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x 영화] 아이언맨,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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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1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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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개봉한지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슈트나 호화로운 삶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멋진 슈트 뒤에 토니 스타크의 인간적인 고뇌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아이언맨 1부터 시작해 다양한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는 조금씩 성장해나갔습니다. 단순히 힘세고 돈 많은 그런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조금 삐뚤어졌고 자기 욕구에 솔직한, 그렇기에 여러 시련들을 겪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와 정신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이언맨 1부터 3까지 살펴보면서 각 시리즈 별로 아이언맨이 가졌던 고민들과 그것이 토니 스타크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서 책과 연관 지어서 한 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이언맨 1 :: 돈 이상의 가치

공시생 깡토리의 공유방 - 티스토리

아이언맨 1에서는 토니 스타크의 향락적인 삶이 그려집니다. 아직 아이언맨이 되기 직전에 그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대표로 무기를 판 돈으로 엄청난 플레이보이 삶을 즐기죠. 그는 그의 삶에 있어서 딱히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사건을 겪고 그는 변합니다.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후 스타크는 자기가 만든 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현실을 처음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게 된 거죠.

이후 그는 아이언맨으로 활동하면서 더 이상의 무기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세계 평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보지 않았던 현실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 거죠.

medium

토니 스타크에게 있어 아이언맨 이전의 삶은 돈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건 없었고, 자신의 능력이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행복을 앗아갔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죠.

토니 스타크는 절망이라도 하지, 사실 현실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감정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시장주의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인간적인 가치들을 돈으로 거래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을 사고팔고, 돈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의심조차 품지 않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깐요. 아이언맨이 되기 전 토니 스타크의 사고방식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은 어떻게든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게끔 합니다. 토니 스타크가 자신 때문에 죽은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된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한 행동이 얼마나 인간적인 가치를 파괴해왔는지 이제는 알아야만 합니다.

아이언맨 2 :: 아버지라는 존재

Always The Wallflowers - 티스토리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아이언맨에게 또 시련이 찾아옵니다. 두 가지 종류의 시련이었는데 하나는 과거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는 이유로 복수를 하려는 이반 반코라는 적이고, 또 하나는 아크 원자로의 문제였습니다.

이반 반코의 아버지는 과거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와 같이 일하다가 잘못을 저질러 쫓게 나게 되죠. 이에 대해 앙심을 품은 이반 반코가 토니 스타크에게 복수를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동료 워머신과 그의 복수를 저지하고 그를 제압해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외부의 적이 아닌, 아크 원자로라는 내부의 문제였습니다. 이는 아이언맨의 기술적 한계를 의미하죠. 토니 스타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물품으로 해결해내죠. 어쩌면 아크 원자로의 문제는 토니 스타크와 아버지 사이의 갈등을 상징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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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타크와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에서 등장하는 노인과 그의 어린 제자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토니 스타크 부자관계처럼 삐걱거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존중해주는 관계죠. 그리고 언젠가 큰 물고기를 잡겠다는 목표를 공유하기도 하죠. 노인은 자신을 믿어주는 어린 제자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려 합니다. 단지 지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에 관해서두요. 노인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거대한 물고기와 싸웠던 것은, 어린 제자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리고 어부라는 직업의 위대함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는 생전에 이런 가치들을 토니에게 전달해주지는 못했지만, 토니는 확실하게 그의 정신을 이어받았습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 시련을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의지. 이것으로 토니 스타크는 영웅으로서 또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아이언맨 3 :: 나는 누구인가

코리안즈

아이언맨 3에서는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소 어두운 모습들이 많이 그려집니다. 어벤저스 사태 이후로 자신이 과연 세상을 지킬 수 있을지 의심을 하게 된 토니 스타크. 무력감을 느끼게 된 토니 스타크는 잠시 동안 아이언맨으로서의 힘을 잃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슈트가 없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잘못하면 페퍼가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토니는 자체 제작한 무기로 빌런이 있는 곳에 찾아가 빌런의 정체를 밝혀내고 결국 빌런을 제압하는데 성공합니다.

마지막에는 아크 원자로를 제거하면서 이런 말을 하죠, '내 장난감은 뺏어도, 내가 아이언맨이라는 사실은 뺏지 못 한다.' 자신이 아이언맨임을 규정하는 것이 그의 슈트가 아닌 그의 정신임을 깨달으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yes 24

오이디푸스 왕의 주인공도 토니 스타크처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결말은 비극적이었죠.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알고 보니 자신의 아버지였고 지금의 아내는 자신의 어머니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 오이디푸스는 자기 손으로 자기의 눈을 찌릅니다.

자기 정체성을 깨달았다는 점은 똑같지만 토니 스타크에 비해 오이디푸스의 결말은 다소 비극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달리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벌을 주는 것을 신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함으로써 오이디푸스는 끝까지 자기 인생의 주체성을 놓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아이언맨과 오이디푸스는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자기 인생을 어느 무엇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지휘하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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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 문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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