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도배지·삐걱대는 바닥재…하자, 이제 시끄럽지 않게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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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3. 오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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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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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달라지는 ‘신축아파트 하자 판정 기준’[경향신문]



석재·가구 등 13개 항목 추가하고
기존 기준도 더 세밀히 변경·확대
빌트인 가전·지하주차장도 포함
결로, 방지 설계 여부·온습도 측정
사전방문 때 발견, 입주 전 조치

직장인 A씨는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아 올해 초 집주인이 됐다. 가정을 꾸리고 10여년 만에 장만한 집에 입주한 기쁨도 잠시, 막상 입주해보니 바닥재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발견했다. 일부 바닥재가 들떠 밟을 때마다 소음이 발생했던 것. A씨는 ‘하자’를 주장하며 관리사무소, 시공사 등에 하자보수를 요구했지만 “하자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측은 심지어 “이사하다가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건넸다.

새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하자가 있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 13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아파트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자심사위)에 해마다 4000여건 내외의 하자심사 신청이 접수된다. 관리사무소나 시공사 등을 통해 직접 문제가 해결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법으로 규정한 하자판정 대상이 아니거나 시공사 등이 문제해결을 거부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A씨의 경우에 해당하는 바닥재는 이전까지 하자심사위의 심사 대상도 아니었다. 문제가 집단 발생한 경우 입주민들과 시공사 측이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점을 고려해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31개인 하자판정기준 항목에 도배·장판 등 13개 항목을 추가하고, 기존 항목 중 12개의 판정기준도 변경·확대하는 게 골자다. 지난 9일까지 확대 방안에 대한 행정예고가 끝나 행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 등을 반영해 11월부터 확대된 판정기준이 적용된다.

■ 도배·바닥재·빌트인 가전도 포함

신설되는 하자판정 대상 기준 항목은 도배, 바닥재, 석재, 가구(주방·수납가구 등), 보온재, 가전기기, 승강기, 보도·차도, 지하주차장, 옹벽, 자동화재탐지설비·시각경보장치, 가스설비, 난간 등 13개 항목이다.

특히 흔히 발생하는 문제지만 하자판정 대상이 아니었던 도배·바닥재 관련 하자의 판정기준이 신설된다. 도배의 경우 시공상 결함으로 도배지 또는 시트지가 들뜨고 주름지거나, 이음부가 벌어진 경우 하자로 판정한다. 다만 도배 시공방법상 도배지를 벽면과 밀착시키지 않는 일명 ‘봉투바름’ 등 시공특성으로 발생하는 들뜸은 하자로 판단하지 않는다. 바닥재의 경우 시공상 결함으로 바닥재가 파손, 들뜸, 삐걱거림, 벌어짐, 단차, 솟음 등이 발생한 경우 하자로 판단하되 도배처럼 시공특성을 감안하게 된다.

빌트인 주방·수납가구 등의 하자판정 기준도 마련된다. 시공사가 설치한 주방·수납가구 등의 깨짐, 들뜸, 수직·수평불량, 고정불량(탈락위험), 개폐불량, 이음매 처리불량 등 시공상 결함이 발생한 경우 하자에 해당된다. 빌트인 가전기기의 판정 기준 역시 마련돼 시공사가 설치한 가전기기가 미시공·변경 시공됐거나 시공불량, 작동 및 고정불량이 발생하는 경우 시공하자에 해당한다. 견본주택 또는 분양책자 등에 제시된 사양의 가전기기를 계획된 공간에 설치하기 어렵거나 설치하더라도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시공하자다. 하자로 판정되면 일단 수리를 하되, 사용이 불가능하면 교체를 받게 된다.

아파트 외벽 마감재 등으로 많이 쓰이는 석재의 경우 설계도서와 다른 규격 또는 시공방법으로 설치하거나, 석재 및 마감처리재에서 시공상 결함으로 탈락, 처짐, 파손, 균열, 단차, 오염, 백화 등이 발생한 경우 시공하자에 해당한다. 하자 민원이 많지만 판정기준이 없던 지하주차장도 기준이 생긴다. 주차 및 주행로 폭이 법적 기준에 미달하거나 주차장 기둥·모서리에 코너가드 또는 안전페인트가 탈락된 경우, 램프 연석의 크기가 규격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지하주차장 천장 및 벽면 뿜칠(분무 도장) 등 마감재가 미시공 또는 탈락된 경우 하자로 인정받게 된다.

승강기의 경우 시공상 결함으로 승강기 버튼·호출기능 작동불량, 비상통화장치 작동불량, 승강기와 승강장 사이 이격과다 및 수평불량 등이 발생한 경우 시공하자로 보게 된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실시한 자체점검, 안전검사 결과에서 시공상 결함으로 안전상, 기능상 지장을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시공하자다.

■ 결로·균열도 하자판정 기준 개선

기존 하자판정 항목 중 콘크리트 균열, 마감부위 균열 등, 긴결재, 관통부 마감, 결로, 타일, 창호, 공기조화·냉방설비, 급·배수 위생설비, 조경수 뿌리분 결속재료, 조경수 식재 불일치,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판단기준 등에 대한 판정기준은 보다 세밀해지고 넓어진다.

하자판정 신청이 가장 많은 항목 중 하나인 ‘결로’의 경우 지금까지는 시공 상태 등 외관으로만 발생 여부를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실내·외 온도차를 고려한 결로방지 설계 여부와 해당 부위 온·습도 측정을 통해 하자를 판정하게 된다. 특히 발코니 등 ‘비단열공간’의 경우 지금까지는 입주자의 유지관리로 하자 여부를 판단하던 것을 앞으로는 해당 부위의 단열상태와 입주자가 환기, 제습을 적정하게 실시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콘크리트 균열의 경우 현재는 균열 폭이 0.04㎜ 이상 되어야 하자로 판정하지만 기준이 개선되면 균열폭이 0.3㎜ 이상이거나 균열폭이 0.3㎜ 미만이라 하더라도 누수 등의 원인이 되는 ‘관통균열’인 경우 시공하자로 인정된다.

물론 입주하기 전 하자 여부를 확인해 사전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입주 전 방문과정에서 하자 확인과 조치가 가능하도록 정부는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사업주체는 입주지정기간 개시일 45일 전까지 입주예정자 사전방문을 최소 2일 이상 실시해야 한다. 사전방문 시작일 1개월 전까지는 방문기간 및 방법(점검표 제공) 등 사전방문에 필요한 사항을 입주예정자에게 서면(전자문서 가능)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전방문 과정에서 입주예정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사업주체는 해당 사항에 대해 조치계획 등을 수립하고 건물 사용검사 혹은 입주 전까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강화된 규정대로 2일 이상 사전방문을 실시했는지, 지적사항을 입주 전까지 고쳤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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