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혁신을 선택했다…병원협회 "원격진료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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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4.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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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호·편의 증진에 도움
세계적 추세 뒤처지면 안돼"

초진환자 대면진료 원칙과
환자들의 병원 선택권 등
전제조건 하에 전격 찬성

개원의사들 반발이 변수


국내 병원계를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가 비대면 진료, 즉 원격의료에 조건부 찬성을 한다고 4일 밝혔다. 병협은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대표적인 의료단체로, 소속회원 병원에는 전체 의사 10만여 명 중 60%에 달하는 약 6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의협은 주로 개원가 중심 의사들에 의해 운영된다. 의원급 의사는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의사 10만6144명 중 4만3769명이다. 병원 의사들도 의협에 가입돼 있지만 사안에 따라 개원의들과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다. 병협이 비대면 진료 제도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병협은 이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제3차 상임이사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전격 채택했다.

병협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영상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정책 발굴과 도입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민 보호와 편의 증진을 위한 세계적 추세 및 사회적 이익 증대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병원계는 2000년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 속내는 찬성이 많았지만, 소속 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공개적으로 찬성을 밝히자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원격의료의 시범사업이나 다름없었던 비대면 진료의 긍정적 효과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병협 부회장)은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앞으로 영상을 통한 진료가 '노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문경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원격 모니터링을 비롯한 비대면 진료를 시도한 결과,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서울시 보라매병원에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했다. 비대면 진료 후 의료진이 환자 체온을 체크할 때마다 갈아입는 방호복 30여 벌을 절약할 수 있었고 환자 진료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었다.

의협이 원격의료 반대의 주요 이유로 꼽는 환자 쏠림과 관련해 김 병원장은 "환자를 중심에 두고 동네 의원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면서 필요한 경우 2·3차 의료기관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이 과정에서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며 "'진료 전달 체계 붕괴'는 무책임한 얘기이며 '진료 협력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격의료는 무엇보다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 거주하는 고령 환자가 서울 대학병원에서 3분간 진료를 받기 위해 보호자와 함께 KTX를 타고 하루 종일 시간과 고비용을 낭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과정을 거치면서 의료 경쟁력을 확인한 병원계는 원격의료를 활성화해 해외에 적극 진출하고 싶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실제로 올해 초 통상 개시 30년을 맞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은 원격의료를 활용한 양국 간 의료 협력을 적극 타진해오기도 했다. 현행 의료법은 국내 의사와 해외 환자의 원격진료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허용돼 있지 않다. 다만 병협은 비대면 방식의 의료 정책 마련에 대해 △초진환자 대면 진료 원칙 △적절한 대상 질환 선정 △급격한 환자 쏠림 현상 방지 및 의료기관 종별 역할에 있어 차별 금지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향후 비대면 진료 방식 검토와 추진을 위해서는 의료전문가 단체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인정될 수 있는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조정해야 한다며 △국민과 환자의 건강 보장과 적정한 의료 제공 △의료기관 간의 과당 경쟁이나 과도한 환자 집중 방지 △분쟁 예방과 최소화 △기술·장비의 표준화와 안전성 획득 △의료 제공의 복잡성과 난이도를 고려한 수가 마련 등 5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정영호 병협 회장은 "비대면 의료 체계의 도입과 논의를 위해서는 세 가지의 기본 전제조건과 제시된 다섯 가지 사항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며 "사안에 따라 개방적이고 전향적 논의와 비판적 검토를 병행해 바람직하고 균형 잡힌 제도로 정립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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