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금 63조, 실적 뒷받침… 2018년 증시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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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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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최고치 경신한 코스피
“그것 보세요. 코스피 3000 간다니까요.”

코스피가 ‘코로나 위기’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역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증시 낙관론자들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뚫었던 코스피 지수는 24일에도 0.58% 오른 2617.76에 마감했다. 낙관론자들은 코스피가 내리막길을 걷던 2018~2019년 내내 비관론자들의 기세에 눌려지냈지만, 코로나 사태로 전화위복의 전기를 맞은 것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도 코스피 전망치를 일제히 2700~290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꿈의 ’3000선'을 제시한 곳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종전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8년 1월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코스피는 연초 2600 부근까지 올랐다가 미·중 무역 갈등이 불거지면서 꾸준히 하락해 10월 말에는 2000선 아래까지 밀렸다. 올해도 실물경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만 거꾸로 가는 ‘디커플링(괴리)’ 국면이 길어지고 있어서 “피크(정점) 찍고 내려갈 일만 남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시장 전문가는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선 긋기를 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시중 자금 넘치고,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 “2018년과 달라”

2018년과 2020년의 가장 큰 차이는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미·중 갈등,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 등으로 경기 침체가 깊어지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꾸준히 낮춰왔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까지 터지자 한국은행은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2018년 말 연 1.75%까지 올라갔던 기준금리는 이후 4차례나 인하되면서 현재 0.5%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중금리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8년 상반기만 해도 2% 위에서 움직였으나 지금은 1% 아래로 내려갔다.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시중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이 중 상당액이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부동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0일 기준 63조원으로 불었다. 지난 2018년 평균(26조6676억원)의 2.4배에 달하는 것이다.

달러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고 있는 것도 국내 증시에 호재다. 원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환율의 절대적 수준은 2018년 초가 더 낮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2018년 초는 1100원 아래였다. 하지만 추세를 보면 올해가 유리하다. 2018~2019년에는 1000원대였던 환율이 꾸준히 올라 1년 반 만에 1200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지난 3월 1285원까지 오른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달러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달러 가치가 10~15% 정도 고평가된 상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코스피 여전히 저평가, 기업 실적 전망도 밝아

코스피가 지난 3월 연저점(1457.64) 대비 8개월 만에 80%나 상승했지만 주요국 증시보다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것도 추가 상승을 기대케 하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7.1배로 미국(25.7배)과 EU(22.6배), 중국(17.9배), 일본(22.7배) 등에 비해 훨씬 낮다. 삼성증권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는 코로나 사태 전부터 2년여간 글로벌 증시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었다”며 “최근 상승세는 당시 부진을 빠르게 만회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밝은 것도 코스피 지수가 2018년과 달리 최고점 돌파 후에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내년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정치는 11.37%로 지난 2010년(12.6%)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올해 ROE 추정치(5.14%)의 2배가 넘는다. 반면 2018년의 코스피 ROE는 8.95%로 2017년(10.6%) 대비 하락했다.

◇“PER 상승, 부채 급증은 위험 요인”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당분간 계속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불안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유럽의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안 심리, 미국의 코로나 지원책 종료 및 경기 부양책 타결 지연 등으로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 또한 코스피의 PER이 과거보다 많이 상승한 점, 저금리로 가계 및 기업 부채가 급증한 점 등이 장기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인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나라별 경제 여건을 반영하기 때문에 코스피 PER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낮다고 해서 저평가라고 단언할 수 없다”며 “현재 17배 정도인 코스피 PER은 지난 2018년 1월 말(9.3배)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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