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비판 대자보 붙인 20대 ‘유죄’…대학 “피해 없는데?”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김씨가 지난해 11월 2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의 한 건물에 붙인 대자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교 캠퍼스에 붙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20대가 23일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은 이날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25)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 천안캠퍼스 내 건물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가 기소됐다.

해당 대자보에는 “홍콩 다음은 한국이다. 현재 남조선의 식민지화 단계는 다음과 같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라는 제목아래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 앞에 무릎을 꿇는 합성이미지 등이 담겨있다.

단국대 측은 이런 사실을 ‘업무 협조 차원’에서 경찰에 알려줬다. 학교에 피해가 없는 데다 표현의 자유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단국대 측은 “김 씨가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침입범’이라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초 김 씨는 약식 기소돼 벌금형(100만원)을 받았으나 김 씨는 ‘건조물 침입죄는 핑계일 뿐 대통령을 비판한 죄를 묻겠다는 의도’라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단국대 관계자 A 씨는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와 “업무협조차 (대자보가 붙은 사실을) 경찰에 알렸을 뿐이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적도 없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이 문제가 과연 재판까지 가야 할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피고인을 두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A 씨는 이날 자신이 피해자로 돼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 씨는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 대자보를 붙였다. 과거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건 민주화운동이고, 이제 권력자가 된 그들을 비판하면 범죄자가 되는 잣대는 뭔가”라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상황을 비판했다.

김 씨 측 이동찬 변호사는 이날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 행동으로 인한 피해자도 없고 피해본 것도 없는데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건 유감이다. 판결문을 분석한 뒤 김씨와 협의해 항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네이버에서 [동아일보] 채널 구독하기

▶ 집 볼 때 쓰는 메모장 '집보장'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