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배터리 게이트, 애플 양심마저 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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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2. 오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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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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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서 과징금-벌금-합의금 물어
"고의적 과실은 없었다" 발뺌 계속
한국서 6만4000여명 집단소송 제기
미국처럼 조기 종결 위해 합의 가능성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아이폰 성능을 고의 저하시킨 혐의로 제기된 애플 '배터리 게이트' 집단소송이 2년여 만에 본게임에 돌입한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6만4000여명, 이 가운데 8000여명이 인감증명 등 부가서류를 제출해 소송 대리 위임을 입증했다.

당초 12일로 예정된 2차 변론기일이 코로나19 사태로 5월로 미뤄짐에 따라 대리권 위임 규모도 증가할 전망이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에서 이뤄진 민사합의와 벌금 부과 역시 국내 집단소송 재판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감증명 제출해야 소송 위임 인정

법무법인 한누리는 2018년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애플과 애플코리아를 대상으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1차 변론기일이 열린 시점은 지난해 12월 12일로, 절차 협의 과정에만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증권 분야 이외에는 소비자 집단소송제도가 없는 국내에서는 재판에 승소하더라도 소송에 참여한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발생한다. 법적으로 피해를 구제받고자 하는 당사자는 모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원고가 다수인 소송에서는 대리인이 당사자 전원으로부터 소송을 위임받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법무법인 한누리 등이 제기한 애플 대상 집단소송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제기 당시 온라인 등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40만3722명이지만, 6만3879명이 위임계약서를 작성해 한누리에 소송을 위임했다. 국내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 원고다.

한누리가 위임장을 접수할 때 공인인증서나 본인 명의 휴대폰 인증을 거쳐 명단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보정명령을 통해 원고 전원의 인감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원고가 너무 많아 전체 소송 대리가 맞는지 명확한 입증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200여명을 포함, 현재까지 8000여명 정도가 추가 서류를 제출했다. 소송 기간이 길어지고 참여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원고 규모도 축소된 상황이다.

구현주 한누리 변호사는 “미국 소송 결과 등을 분석해 국내에 맞는 전략을 짜고 있다”며 “앞으로 재판 일정에서는 책임 소재와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누리에서 우선 청구한 아이폰 1대당 손해배상 금액은 20만원이다. 소송 추이에 따라 청구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미국선 6000억원 규모 민사 합의…“국내 청신호”

앞서 미국에서는 애플 '배터리 게이트' 집단소송 관련 소비자에게 최대 5억달러(약 5950억원) 보상금 지불 합의가 이뤄졌다. 소송 장기화를 우려한 애플이 피해보상안을 제시하자 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단체가 수용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 승인을 받으면 최종 확정된다.

보상금은 1인당 25달러다. iOS 10.2.1이나 이후 버전 iOS를 이용하는 아이폰6·6 플러스·6S·6S 플러스·7·7 플러스·SE 소비자와 iOS 11.2나 이후 버전을 사용하는 아이폰7·7 플러스 이용자가 대상이다. 집단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보상 받을 수 있다.

애플은 과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법정분쟁을 원만히 마무리 짓기 위한 합의금이지,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금액 역시 당시 발생했던 배터리 교체 비용에 준하는 수준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애플이 사실상 혐의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미국과 프랑스 재판 결과를 정리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법정에서 잘못 인정할까

법조계에서는 애플이 업데이트로 인한 성능 저하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시인한 만큼 원고 승소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사례는 물론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당국이 부과한 벌금, 과징금 처분 역시 애플에 불리한 요소다.

하지만 애플이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 애플은 당시 아이폰6 등에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소비자 문제 제기로 이슈가 커지자 뒤늦게 기타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했다고 인정했다.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고의적 과실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와 같이 선제적 합의 도출로 사태를 조기 종결하고 보상금 규모를 최소화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누리는 우선 애플을 상대로 문서 제출 명령과 사실조회 등 일괄적 확인절차를 통해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차 변론기일까지 범위를 한정해 문서 목록 제출 명령을 신청할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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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단말 유통 시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품 스펙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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