장면은 언제 봐도 짜릿하다.
다이노를 할 때는 순간적으로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몸을 공중에서 잠시 멈춘 후 체중이 한 곳에 크게 실리는 것을 피하면서 다른 홀드로 착지해야 한다.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역동적인 고난도 기술이다.

이밖에도 다리를 찢듯이 높이 올려서 등반하는 하이스텝 무브, 허리의 회전을 이용해서 먼 거리의 홀드를 잡는 트위스트 락 등은 보는 이들이 절묘한 클라이머의 움직임에 감탄하게 만드는 무브다.

지난해 9월 울산시 울주군에서 열린 전국 스포츠클라이밍대회. 사진=연합뉴스

엘리트 선수들도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의 무브를 보고 따라하고 배우는 일이 흔하다. 동호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잘 하는 선수들 특유의 공략법이나 기술을 따라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간다.

몸의 모든 부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고도의 신체 단련과 더불어 루트를 찾고 공략하는 창의성,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순간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내는 순발력과 임기응변까지 두루 갖춰야 하는 게 바로 스포츠 클라이밍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정해진 트랙을 따라 움직이는 종목이 아니다. 다양하게, 규칙 없이 배열된 홀드를 보고 어느 길을 가는 게 나에게 맞는지를 찾아내는 선수가 결국 승리한다.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면서 풀어가되 정답은 없다. 자신의 몸과 클라이밍 스타일에 따라 최적의 길을 찾아내는 이가 곧 승자다. 그런 점들이야 말로 클라이밍을 보는 재미이자 매력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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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스포츠 이은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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