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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小學校)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 잠” “라이너 · 마리아 · 릴케” 이런 시인(詩人)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일절이다. 요사이 ‘꿈 별’이란 말이 유행하듯이 별은 꿈과 추억을 안겨 준다. 윤동주도 암울한 일제(日帝) 하에 추억을 더듬으며 내일의 자랑스러운 꿈을 꾸었다.

우리말에서 ‘별’은 그 ‘큰 대(大)’자 모양의 도형과 관련해서 동식물의 이름에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식물 가운데도 곤충의 이름에 많이 쓰인다. ‘별꼬리하루살이, 별꽃등에, 별나나니, 별무늬-꼬마거미, 별박이-노린재, 별박이-명주잠자리, 별박이-세줄나비, 별박이-안주홍불나방, 별박이-왕잠자리, 별박이-자나방, 별벌레(星蟲), 별수시렁이, 별쌍살벌, 별쌕쌔기, 별점-반날개베짱이, 별파리, 별풍덩이파리’와 같은 많은 이름은 곤충의 이름이다.

‘별넙치, 별망둑, 별보배-조개, 별복, 별불가사리, 별빙어, 별삼광어, 별상어, 별성대, 별우럭, 별죽지성대, 별쥐치’는 어류(魚類)의 이름이다, 이 밖에 식물의 이름으로는 ‘별고사리, 별꽃, 별꽃풀, 별꿩의밥, 별사초, 별선인장, 별이끼’ 같은 것이 보인다.

별과 관련된 전통문화(傳統文化)로는 ‘별거리놀이’가 있다. 이는 경남 사천(泗川)지방의 농악 판굿의 하나다. 다드래기 가락을 한참 치다가 상쇠의 신호로 일시에 멈추고, 상쇠가 “별 따자, 별 따자 하늘 멀리 별 따자” 하는 구호를 외치면 모두 다시 다드래기 가락을 치는 놀이이다.

‘달별, 떠돌이별, 별똥별, 샛별, 어둠별, 살별’과 같은 별들의 이름은 우리 나름의 발상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샛별’이다. 이는 신성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금성(金星), 곧 Venus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동쪽 하늘에서 유달리 반짝반짝 빛나 사람의 시선을 끄는 별이다. 그래서 어느 별보다 사랑을 받는다.

금성은 아침과 저녁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한다. 저녁에 비치는 금성은 ‘개밥바라기’, 또는 태백성(太白星)이라 하고, 새벽에 비치는 것은 ‘샛별’, 또는 계명성(啓明星)이라 한다. ‘샛별’은 동방의 별이란 말이다. 이는 ‘새(東)’와 ‘별(星)’이 합성된 것이다. 낱말 사이의 시옷은 두 말을 이어 주는 말이다. 금성이 이렇게 동방의 별을 의미하기에 우리 동요에서는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라 노래 불리고 있다.

그런데 금성의 金은 오행설에서 서쪽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발상과 다르다. 그리고 여기 덧붙일 것은 금성의 金자가 ‘쇠 금(金)’자이기에 ‘샛별’은 ‘새-별(東星)’ 아닌, ‘쇠-별(鐵星)’이 변한 말이란 추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 때의 금성을 ‘개밥-바라기’라 한다는 것은 태백성이 떠오를 때쯤이면 저녁 밥이 기다려지는 시각이라는 것과 관련을 갖는다. 그것은 ‘개밥바라기’를 달리 일러 ‘어둠별’이라고도 한다는 데서 더욱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개밥바라기’는 금성이 개가 밥을 기다리는 시각에 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개가 밥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말이다.

‘별똥별’은 유성(遊星)을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유성은 우주에 떠 있던 물체가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찰에 의해 빛을 내면서 떨어지는 것이다. 여름날 밤하늘에 한 줄기 섬광을 발하며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유성을 ‘별똥별’이라 한 것이다. 별이 변을 보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 땅위에 떨어진 운석은 ‘별똥돌’이라 하였다. 조금은 황당한, 통속적 발상의 말이라 하겠다.

‘떠돌이별’은 행성(行星)을 의미한다. 행성은 태양 주위를 공전(公轉)하는 천체이다. 행성이란 말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공전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행성은 유성(遊星), 또는 혹성(惑星)이라고도 한다. ‘떠돌이-별’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떠돌아다닌다는 특성에 따른 이름이다. 그런데 한자어 ‘행성’의 ‘다닐 행(行)’자에 비하면 ‘떠돈다’는 말이 시적이다. 별이 서정적 · 시적 대상이고 보면 ‘행성’보다는 ‘떠돌이별’이 확실히 운치 있는 이름이다. 더구나 ‘떠돌이별’은 ‘항성(恒星)’을 ‘붙박이별’이라고 하는 것을 떠올릴 때 더욱 그러하다. 영어로는 행성을 Planet, 항성을 Fixed star라 한다.

‘살별’은 혜성(彗星)을 가리킨다. 혜성은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신라 진평왕(眞平王) 때의 중 융천사(融天師)는 혜성이 나타났을 때 「혜성가」를 지어 이를 없애는가 하면 침노한 왜구(倭寇)도 물러가게 하였다. ‘혜성’은 반점 또는 성운 모양으로 보이고, 때로는 태양의 반대쪽을 향한 꼬리를 수반하는 태양계의 천체이다. ‘살별’이란 이 혜성의 꼬리에 초점을 맞춘 이름이다.

혜성의 ‘彗’자는 ‘비 혜(竹箒)’자로 대나무 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혜성(彗星)은 화살과 같은 살(矢) 아닌 비 추(箒)에 초점을 맞춘 명명이라 하겠다. ‘달별’은 위성(衛星)을 이른다. 위성은 행성의 인력에 의하여 그 행성을 도는 별로, 지구에 대한 달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기에 ‘달별’은 제유(提喩)에 의한 명명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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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말에 반영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 목적을 둔 책이다. 우리말의 고유어 150개 내외를 골...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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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명예교수, 연변대 과기학원 겸직교수 일본 천리대학(天理大學), 축파대학(筑波大學), 중국 낙양외국어대학(洛陽外國語大學) 초빙교수 역임 한국어 세계화재단 이사 역임 한국어능력시험 자문위원장 역임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상임대표 역임 (사)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이사장 국어교육학회 · 이중언어학회 ·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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