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노무현 정부 농민 사망땐 “대통령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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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9.27. 오전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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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정현 부대변인
박 대표도 빈소에 조화 보냈지만 범대위서 치워


쌀개방 국회비준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가 사망한 고 전용철씨 빈소에 2005년 11월 29일 저녁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조화가 도착했지만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빈소 밖에 세워놓았다. 오마이뉴스 제공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69)씨가 25일 끝내 숨지면서, 11년 전 농민 전용철·홍덕표씨가 시위를 벌이다 숨졌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행보가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은 2005년 11월15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쌀 협상 국회 비준 반대’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때도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해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는 등 ‘살인진압을 자행했다’는 비난을 샀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해 12월27일 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두 농민의 사망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책임자를 가려내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게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두 농민 모두 경찰의 과잉진압이 인정돼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경찰을 진두지휘했던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농민단체와 유가족 등이 요구한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던 허 청장도 이틀 만인 29일 결국 사표를 냈습니다. 사표는 당일 수리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어떻게 행동했길래 11년 만에 회자되고 있을까요?

우선 백씨가 사경을 헤맨 316일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백씨 사건을 단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발언은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다자회의 참석차 출국했던 지난 11월 14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과격시위와 불법폭력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번 폭력사태는 상습적인 불법폭력 시위단체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주도하였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모든 국무위원들은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입니다.”



경찰의 강경 진압은 무시하고 ‘불법·폭력시위 엄단’만 강조한 것입니다.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의 처벌을 끈질기게 요구해온 백씨 유가족의 요구도 외면했습니다.

이런 박 대통령이 2005년 두 농민이 숨졌을 때는 빈소에 조화를 보냈던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것입니다. 당시 상황과 지금 백씨 사건 사이에 다른 점은 박 대통령이 당시엔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고 지금은 통수권자라는 사실입니다. 일부에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시선도 나옵니다. 한편 당시 범국민대책위원회 쪽은 박 대통령의 화환을 빈소 바깥으로 치웠습니다.

오마이뉴스 제공



이정현 대표가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는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와이티엔>의 보도를 보면,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같은 날 두 농민의 사망과 관련해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 한나라, “농민 사망, 대통령이 사과해야”)

아울러 이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인을 밝히고 그 과정에 책임져야 할 일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또 당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한나라당 자체적으로 진상 규명 작업을 계속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 연 현안 브리핑 내용입니다.

그러나 백씨가 숨진 25일 새누리당은 김현아 대변인의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새누리당 논평을 소개한 기사와 논평이 올라온 새누리당 페이스북 등에 “고인에게 순수하게 명복을 빌어줄 순 없냐”는 댓글 등을 달며 분개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시위가 과격해서 벌어진 일? 다신 이런 일 없게 노력하라고요? 물대포 맞기 싫음 다신 시위하지 말란건가? 고인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아이디 dlsg****),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춘다면서 그 와중에 자신들 정치적 입장은 꿋꿋이 반영하는 새누리당 공식 브리핑 잘 봤습니다. 정말 예의라고는 1도 없는 미개한 정당이군요”(아이디 phot****), “시위를 왜 하겠냐. 시위 좀 없게 해라.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냐, 시위를 하게 하는 정부가 문제냐. 과격 좋아하시네. 국민들 향해 물대포 쏘는 니들이 과격하지”(아이디 psy3****)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지은 김미영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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