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OECD 1위 한국...“통계 부실 때문에 대책 마련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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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4.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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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정부에 자살 통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공개하는 자살 관련 통계가 제한적인 데다가 발표 시점도 늦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처빌딩에서 생명존중시민회의가 '자살통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한 활동가와 전문가들. 왼쪽부터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 이에스더 중앙일보 기자,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 백종우 경희대 교수,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 /생명존중시민회의 제공

생명존중시민회의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처빌딩에서 ‘자살통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이날 토론회와 본지 통화에서 “자살 통계가 무슨 비밀 문서냐”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고 그나마도 늦게 나오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대응 수립에 활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자살 통계를 광범위하게 공개하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우리나라는 2020년 자살 통계가 오는 9월에야 나오고 원인 분석은 오는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두 달 걸려 내놓는 잠정치를 일본은 한 달이면 내놓는다”며 “공유하는 정보도 지자체별 자살자 수, 성별·나이별 자살자 수, 전년 대비 증감률, 전년 동월 대비 자살률 증감 상위 및 하위 5개 지자체까지 세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두 달 뒤 내놓는 월별 잠정치가 전체 자살자 수와 남녀별 자살자 수로 제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 대표는 “일본은 심지어 직업군별 자살자 숫자도 확인이 가능해서 연금수령자나 학생, 2030여성 등 특정 계층에서 자살률이 높아지면 바로 관련 부처에서 대책 수립에 나선다”며 “코로나 이후 취업 불안으로 2030 여성들의 자살률이 증가세로 돌아서자 일본 총리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긴급 대응에 나선 게 그 예”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자살 통계 공표 제도 비교. /생명존중시민회의 제공

백종우 전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며 “나이, 성별, 직업, 원인, 의료·복지서비스 등과의 연관성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예방대책은 정확하고 최근 통계를 근거로 수립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 통계는 자살자 성별, 나이별, 원인, 자살 수단 등에 대한 연간 통계 발표가 다음 해 9월에야 이뤄지고 있어서 시의적절하게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살 통계를 지금처럼 통계청이 공표할 게 아니라 해당 자료를 수집하는 경찰청과 대응 수립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과의 전투에서 이기려면 자살의 원인, 수단, 장소 같은 다양한 자살통계 동향을 관계자들이 신속히 파악하도록 자살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가 통계청·경찰청과 협력해 경찰청 자살통계를 직접 받아 분석하고 가공해 매월 1회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정부는 시의성 있는 자살예방정책 수립을 위해 1년에 1회 발표하는 자살사망자 공식통계 이외에 추가로 매월 잠정치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연간 단위로 발표하던 자살 통계 외에 2개월마다 한 번씩 잠정치를 발표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예전보다 진전된 건 맞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며 “잠정치는 당연히 확정치와 비교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관련 부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여 발표가 너무 늦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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