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봤다고 왜 말 못하나”… ‘증언거부’ 조국 흔든 질문

입력
기사원문
구자창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가 “아버지가 딸을 몰라 볼 수 없는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서) 지금껏 딸을 보았다고 직접 언급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조 전 장관 딸 조모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에 대한 신문이었다.

검사의 신문에 동요 없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해오던 조 전 장관은 유일하게 이 질문 앞에서 흔들렸다. 조 전 장관은 “하아”하는 소리와 함께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형사소송법 148조(증언거부권)에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검찰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조 전 장관을 불러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등 공소사실 전반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모든 질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자기 자신이나 친족이 형사소추나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증인 선서 전 “재판장님, 제가 알기로는”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 소명 사유를 밝힐 수 있는 걸로 안다”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종이에 적어온 내용을 먼저 살핀 뒤, 증언거부 관련 부분에 국한해 발언을 허용했다.

조 전 장관은 “이 법정의 피고인인 제 배우자와 제 자식의 이름도 공소장에 있다”며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자신이나 친족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는 “우리 사회에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법정에선 그런 편견이 작동하지 않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 당시 묵비권(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을 파고들었다. 정작 법정에 와서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특히 조 전 장관이 법정 밖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고 공소유지하는 검사를 비난한 글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사실을 바로 잡으려는 반론 차원이라는데, 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며 “증인 주장처럼 이제 법원의 시간이 됐다”고 압박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발언 기회를 주시면 반론하겠다”고 했지만,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는 “증인은 재판부와 검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사람”이라며 발언을 막았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한 것은 (자신이) 피고인으로 재판 받을 때 방어권 행사를 법정에서 충분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항변했다. 또 “증언거부의 대상이 안 되는 신문사항이 하나도 없는데,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당한 권리행사인 증언거부를 검찰이 비난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증언거부권 행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조 전 장관이 SNS 발언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점을 보면 공식절차에서 자기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부적절한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 네이버에서 국민일보를 구독하세요(클릭)
▶ 국민일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