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억짜리 상가 팔아놓고 나몰라라… 기둥·계단 고의로 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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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02.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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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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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분양받은 상가 외관. A씨는 입구 계단에 대해 사전 설명을 받지 못했고 통유리 시야를 방해하는 여러개의 기둥 역시 분양 당시 들은 바 없다고 주장한다. /사진=독자 A씨 제공
‘중흥S클래스 트와이스’ 단지 내 상가… 수분양자 “사전설명 없었다”
시행사 ‘묵묵부답’, 설계·시공업체는 “우리와 무관” 주장… 결국 소송전


“몇 만원, 몇 십 만원짜리 물건도 하자가 있으면 교환·반품이 되는데 10억원이나 하는 상가건물 하자를 아무도 책임 안 진다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경기도 의정부 민락2지구에 들어서는 주거용 오피스텔 ‘중흥S클래스 트와이스’의 근린생활시설(상가)를 2018년 분양 받은 A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커다란 기둥이 상가 실내 통유리 벽 앞에 떡하니 들어서 시야를 방해하고 출입구에는 분양 당시 설명을 듣지 못한 계단이 생겨 출입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 올 초 입주를 앞두고 사전 방문 당시 기둥과 계단을 발견한 A씨는 즉각 시행사에 항의하려 했지만 전화통화 조차 되지 않았다. A씨와 같이 피해를 호소하는 분양자 수십여명은 현재 시행사 등을 상대로 계약해지 소송에 들어갔거나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배후수요 풍부한 상가라고 광고하더니…



A씨는 2018년 3월쯤 배후수요가 풍부한 상가가 분양 중이라는 지인의 소개로 분양사무실을 방문했다. A씨가 찾은 곳은 2018년 초 의정부 ‘민락2지구’에서 공급된 주거용 오피스텔 ‘중흥S-클래스 트와이스’의 단지 내 상가다.

이 상가는 지상 1~2층 연면적 약 1만3000㎡, 총 151실 규모다. 중소형 면적 위주의 오피스텔 546실이 들어서는 만큼 시행사는 단지 내 고정수요가 확보돼 투자가치가 높다고 광고했다.

민락지구 중심상업지와 대로변을 잇는 코너에 스트리트몰로 조성돼 주변 아파트 거주민의 유입이 용이한 데다 중앙분수광장을 갖춘 개방형 테라스 상가가 광장상권으로 조성돼 집객 효과의 극대화가 기대됐다.

상가 분양이 처음인 A씨는 분양사무실의 설명만 듣고 별다른 의심 없이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분양 관계자는 A씨가 고른 상가 내부에 기둥이 있다며 기둥이 없는 다른 상가의 계약을 권유하기도 했다.

전용면적 56.87㎡ 상가를 10억700만원에 분양계약 후 실물을 확인한 건 2년이 지난 올 초 입주 전 사전 점검 때다.
A씨가 분양받은 상가의 내부 모습. A씨는 유리와 바로 맞닿은 곳에 기둥이 있어 시야를 방해하고 공간 활용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사진=독자 A씨 제공


상가 가치 떨어지고 세놓기도 힘들어



A씨는 분양 당시 기둥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만큼 무단 설계변경을 주장한다. 계단 역시 사전 설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견본주택에도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고의적으로 숨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A씨는 시행사인 제스트포레와와 분양대금관리를 맡은 한국자산신탁, 시공업체인 중흥건설에 계약해지를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A씨는 “상가 내부에 커다란 기둥이 자리 잡고 있는데 공간 활용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며 “통유리는 물론 천장의 시스템에어컨까지 가로막는 기둥이 있는 상가에 누가 임차하려고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스트리트 상가 출입구에 계단이 있는 사실을 알았다면 값이 더 싼 2층 상가를 계약했을 것”이라며 “몇 만원, 몇 십 만원짜리 물건도 하자가 있으면 교환·반품이 되는데 10억웍이나 하는 상가 건물의 하자 책임을 아무도 안 진다니 말이 되냐”고 토로했다.

A씨의 말대로 해당 상가에 카페나 식당을 운영할 경우 건물 밖을 지나는 유동인구는 일반적으로 창 안쪽을 보고 가게에 진입한다. 통유리를 가로막는 기둥이 없어야 가게 안쪽이 보이지만 해당 상가와 같이 큰 기둥이 가로 막을 경우 상가가치는 떨어지고 세를 놓아도 그만큼 월세를 깎을 수밖에 없다.
A씨와 함께 계약해지 소송에 참여한 또 다른 수분양자 C씨가 분양받은 상가 내부의 모습. 내부 한가운데 기둥이 있고 천장에는 시스템 에어컨이 기둥과 바짝 붙어 설치돼 있다. /사진=독자 A씨 제공


분양 후엔 나몰라라… 결국 소송으로



A씨를 비롯한 수분양자들은 잔금 납부를 거부한 채 각각 무리를 짓거나 단독으로 계약해지 소송에 들어갔다.

시행사인 제스트포레와 분양대금관리를 맡은 한국자산신탁, 시공업체인 중흥건설, 설계를 맡은 희림건축사무소 등은 모두 책임을 회피하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제스트포레의 경우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시공업체인 중흥건설을 통해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관련 내용에 대해 함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설계대로 단순 시공만 했을 뿐 분양 업무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자산신탁 역시 “우리는 분양대금관리만 맡을 뿐 설계나 시공 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계약해지를 요청하고 잔금을 납부하지 않는 수분양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 측 소송을 맡은 B변호사는 “기둥과 계단의 존재에 대해 사전 설명이 있었는지 여부가 계약해지 여부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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